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그녀를 문제 삼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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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타임즈 | 2012.02.02 12:53 |

흔히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그녀만 보인다. 세상은 온통 하얗게 된다(물론 사랑은 짐승의 교미로 환원되지 않으며 설령 위장일지라도 인간은 인간적으로 사랑할 것이다). 누군가를 증오할 때도 마찬가지다. 신앙, 이념이나 당파에 사로잡혀 있을 때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증오한다고 해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되는 것일까. 그 누군가는 다른 이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세상과 소원해진 내가 온통 하얗게 되는 것은 아닐까.

 

마르크스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혹시나 오해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이 관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은 아무리 관계를 초월하려고 해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관계의 산물이다."(마르크스, 《자본론》 서문)

 

개인에 대해서, 그를 그가 담지한 사회적 관계의 인격적 담지자로 간주하고 그의 주관적인 의지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말이다. 설령 그의 주관적 의지나 책임을 따져야 하는 경우에도 그것을 그가 담지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인간을 보는 한 가지 입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연사적인 입장'이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이것은 '자연사 대 인간사'라고 할 때의 그 자연사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이야말로 마르크스주의적, 구조주의적인 사고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입장은 상대적이지 않다. 그런 자들에 대해서라면 오히려 그의 주관적 의지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주관적 의지나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인간에게는 자유가, 따라서 책임을 묻는 윤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자유나 윤리가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은 개인의 의지나 책임과는 무관한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개인의 주관적 의지나 책임을 물을 때 그것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한다는 말의 의미다.

 

이 입장에 따르면 가령 누군가를 파악할 때 그만의 것을 분리해서 파악하기보다는 그가 생각하는 것, 그가 행동하는 것을 그가 맺고 있는 일정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그가 기자라고 치자.

 

그가 전하려는 것은 언제나 독자를 상정해야 할 것이다. 독자 없는 기자는 결코 기자일 수 없으니까. 어떤 기자도 독자와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만, 즉 그것의 인격적 담지자인 한에서만 기자다. 이 사회적 관계를 자각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오히려 흔하게 눈에 띄는 기자는 다음 사례와 같은 것이다. 총선이 다가왔다. 한 지역지 기자가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온 사람을 두고 느닷없이 다음 시장 나오기 위해 나온 게 아니냐는 조소를 늘어놓았다. 그는 단지 개인만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독자들의 당면관심인 총선에 관련된 인식의 문제들을 요모조모 따져 기사로 생산한 것도 아니고 그런 인식적 문제들과의 관련 속에서 개인을 파악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혐의나 소문이 있다고 해도, 설령 사실이라 해도 그런 식으로는 쓸 수 없다.

 

그가 독자와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자와의 관계에서 그것은 인식의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전혀 무가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그의 조소는 '반사회적'이다. 그것은 오히려 일종의 정신착란일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그 자신도 없다. 그것은 세상과 소원해진 한 개인의 관념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것이 세상에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한 지역지 기자의 사례를 말하고 있지만, 실은 이러한 말의 장소에 대입시킬 수 있는 사례들은 많다.

 

이렇게 인간을 보는 입장은 마르크스가 우려했듯이 흔히 '오해'받을 것이다. 아니 이미 충분히 오해받아 왔다. 좌익들이 늘 그래왔다. 그렇다고 해도 이 입장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오해 속에 자기의 길을 걷게 될 테니까.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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