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얼굴에 침을 뱉지 않으마?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4.01 17:31 |

"이번 호, 사지 말 것!"


어떤 잡지가 내건 표어다. 호기심을 자극해서 사라는 뜻이다. 이런 예들은 많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엿보지 말 것!"


만약 구멍이 난 담벼락에 이런 벽보가 붙어 있다면 엿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패러독스라고 한다. 패러독스 중에서도 의도적으로 역효과를 노린 경우다.


"당신 얼굴에 침을 뱉지 않으마!"


최근 성남투데이가 나를 향해 쓴 것이다. 실은 이미 당신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소리다. 적나라한 인신공격이라는 점에서 실정법으로 따지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이런 반어를 늘어놓는 사고는 이른바 '선의지의 공리'에 입각한다. 진리에 대한 의지는 선한 본성에 따른다는 생각이다. 참과 거짓,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 하에 자신은 참과 선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철학에서 대표적인 독단적 사유모델로 손꼽힌다. 심성의 능력들의 일치는 임의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지성과 감성의 일치는 '기적'에 호소하지 않고는 달리 보증할 방법이 없다.


사고의 독단에 사로잡혀 함부로 지껄이는 언론이 언론일 리 만무하다. 이런 일에 얼마나 신물이 났던지 롤랑 바르트는 이런 것을 썼다.


"어떤 어법이 패권을 손에 쥐면 그것은 징후가 없는 편견(doxa)이 된다. 정치가나 관료가 말하는 비정치적인 언어, 신문이나 텔레비전, 라디오가 떠드는 언어, 일상의 수다, 그것이 패권을 장악한 어법이다."(《텍스트의 즐거움》)


다니엘 부어스틴도 알렉시 드 토크빌을 텍스트 삼아 이런 것을 썼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개인적으로 통제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선천적 위험(대중을 겨냥한 선전선동)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 각자가 그 보이지 않는 압제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개인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용기를 준다."(《부정적 발견의 시대》)


롤랑 바르트가 무언가 개입되어 오염되기 전, 즉 가공 전 상태인 '영도(零度)'의 탐구에 평생을 몰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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