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음?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16 18:58 |

14일 통합진보당의 김미희가 민주통합당 진보통합당 양당 야권연대 협상결과에 따라 후보를 사퇴하면서 정치를 시작할 때의 '첫 마음'이란 것을 말했다. 그것은 마약, 권모술수, 당의 이름을 팔아 쉽게 자리를 얻는 정치가 아니란다. 그런가…….


사람들은 '첫 마음'을 말한다. 너무 쉽게 말한다. 그러나 그것을 일거에 부정하는 경구가 하늘의 태양으로 떠서 그들을 환히 비춘다. '작심삼일'. 삶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만다. '내 마음, 나도 몰라…….'


그 뿐인가. 세상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바뀌는데 그것을 뛰어넘으려 하기는커녕 눈곱만치도 변한 게 없는 자들이 '첫 마음'을 떠들어댄다. 술어는 변해도 주어는 변하는 게 아니라나……. 2012년 바로 지금 여기에 80년대의 찌꺼기들, 냉전시대의 찌꺼기들…….


그 뿐인가. 첫 마음이 보통의 마음과 다르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그것을 부정의 방향으로, 단절의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자들이 백에 아흔아홉이다. 제 딴에는 그 부정이, 단절이 위대하다고 느낀다. 그래 봤자 고작 부정이요 단절이다.


이런 것이 첫 마음이라면 어딘가 이상하다. 첫 마음의 '첫(初)'이란 무엇인가. 옷(衣)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름질(刀)이 있어야 한다. 마름질해야 몸에 맞는 옷을 입을 게 아닌가. 그렇다면 마름질한 마음이야말로 첫 마음이 아니겠는가.


어느 절집에 걸린 주련에는 이런 게송 구절이 있다. '山是山兮 水是水(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네)' 이 구절은 중국 송나라 때 선사인 청원(靑原)스님의 상당법어(上堂法語)에서 유래한다. 이후 많은 선사들이 다시 끄집어냈고 성철(性徹)스님도 끄집어냈다.


"내가 삼십년 전 참선하기 전에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로 보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선지식을 친견하여 깨침에 들어서서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지금 편안히 쉴곳을 얻고 나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로 보인다."(청원)


산은 산이다. 물은 물이다.(山是山 水是水)
산은 산이 아니다. 물은 물이 아니다.(山不是山 水不是水)
산은 산이다. 물은 물이다.(山是山 水是水)


이런 생각이 든다. 모르는 것을 새롭게 알아서 아는 것에 보태는 일은 없다고. 알고 있는 것은 언제나 모순에 빠진다. 현실이 변하기 때문이다. 모순의 직시 속에서만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그러나 그 새로운 것은 실은 몰랐던 것이다.


어찌 끝 마음이 첫 마음과 다르겠는가!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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