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중심주의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6.04 18:15 |

어떤 사람들은 나의 생각을 남의 생각보다 우선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서 나의 생각을 드러낸 자기표현을 남의 생각을 드러낸 인용보다 우선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얼핏 자명하고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혀 자명하지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다. 어떤 전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표음주의, 흔히 철학에서 말하는 음성중심주의(데리다)다. 음성중심주의란 자기표현이 나의 직접적인 감정이나 내면에서 나온다는 사고다.

 

그러나 음성중심주의적 사고는 구어와 문어를 새로운 문어로 종합한 이른바 언문일치를 통해서 비로소 나온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문어란 한글의 경우 한자라는 문어의 번역을 말한다. 이 역사적인 기원을 역으로 볼 필요가 있다.

 

즉 한자가 없었다면 오늘날 한글(언문일치)은 있을 수 없고 자기표현이 나의 직접적인 감정이나 내면에서 나온다는 사고도 있을 수 없다. 한자와 한글의 관계는 여러 국가나 부족 등을 망라한 제국과 개별국가의 관계와 같다.

 

한글의 기원을 묻는 한, 음성중심주의는 자명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듣는 내면(마음)이 우선이며 문자(자기표현)는 다음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런 이유에서 그것은 한낱 현상과 실제의 혼동인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마음이 문자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때, 그의 어떤 주장도 원근법적 도착의 산물일 뿐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후적인 것을 사전적인 것으로 착각한 유물변증법을 무기삼았던 마르크스주의와 그 변종들의 파탄도 필연이었던 셈이다.

 

음성중심주의적 사고는 나라는 가상의 형성, 특히 국민국가라는 가상의 형성에 절대적이다. 그러나 마음보다 마음 밖 물(物)을 보는 사람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것은 국민국가를 넘어 새로운 제국을 꿈꾸는 세계시민과 직결되어 있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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