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변경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6.26 14:16 |

'이재명과 이재선'을 키워드로 두 편의 글을 썼다. 이재선에 촉발된 것이다. 거기에서 어떤 것들을 말했고 그것들을 그대로 또는 변형해서 읽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글에서 논해진 어떤 것들을 지탱하는 정신은 이재선을 획일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그 시점은 주어진 어떤 자명성에도 기대지 않는 정신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반대로 그 글들에 대한 독자 반응 중에는 특정한 태도가 있다. 이런 것이다. 글에서 논해진 것을 위해 출연된 이재선을 정신병자 취급한다거나 그 연장선상에서 이재명과 이재선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사적인 문제, 가족문제로만 몰아간다거나 그 연장선상에서 필자의 공론화작업을 '모 아니면 도'라며 무책임한 언설로 몰아간다.

 

글에서 무엇이 논해지고 있는지를 보려 하지 않는다. 이재선에 대해서 따라서 이재명에 대해서, 또 글에서 논해지는 문제들에 대해서 상상적인 또는 습관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자신 앞에 주어지는 사태를 이런 식으로만 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는 절대악과 절대선의 투쟁으로 이미 소멸되었거나 지상낙원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리 만무하다. 절대악, 절대선은 어떤 습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서만 일어나는 상상의 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관적인 태도에는 경험에 주로 의존하는 자기도 있으며 독아(나)라는 심리세계에만 의존하는 자기도 있다. 이러한 태도로부터 흔히 말하는 경험론이니 관념론이니 하는 태도가 생겨난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경험적인 자기든 심리적인 자기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따라 걷지 못한다. 습관이나 상상 속에서만 세계를 접근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세계를 따라 걷지 못할 때 경험적인 자기, 심리적인 자기는 어떤 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목적'이다. 목적 관념은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따라 걷지 못하는 자기의 필연적 산물이라 해도 좋다.

 

목적(의도)에 시달리게 되면 역으로 목적이 경험적인 자기나 심리적인 자기를 추동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나 세계에는 어떤 목적도 없다. 그것은 인간의 상상물에 불과하다. 세계는 그저 있는 그대로다. "목적은 세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역전시켜 버린다. 목적론은 원인을 결과로 간주하고 반대로 결과를 원인으로 간주한다."(《에티카》)

 

어떤 목적도 설정하지 않으면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따라 걷는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그것은 판단을 중지하는 것이다. 평소의 습관적인 또는 상상적인 태도를 보류하는 것이다. 괄호에 넣는 것이다. 이것을 '태도 변경'이라고 한다. 바로 이 때 습관적인 또는 상상적인 태도 속에서 보지 못했던 의외의 사실이나 의미가 발견되는 실마리가 열린다.

 

예를 들어 피카소의 그림을 볼 때 화가의 저명함, 돈이 얼마냐 따위는 마음에 품지 말라는 것이다. 글에서 다루는 문제를 인격으로 대체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산 마애불을 볼 때 그것을 문화재로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조선의 민예품에서 독특한 조선미를 발견하고 미의 창조자인 개개의 인간을 발견한 것은 이런 태도에서다.

 

대개의 사람들은 경험적인 자기, 심리적인 자기에 너무나 익숙해 있다. 경험을 통해서, 독아적인 자기를 통해서 세계와 접속할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태도 변경은 철학적인 동시에 실천적이다. 그 이치를 안다고 해도 실천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스피노자가 말했듯이 고귀한 것은 힘들 뿐 아니라 드물다.

 

이미 글에서 밝혔듯이 이재선으로부터 폭언과 욕설을 듣고서도 그가 이재명에게 제기한 공적인 문제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태도 변경의 실천이다. 그를 두둔해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반대로 그를 미워할 이유도 없다. 이재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위하지 않지만 모두를 위하는 태도다. 태도 변경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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