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이상호처럼'  
참을 수 없는 이상호의 가벼움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15 09:42 |

<거적으로 덮힌 아가씨의 시체였다. 주위를 빙 둘러싼 어른들은 벼랑에서 떨어져 자살했다고 웅성거렸다. 거적 밑으로 삐죽 튀어나온 팔 하나가 보였다. 신기하게도 손목시계의 바늘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숨에 집으로 뛰어왔다. 다시는 벼랑이 있는 해병대산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일곱 살 때 겪은 일이다. 선명한 기억이다. 죽음에 관한 최초의 목격이었기 때문이다. 남다를 것도 없겠지만 이후 살아오면서 많은 죽음을 보았다. 그 중에는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뚫어질듯 보는 시신, 부패하는 악취와 함께 구더기 떼가 들끓는 시신, 분신자살한 고깃덩어리 같은 시신, 심지어 형체조차 알아볼 수없는 시신까지.

 

어머니와 함께 산자는 산자대로 죽어가는 자는 죽어가는 자대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어떤 것인지 밤새 겪어야 했던 아버지의 임종도 잊을 수 없다. 누군가의 생의 마지막 말이 어떤 것인지도 가슴에 새기게 된 임종이었다. 밝히고 싶지 않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공포의 체험도 몇 차례 있었다.


죽음이 어떤 것인지 응시하는데 도움 준 체험들이다. 누가 죽음에 관해 어떤 소리를 하건 간에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죽음은 누구도 예외가 없는 숙명이라는 사실, 그 앞에서는 누구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수동적인 사건이라는 사실, 이로부터 죽음은 전혀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물리적인 사건이라는 사실.


죽은 자는 이미 죽은 자여서 죽음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죽은 자는 죽음을 경험했지만 이미 죽은 자여서 그것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산자는 아직 죽은 자가 아니어서 죽음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산자는 죽음을 경험할 수 없어 그것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이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나는 죽음 앞에서 침묵한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은 완벽한 사유의 외부, 행위의 외부, 감성의 외부다. 설령 유사죽음을 통한 고통의 체험으로 무언가 엿볼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할지라도 그 착각은 그저 삶의 차안에서 본 죽음의 표상에 지나지 않다. 죽음은 완벽한 미지의 세계, 선악의 피안, 미추의 피안일 뿐이다.


'나는 죽음 앞에서 침묵한다.' 죽음은 절대적 타자이며, 절대적 타자성을 가지고 있다. 함부로 죽음을 말하는 자들, 가령 '유훈통치'니 '고인의 유지'니 하는 것을 말하는 자들이 있다. 죽은 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해 죽음 이전의 것을 죽음으로 각색해 산자를 기망함으로서 절대적 타자인 죽은 자도 기망하려는 자들이다.

 

» 민주통합당 수정구 이상호 예비후보가 지난 9일, 9일째 단식 항의를 풀고 총선 및 대선 승리에 매진하기로 했다.<자료사진>   ⓒ수도권타임즈

지난 8일 언론보도를 통해 민주통합당 수정구 경선에서 컷 오프된 이상호가 경선 탈락에 항의하며 한 말을 보고 식겁했다.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억울하다. 이 상황에 분노한다. 당 지도부의 진정성 있는 해명을 요구한다. 이 해명을 듣지 않는다면, 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나는 정말 죽을 것이다."


"죽고 싶다"가 아니라 '정말 죽겠다"는 것이다. 식겁할 수밖에! 그러나 이상호는 이틀 후인 10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처럼 컷 오프된 권혁식, 임정복과 함께 김태년 후보와 경선하는 정기남 후보를 앞세운 자리였다. 공천탈락자들이 누구를 지지하고 돕겠다는 흔해빠진 지지선언장인 것이다. 이 무슨 해프닝!


그는 출마를 겨냥해 출판기념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성남시장 이재명과 그의 아내가 "동지 같다"며 오리궁뎅이를 흔들어대던 그 출판기념회에서 자기 책의 타이틀이 '이주일처럼'이라고 소개했었다. 그러나 이주일은 정치를 그만두면서 "코미디 잘 배우고 갑니다"라는 인상적인 명구를 남겼다.


이상호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기가 질린다. 그 가벼움은 차라리 천박함에 가깝다. 그것은 이주일이 남긴 명구의 그 '코미디'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정치가 '이주일처럼'이 아니라 '이상호처럼'이 되고 말았다. 성남지역정치의 무대 위에서 선보인 이상호식 정치다. 이렇게 우스운 것일 줄이야…….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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