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2000년대, 중국고대사를 통해 '현대에 주는 의미?'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14 10:59 |

사마천 『사기』는 종종 대입 논술 제시문에 등장 한다. 동양 뿐 아니라 세계의 고전으로 꼽히는 『사기』는 사마천(司馬遷,BC 145~BC 86사진)이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의 유언에 따라 쓴 역사서다. 전설상의 황제(黃帝)시대부터 자신이 살았던 한무제(漢武帝)까지 2000년을 다뤘다. 그러나 책 대부분은 주나라 붕괴 후 등장한 춘추전국시대에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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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가 다룬 춘추전국은 천하제패를 꿈꾸며 공격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가 뒤엉킨 혼란기였다. 많은 책략가가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비책을 만들어 왕들을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 국제정치에 적용 가능한 수많은 사상과 전략이 만들어졌고, 그 내용이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그래서『사기』는 역사서지만 정치서이고, 고전이지만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찾는다. 특히 동북아가 춘추전국과 같은 상황으로 변할 조짐을 보이는 이때, 『사기』는 시대를 헤쳐 갈 빛을 줄 수도 있다.

 

사실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쟁은 당시 필요악이었다. 평화를 원해도 전쟁터 한가운데에서 어느 왕도 이를 외칠 순 없었다. 따라서 당시 모든 나라가 택한 외교 노선은 강한 군대를 당연시하는 ‘부국강병’이었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진시황을 도와 중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진나라 재상 상군(商君ㆍ본명 상앙)이다. 그는 전쟁을 통해 전쟁을 없애는 ‘이전거전(以戰去戰)’의 이론을 제시하며 부국강병을 주장했다. 즉 전쟁을 없애는 방법은 싸움을 통해 모든 나라를 통일하는 길이란 이야기다. ‘평화를 위해 무기가 필요하다’는 오늘의 국제 현실과 맥이 닿는다.

 

이 외에도 제나라 관중(管仲)은 엄격한 법 제정과 시행을 주장하며 나라의 틀을 세우고 위세를 떨친다. 손자병법으로 알려진 손빈은 병법에 관한 구체적인 전술을 바탕으로 자신이 속했던 나라의 세력 확장을 모색한다.

 

물론 『사기』엔 이처럼 패권주의 철학만 담긴 건 아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이들도 있는데, 대표적 인물이 공자(孔子)와 맹자(孟子)를 포함한 유가다. 이들은 패권주의란 시대적 조류를 예치(禮治)로 맞서며 왕도 정치를 주장한다. 그래서 공자가 설파한 것은 싸움 대신 군주의 덕으로 전쟁도 없애고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묵가의 묵자(墨子)는 오늘날 세계 윤리와 닮은 이상주의적 반전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은 『사기』에서 조연에 불과하다. 오직 패도만을 받아들이던 왕과 제후는 그들의 주장을 묵살한다. 그래서 중국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공자도 『사기』에서는 끊임없이 여기저기 떠도는 방랑객으로 그려진다.

 

『사기』에 나오는 또 다른 주요 대목은 ‘합종연횡(合縱連橫)’으로 대변되는 동맹에 관한 기록이다. 설득의 귀재인 소진(蘇秦)은 당시 최고 강국 진의 동방 진출을 막기 위해 나머지 6개국을 하나로 묶는 합종책(合縱策)을 내세워 15년간 6국 재상을 역임한다. 이에 맞서 진나라 장의(張儀)는 6국 연합 동맹을 허물고 개별적으로 진나라와 횡적 동맹을 구축하는 연횡책(連橫策)으로 대응해 진의 천하통일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이 펼치는 현란한 외교적 수사와 술수는 오늘날 국제 관계를 이해하는 데 영감을 준다. /곽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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