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깊이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5.02 12:33 |

유달리 좋아하는 화목 중 하나이긴 한데 봄에 들과 산을 쏘다니며 매화를 실컷 즐겼다. 그 중에서도 날선 파릇파릇한 가지들에 눈처럼 흰 꽃들이 만발한 늙은 매화나무를 벗 삼은 기억이 남는다. 눈과 코로 시작해 정신을 포함한 온몸으로 어루만지는 매화꽃이란!


몸을 적시네
고우(古友)꽃 그늘 아래
수염 흰 사내.


그 즐거움을 음미한 것이다. 봄에 피는 매화를 고우(古友)라 했다. 긴 겨울 끝에 매화꽃이 찾아드는 것을 오랜 벗을 만나는 것에 비유했음이다. 이 늙은 매화나무는 공주 가는 길에서 만난 것인데 가히 몸을 적실만했다. 그 늙음은 젊음과 함께 하는 늙음인 탓이다.


이 늙은 매화나무는 속이 깊다고 느꼈다. 해서 나도 그처럼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일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없다. 나라는 인간은 그러기에는 비할 바 없이 하찮은 인간임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망이 아니다. 속 깊은 삶이 희망이 아닌 것처럼.


그러나 스스로 드러나는 그 삶은 가령 다음과 같은 삶이 아니다. 신을 모시거나 공(空)을 키우는 마음으로 구르는 삶, 이것저것 마음에 온갖 것을 다 담고서는 종종 휘청거리는 삶, 이데올로기(이념)나 사상의식 따위의 외통심에 사로잡혀 이 세계와 담쌓는 삶.


이들 삶은 한 철을 지내며 본 삶의 모습들이다. 말이 한 철이지 실은 한 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앞으로 가는 반복이 아니다. 뒤로 가는 반복이기에. 어느 새 매화꽃 만발한 봄은 지나갔다. 그러나 그 봄은 또 누군가에게도 오리니.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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