피터 싱어 『삶과 죽음』  
'인간의 진정한 생명은 인격적 생명'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14 10:51 |

한 사람이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다. 끈이 헐거워져 끊어지면 그 사람은 죽는다. 그런데 기술 발달로 끊어지지 않는 줄이 만들어졌다. 끌어올릴 기술은 없지만 끈에 매달린 자의 목숨은 이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벼랑 위 사람의 고민이 시작된다.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그 끈을 계속 잡고 있어야 하는가.

 

호주 출신 윤리학자 피터 싱어(1946~·사진)가 쓴 『삶과 죽음』은 그 끈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 이후 가장 많은 철학적 논쟁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뽑은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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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우선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서 시작한다. 전통적으로 죽음은 ‘체액의 순환이 정지된 상태’를 의미했다. 즉 피가 돌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그런데 의학의 발달, 특히 인공호흡기의 발명은 ‘피는 돌지만 의식이 없는 사람’을 만들었다. 뇌사자로 불리는 이 사람은 과연 죽은 것인가, 산 것인가?

 

이에 대한 논쟁은 1980년대 초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며 마무리된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싱어는 ‘이제 죽음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됐다’고 말한다. 즉 죽음은 의학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으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된 거라는 것이다. 동시에 인간은 선택의 범위를 조금씩 넓혔다. 뇌사의 인정 범위도 늘고, 안락사 기준도 완화돼 간다.

 

싱어의 『삶과 죽음』은 이런 현상 분석을 바탕으로 ‘왜’ 란 질문을 던진다. ‘왜 많은 사람이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는 데 동의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는 대담하게도 이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란 솔직한 답변을 내놓는다. 예컨대 뇌사자를 ‘죽은 자’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뇌사자 가족, 병원, 장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납세자와 정부 모두가 찬성하기에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그는 안락사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면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공리주의다.

 

따라서 생명은 신이 주신 것이기에 신성하고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위선적’이라고 싱어는 비판한다.

 

그토록 분명했던 이런 주장이 지금껏 비판적으로 검토되거나 해명된 적도 없으며, 정당한 근거조차 찾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비판자들이 이야기하듯 싱어는 생명을 경시하지는 않는다. 그는 다만 진정한 인간 생명은 생물학적 생명이 아니라 인격적 생명이라고 말한다. 즉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이 아니라 인격적 삶이란 이야기다.

 

결국 뇌사자는 인격적 삶을 영위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들에 대한 안락사는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가능하다. 살아도 산 게 아닌 사람에겐 미련의 끈을 놔 주는 것이 당사자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이란 말이다. 이것이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다. /TSMoney.com


논제】피터 싱어의 『삶과 죽음』을 읽고 800자 이내에 서평을 써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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