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한 인식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2.21 23:55 |

동물은 자연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본능은 반복적이다. 따라서 동물은 다만 자연에 적응할 수 있을 뿐이다. 적응 자체는 완벽하다. 가령 하늘에서 나는 새는 결코 날다가 떨어지는 법이 없다. 그러나 적응은 관계가 아니다. 동물에게는 관계라는 것이 없다. 그저 자연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어 있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만 자연과 연결된다. 분리를 관계로서 만회하려는 것이다. 그 관계에선 본능을 뛰어넘는 힘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지성'이다. 지성이 자율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응을 위한 '지식'과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기치 못한 변화에서도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기댈 것은 오직 지성뿐이다.

 

정보의 홍수시대다. 역사상 전례가 없다. 근본 이유는 자본제생산이 유통과정을 통해서만 잉여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에서(오늘날에도 좌익은 생산중심주의다. 노동운동, 진보의 개념은 여기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 실현은 '차이상품', 곧 정보상품를 통해서만 가능할 만큼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보가 협의의 정보가 아님은 물론이다.

 

'자본'과 '국가'는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국가'는 '국민'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자본제생산에서 비롯된 정보의 홍수는 국가, 국민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잖은 시장이 한 마디 하면 쓰레기 같은 지역언론들, 그와 연결된 폐쇄적인 집단들이 온갖 외관을 갖추어 거기에 화답한다. 그 화답은 결국 하나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정보의 홍수, 끔직하다. 문제는 정보가 아니다. 정보가 홍수일 때, 그 정보는 곤란해진 착취, 지배의 실현을 은폐하는 눈속임일 뿐이다. 그것이 오늘날 개성, 다양성 따위의 수사로 말해지는 것이다. 이것을 직시하는 세력은 없다. 그런 개인도 흔치 않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밖에 없다. '명료한 인식'을 나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정보의 홍수 이전에 중시되었던 '언어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이다. 언어는 인간의 근본조건이며, 언어 없이는 어떤 인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유하는 자, 글쓰는 자, 무엇보다도 '공론'과 '세론'의 간극을 메우려는 나라면 결코 잊어선 안 될 일이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오늘의 지성, 그것은 '명료한 인식'이다.

 

중언부언하지 마라.
횡설수설하지 마라.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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