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회합니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5.11 16:43 |

바꿔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바꾸어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질곡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보이고 개혁이며 혁명이다. 이 같은 생각에 한 가지 단서를 단다면 여기에 어영부영 토를 달지 말라는 것이다. 가령 혁명은 국가를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전혀 자명하지 않다'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지켜야 한다. 그것이 흔들리면 질곡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보수이며 전통이며 문화다. 이 같은 생각에 한 가지 단서를 단다면 여기에 어영부영 토를 달지 말라는 것이다. 가령 demacracy를 쪽수나 민중으로 주장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democracism'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러므로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꼬리 잡고 색칠하며 분란을 일으킨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인식에서 거두절미하지 말고 침소붕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주홍글씨를 새기는 짓이다. 자신이 보는 것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인지 항상 점검해야 한다. 그것이 분명해진 다음에야 어떤 말도, 대응책도 내놓을 수 있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9일 조계종 고위직인 종회의원과 주지를 포함한 스님 8명이 벌인 도박판이 언론에 생생하게 보도되었다. 온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악행을 있는 그대로 온 국민에게 보여준 이는 기자에 앞서 스님이었다. 내부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악행은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실천한 성호스님에 의해 온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졌다.


10일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이 악행을 어떻게 보는 것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인지 일깨워주었다. "출가를 하고 시줏밥을 먹고 살아도 이전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많다." "가져도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은 중생의 업이다. 물의를 일으킨 스님들은 절에 머물지만 중생의 습기에 놀아난 이들이다." 이것이 진제스님의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이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봤을 때 이어서 어떤 말이든 대응책이든 나온다. "스님들이 못난 짓을 했는데 내가 대신 참회하겠다." 악행을 저지른 스님들을 엄하게 처벌하겠다가 아니다. 종단의 가장 존경받는 어른인 종정으로서 진제스님이 먼저 책임지고 참회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 보는 법에 따른 진제스님의 대응책이다.


성호스님, 진제스님의 있는 그대로 보는 법, 진제스님의 대응책은 깊은 감동을 준다. 일부에선 종단이 썩었다, 불교가 썩었다, 스님들이 썩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두 스님의 일화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안다. 자정력에 방점을 찍는 탓이다.


두 스님의 일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 일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통합진보당 부정선거를 둘러싼 주사파 출신 당권파의 추한 모습이다. 그들은 당내 부정선거를 있는 그대로 보려 하지 않는다. 부풀려졌다느니 정치공작이니 당원총투표니 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주장마저 상쇄되는 '저지전략'(보드리야르)에 빠져들고 말았다.


다음으로 동생시장 이재명을 비판해온 이재선이다. 그에 대한 비판은 그가 동생시장을 비판해온 공적 행위자, 거기에 공의가 있다는 전제에서 나왔다. 그것의 주목에서 그와 안 어울리는 그의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온갖 소리를 다 늘어놓으며 독자들과 난타전을 벌이더니, 재비판에는 뒤에서 자신을 궁예로 만들었다고 투덜거렸다.


여전히 글에 담긴 문제는 보려 하지 않는다. 글 쓴 사람을 문제삼고 글 쓰지 않은 사람도 문제삼아 "언론의 복수" 운운한다. 볼 것도 없이 '대인논증의 오류'다. 정상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상식 이하의 처신이다. 동생시장을 비판하는 시장형님 스스로도 낯 뜨거운 일이다. 그의 공적 행위, 공의에도 물음표를 던지게 만든다.


언론이 그에게 제기한 공의를 그가 악의로서 보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은 것이다. 지난 한 철 내내 그가 무수한 전화를 통해 내게 어떻게 처신했는지 나는 전혀 공개한 바 없다. 내가 같은 격이나 수준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가 되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나는 그의 좋은 점만을 보려 했다는 사실이다.


나를 참회하려 한다. 여전히 그가 문제를 문제로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언론의 공의의 표출에서 부족한 게 있는지 참회하는 수밖에 없다. 나의 참회는 공의를 더 정확히 표출하기 위해 참회하는 것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이재선의 공의를 끝까지 지켜주는 일을 생각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것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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