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맞아?  
표절한 글로, 이재명 시장 '덧씌우기'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16 17:23 |

학자 출신이 고위 공직에 진출하는 경우 논문이나 저서의 '표절'은 볼 것도 없이 '낙마감'이다. 그는 볼 것도 없이 '사이비학자'이기 때문이다. 학자 출신이 선출직에 진출할 경우에도 표절 여부는 핵심적인 검증 대상이다. 지적 양심을 저버린 사이비학자가 공직이나 선출직에서 어떤 비양심적인 짓을 할지 심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표절이 가장 심한 곳은 시장이다. 돈을 벌려는 욕심 때문이다. 시장에서 표절은 남의 것을 표절해 제 것인양 팔아먹는 파렴치한 행위다. 흔히 대중가요시장에서 이런 일을 볼 수 있다. 명예욕 때문에 표절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예술시장이나 출판시장에서다. 부족한 재능을 감추거나 또는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언론은 사회의 공론장이다. 중요한 공적 영역의 하나다. 정부나 의회, 시민운동 못지 않게,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더 중요한 공적 영역이다. 그것은 언론이 다른 공적 영역들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론은 다른 공적 영역보다 더욱 엄격한 '자기비판'를 요구받는다고 해야 한다. 자기비판을 통한 자기통치에 언론이 게을러선 안 된다.

 

아렌트는 자본주의에 들어서서 공적 영역이 '개판'이 된 상황을 우려한다. 공적 영역(polis)이 사적 영역(oikos)과 뒤죽박죽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분했던 과거의 경계선은 불분명하게 되었다. 두 용어의 의미와 이것이 개인과 시민의 삶에 대해 갖는 의미는 거의 식별할 수 없게 되었다."(아렌트, 《인간의 조건》)

 

정부(또는 지자체)나 국회(또는 지방의회) 내 특정 당파가 추진하는 정책이 실은 정책이란 이름과는 달리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포장한 경우가 자주 있다. 시민운동이 시민단체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수 시민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 당파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특정 당파의 이데올로그 노릇을 하는 것도 그런 사례다. 볼 것도 없이 사이비시민운동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도 자주 정부(또는 지자체)나 특정 당파의 '개'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표절까지 자행하면서 말이다. 이 정도라면 언론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실제 그런 일이 있다. 한 지방지의 모 기자가 표절을 통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功七過三을 말하면서 성남시의회의 자성을 촉구한 것이 그것이다.

 

10일 박우희 세종대 총장이 쓴 '우리도 功七過三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칼럼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이승만, 박정희 두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過三보다 功七을 봐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이 칼럼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도 있을 수 있다). 이것을 15일 한 지방지의 모 기자가 또렷하게 자기 이름을 박은 칼럼에서 그대로 '표절'했다.

 

표절은 용납될 수 없다. 자기 이름을 걸었으니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이 있다. 이 표절을 '이재명 시장의 功七過三'으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다시 이 표절을 성남시의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용도로 이용했다. 이재명 시장의 過三보다는 '功七'을 봐야 한다며 성남시의회의 자성을 촉구한 것이다.

 

'표절(剽竊)'이란 무엇인가? '도둑질'이다. 표절은 그냥 베끼는 것이 아니다. 그냥 베끼는 것은 모사다. 표절은 모사가 아니다. 베껴서 남의 것을 제 것으로 둔갑시키는 도둑질인 것이다. 그 기자가 쓴 글을 좋게 받아들이려는 시의원들, 그리고 시민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남의 글을 도둑질한 것이라면 선의가 생길 리 만무하다. 오히려 정반대가 된다.

 

그래서 궁금하다. 그 지방지 기자는 왜 남의 글을 도둑질했는가? 왜 자기 이름을 걸고 남의 글을 도둑질하면서까지 이재명 시장의 功七過三을 말하는가? 왜 이재명 시장의 功七過三으로 시의회의 자성을 촉구하는가? 언론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언론에 종사했던 한 사람으로서 슬픔이 복받친다. 이런 근본적인 의문 앞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다.

 

'기자 맞아?'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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