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제안, 해명이 그래?  
박광순 기자회견,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06 08:56 |

5일 박광순 민주통합당 분당갑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도권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그가 한 말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는 최종주자의 당선을 위해 힘을 보태라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의 공직자로서의 과거 전력 시비에 대한 해명이다. 음미해볼 필요를 느낀다.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경선에 관한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확히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첫째,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 둘째, 경선 탈락 예비후보들은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는다. 셋째, 첫째·둘째 제안을 반드시 실천하겠다." 그는 자신의 제안에 확신이란 방점까지 찍었다. "다른 후보들이 내 제안을 수락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분당갑 박광순 예비후보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전직시 문제가된 것에 해명을 했다.   ⓒ수도권타임즈

그러나 그의 제안은 모호하다. 공천 신청을 한 예비후보들인 김창호, 박광순, 황규식을 가리키는 것인지 박광순, 김창호를 가리키는 것이 모호하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월 29일 3차 공천발표를 통해 공천 신청을 한 김창호, 박광순, 황규식 예비후보 중 황규식을 제외한 김창호, 박광순 두 예비후보의 경선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발표된 기정사실에는 두 가지 정해진 의미가 있다. 첫째, 민주통합당 분당갑의 최종주자를 선별하는 게임 룰은 경선이라는 것. 둘째, 경선에 참여할 예비후보는 박광순, 김창호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황규식은 경선 대상이 아니다. 경선 대상이 아니므로 제안 대상도 아니다. 황규식은 제외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기자회견에서 명확하지 않다.


황규식은 경선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반발해 공천 재심사를 청구했다. 혹 그의 재심 청구가 기정사실에 어떤 변화를 주는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만약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3인 예비후보 모두의 힘을 합쳐 최종주자의 당선을 목적으로 한 기자회견이라면 박광순은 재심 청구 결과가 나온 이후에 했어야 했다.


박광순은 김창호에 대한 제안에 그쳐야 했다. 그것이 경선 룰을 결정한 민주통합당에 대한 당인으로서의 마땅한 태도다. 그러나 이것은 굳이 기자회견까지 해서 요구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두 후보 간 합의 후 그 결과를 발표하면 좋은 일이다. 공천 재심사를 청구한 황규식까지도 끌어들일 목적이라면 기자회견은 5일 하지 말아야 했다.


정치인은 당원과 유권자, 언론으로부터 두 가지 덕목을 시험받는다. 첫째, 판단력이 분명해야 한다. 둘째, 자신의 판단에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모호하다. 판단력이 떨어지며 어떻게 책임질지 궁금하다. 이런 느낌을 받는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이것은 보통 관료주의, 특히 적당주의를 가리키는 경구다.


다음으로 과거 전력 시비에 관한 것이다. 취재 기자에 따르면, 그는 포천경찰서장 재직 당시 직위해제 당한 일에 대해 당시 상황을 일지 식으로 언급하며 "일부 국회의원이 민생치안의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에게 엄중히 질의하겠다고 하자 경찰청장이 선수를 쳐서 인천의 계양경찰서장과 함께 직위해제 당했다"고 해명했다.


또 취재 기자에 따르면, 분당경찰서장 재직 당시 전국철거민연합 주최의 주거권투쟁에 대해 무리한 진압이 아니었느냐는 시비에 대해 "분당주민이 아닌 고양 식사지구 철거민들에 의한 경찰서 진입 시도, 기물 파손 등 공권력을 무시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엄정 대처로 "경찰청으로부터 '잘했다'고 칭찬받았다"고 해명했다.


해명이 이상하다. 그로서는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 사실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사실을 제시하고 아울러 그 사실에 입각한 가능한 해석을 제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평가는 당원과 유권자, 언론의 몫이다. 이것이 선동이나 왜곡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인용했다시피 그의 해명은 모호하다.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앞의 해명이 구차한 변명처럼 들리는 것은 그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사실 너머에 있는 배경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당시 언론 보도내용인 경찰서장으로서 잘못해서 직위해제 당했다기보다는 일부 국회의원의 추궁을 의식한 경찰총장의 눈치보기로 직위해제 당했다는 것처럼 들린다. 대체 사실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린다.


뒤의 해명도 구차한 변명처럼 들린다. 내부 평가를 외부로 노출시켜 자신의 구실로 삼는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대로 일부 철거민들에 의해 공권력 도전이 있었고 엄정 대처했다 치자. 그것에 대해 "경찰청으로부터 '잘했다'고 칭찬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자. 그러나 그것을 굳이 노출시켜 그의 전력 시비와 관련된 구실로 삼을 수 있을까?


공권력이 공권력인 이유는 사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사용은 엄정해야 하고 따라서 그 사용에 대한 이해 또한 엄정해야 한다. 그의 답변은 이런 이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더욱이 그의 해명은 그가 정치인의 길을 걷고자 한다는 점에서 과연 역사나 사회에 대한 균형잡힌 눈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그 눈은 결코 공권력에 축소되지 않는다.


그의 해명에서 그가 말하는 사실은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의 과거 전력에 대해 언론이 허위 보도했다는 것인가? 또 그의 해석도 해석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떤 사실에 일대일로 대응한 해석은 있을 수 없다. 해석이란 언제나 사실과 해석하는 자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입각해 그를 비판한 나명수 씨의 해석도 하나의 해석일 수 있다.


그의 해명은 모호하다. 그의 제안만큼이나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사실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제안이든 해명이든 그래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실에 입각한 해석 역시 동의를 겨냥한 것이어야 한다. 다르게 볼 여지가 크면 클수록 해석은 흔들린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 이 강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누가 박광순의 제안과 해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의문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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