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반생명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는 왜 침묵 중일까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2.03 19:06 |

이 세계는 사회와 자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정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를 한 축으로 놓고 보면 사회와 자연은 환경을 이룬다. 우리와 환경, 이것이 이 세계다. 볼 것도 없이 정체성의 주체를 나로 할 경우엔 나와 환경이 성립한다. 이것이 이 세계다.

 

그렇다면 우리와 환경의 관계가 문제가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환경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환경은 우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환경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누구도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 환경의 관계에서 핵심 논점은 이 관계를 어느 선에서 설정하느냐에 있다. 멀게 설정하면 환경만큼 먼 것도 없을 것이다. 가깝게 설정하면 환경만큼 가까운 것도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유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관계가 멀게 설정되는 경우 아마 반사회적인 인간집단이라든가 반자연적인 인간집단이 출현할 수 있다. 반대라면 몰개인적인 인간집단이라든가 자연착취적인 인간집단이 출현할 수 있다.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적정선에서 유지토록 하는 것, 그것을 생명이라 지칭할 수 있다. 우리와 환경의 관계를 적정선에서 유지토록 하는 힘이 생명이다. 생명이란 힘이 다하면 우리는 소멸하기 때문이다. 나와 환경의 관계에서도 같은 것을 말할 수 있으리라.

 

우리라는 인간집단에 적용된 생명관은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과학적인 생명관이나 이와 유사한 상식에도 그리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생명관을 말하는 것은 여기에 시립병원설립운동을 비춰보기 위해서다. 의문부호를 찍어도 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는 이렇게 주장했었다. '돈보다 생명을!' 마침내 시립병원 설립의 지역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보다 아름다운 소리를 알지 못한다. 생명이 돈보다, 따라서 생명이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봤기 때문이다.

 

생명이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운영주체나 운영방식으로도 환원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생명은 분해되고 말았다. 돈으로, 운영주체로, 운영방식으로 환원되고 말았다. 전액시비로, 성남시로, 직접운영으로 변해 버렸다.

 

게다가 환원된 주장들은 일방적이다. 전액시비는 수취와 재분배의 합리적 관계에 대한 판단이, 성남시는 시민이 주체가 되는 병원을 어떻게 설립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직접운영은 다른 운영방식들과의 합리적인 비교 검토가 부재하다.

 

힘은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와 환경의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생명일 리 만무하다. 석면이 시가지 전역으로 흩뿌려졌는데도 그들은 이재명과 더불어 사죄는커녕 후안무치한 침묵을 지켰다. 반생명적인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생명보다 돈을!' 그래서인가. 그들은 지금까지 보인 의례적 행태와는 전혀 다른 기묘한 모습을 새롭게 보이고 있다. 시의회로부터 시립병원 설립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는데도 침묵하는 것이 그것이다. 절대 가만있을 리 없을 그들이. 생명이 소멸 중이라는 징후인가. /마인황 칼럼니스트

Copyrights © 2006 www.sntimes.kr All Rights Reserved
공감 비공감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