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07 13:29 |

탐구는 알려져 있는 것과 알려져 있지 않은 것 사이에서 시작된다. 전부 알려져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부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으면서 동시에 모른다는 사실에서 문제가 발견되고 비로소 문제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다.


알려져 있되 동시에 모른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 이것이 사고의 출발점이다. 탐구의 출발점이다. 사고는 탐구이며 탐구야말로 사고다. 그러나 흔히 사람들은 알려진 것에서만 출발한다. 알려진 것에 기대고 혹 그것을 까먹었다면 '상기'하려 애쓸 뿐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진 것보다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많다는 사실을 모른다.


성남투데이의 이삼경이 최근 '나꼼수현상'를 거론했다. 그는 이런 것을 썼다. "나꼼수는 현대판 마당놀이다. 조선봉건사회에서 억눌린 아랫것들이 마당놀이를 통해 자신들의 언어로 지배층을 향해 공격했던 것처럼. 마당극의 언어는 수준 이하가 아니다. 나꼼수 언어도 마찬가지다. 나꼼수는 팩타이어(fact+satire)로 봐야 한다."


그의 말대로 풍자(satire)가 '억눌린 아랫것들이 지배층을 향해 공격하는 것'이라 치자. "마당극의 언어는 수준 이하가 아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이다. 그가 이런 것을 쓴 이유는 취중한담 중 상대가 "나꼼수 걔들은 수준이 떨어져!"라고 응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득의양양하게 글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나꼼수>가 수준 이하라고?'


골계도 이런 골계가 없다. '억눌린 아랫것들이 지배층을 향해 공격하는' 풍자에 제한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은 수준의 문제야말로 풍자의 핵심이다. 풍자는 저질스러우면 저질스러울수록 풍자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저질스럽게 비쳐지는 것은 노드롭 프라이의 말대로 '풍자가 대상 삼는 윗것과 똑같이 자기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기만 때문이다.


사적인 취중한담을 소재 삼아 새삼 풍자의 수준을 운운하는 것은 풍자의 기본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성남투데이가 찌라시언론이니까 이런 것도 통용되는 법이다. 취중 상대의 응수에 답이 궁해지자 '상기'에 의존해 김지하가 쓴 시의 한 구절(있는 놈만 논답디까…우라질 것 놉시다요…지지리도 못생긴 가난뱅이 끼리끼리)을 떠올리는 것도 우습다.


그는 여전히 공개적인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글쓰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 대해 '공개적인 마스터베이션'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글쓰기 윤리를 무시한 것이다.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사고가, 탐구가, 그리하여 글쓰기가 시작된다. 윗것에게 하류 취급을 받았던 위대한 풍자가 초오서의 말이다.


'술 취함, 그것은 인간의 기지와 사리분별의 무덤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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