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지역사회가 나서라  
이재명을 둘러싼 공적인 문제들 그냥 두고 볼 것인가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6.25 13:33 |

내가 몸 담고 있는 현재의 시공간을 마치 유물을 발굴하듯 고고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인식방법을 고현학(古現學, modernology)이라고 한다. 그런 인식방법으로 현재의 시공간을 들여다보게 되면 자명하게 받아들이는 사실들, 개념들의 허구가 들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권력'이란 것을 보자.

 

'흔히 말하는' 권력이란 위에서 나온다거나 지배의 통일성이라든가 사회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반적인 지배체계와 같은 이미지를 준다. 선거정치는 이런 권력 이미지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선거정치는 특정국가 내에서 시민들의 복종을 보증하는 제도와 기구들의 총체로서의 정권 장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은 이미 선거정치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회의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그 놈이 그 놈이다"는 식의 단순한 선거정치에 대한 회의라고 간단히 끝낼 수 있을까. 회의가 있다면 낙관도 있다. 따라서 이렇게 간단히 끝낼 수 없다. 때문에 선거정치를 통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 보다 객관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 모색에서 현재 동생시장과 시장형님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시사점을 준다. 이 일은 성남시장 이재명을 둘러싼 가족관계에서 동생시장 이재명과 시장형님 이재선 사이의 어떤 심각한 갈등과 대립의 양상을 띠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성남시장 이재명을 둘러싼 가족 안에서 형성되고 작동하는 권력관계가 명료하게 보이고 있다.

 

»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수도권타임즈

예를 들어 이재명 쪽 막내 이재문의 주장에 대한 이재선의 반박이 그렇다. 전자의 주장은 "치료를 위해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가족회의를 하고, 전문의와 상담도 했지만 치료를 시작 못한 상태에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후자의 반박은 "가족회의를 한 적이 없다. 이재명 시장에게 빌붙어 있는 형제자매들이 그렇게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재명을 둘러싼 가족 내의 이 생생한 권력관계는 전통적인 가족의 이미지와 어긋난다. 여전히 보통의 가족들이 유지하고 있는 어떤 고유한 원리와 정면 배치된다. 가족은 그 형성과 관계의 원리가 '증여와 답례'가 교환되는 호수(互酬, reciprocation)적인 공동체다. 호수성이 가장 순수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다른 공동체들과 구분된다.

 

실제로 가족 내에서 부모는 자식에게 무조건 준다. 부모는 무엇을 바라고 자식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증여라는 것이다. 여기에 자식은 어떻게든 그것을 갚으려고 한다. 때로 갚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식은 갚지 못했다는 또는 갚아야 한다는 부채감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이 답례라는 것이다. 형제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가족의 호수성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증여와 답례라는 교환관계가 오늘날 약화 또는 와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익을 내세우는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의 침투 때문이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권력관계를 수반한다. 또는 자본주의적 교환관계의 직간접 영향을 받은 어떤 계산이 깃든 통제문화의 침투 때문이다.

 

가장 순수한 호수적 공동체인 가족이 사정이 이렇다면 사회 내의 여타 각종 생산기구들, 다양한 국한된 집단들, 각종 제도들은 사정이 어떻겠는가. 광범위하게 권력관계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지 않은가. 이것이 "권력은 도처에 있다. 권력이 모든 것을 포괄하기 때문이 아니라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푸코가 말했던 이유다.

 

권력을 정권과 같은 것이 아니라 사회 도처에 나오는 분열적인 것으로 본다면 흔히 말하는 권력은 이러한 분열효과에 따른 결과 내지는 말단적 형태에 지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흔히 말하는 권력에 매달리는 자들은 권력의 원인이 아닌 결과, 권력의 실제가 아닌 권력의 표상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전도되어 있다.

 

이재명을 둘러싼 가족관계는 '위기의 가족'을 보여준다. 이는 가족관계와 관련된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이 가족 내에서 이해되고 모색되고 해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족 밖으로, 즉 사회로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가족문제는 빠른 해결이 어렵더라도 시간을 인내하는 일일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 위기의 가족이라는 것에 있지 않다. 물론 이것이 사회에 여과없이 노출되어도 좋으냐는 비판은 필요하다. 성남시장의 사회적 위상, 그것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윤리적인 비난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이 윤리적 비난은 한 가족의 곤란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시선과 무관함은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성남시장 이재명을 둘러싼 위기의 가족, 거기에 드러나는 권력관계에 무시할 수 없는 공적인 문제가 걸려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것에 관한 한 이재선의 태도는 일관되며 따라서 명료하다. 그러므로 그의 태도가 가족 내 권력관계로 가려진 측면이 있다고 해서 양자를 섞어서는 안 된다. 그가 제기한 공적인 문제들을 직시해야 한다.

 

이재선이 시의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따르면 무시할 수없는 공적인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그가 시청 홈페이지에 올렸고 올릴 예정인 공적 질문들에 관한 이재명의 태도, 그를 정신병으로 몰아가는 데서 공권력의 사적 사용에 관한 의혹, 그가 질문 예정이라며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는 김부선스캔들, 여러 형태의 통합진보당 관련 등.

 

시의회가 나서야 한다. 이재선이 제기한 공적인 문제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론화가 있어야 한다. 대의정치 수준에서든 공론화 수준에서든 어떤 식으로든 여과되고 정리되어야 한다. 나서지 않는다면 시의회도 지역사회도 죽은 것이다. 김부선스캔들, 주사파문제로 지역사회가 전국적 이목의 대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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