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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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타임즈 | 2012.01.12 10:12 |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아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누구도 모르는 말일 수 있다. 이 말을 실제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라는 생각이 일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유일한 의미에서 앎이란 지와 행이 합일하는 앎일 것이기 때문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누군들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어서 되었겠는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만다. 왜 그럴까. 오늘이 어제의 연속인양 인간은 관성적인 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 저가 노는 물을 '전부'인양 '세계'인양 간주해버리는 것이다.

 

과거 식민지를 초래한 이씨왕조의 '쇄국'이 그런 것이다. 세계로  활개치고 다니던 제국주의를 눈앞에 보면서도 지워버린 것이다. '평화통일론'도 그런 것 같다. 통일을 더욱 지체시키는 수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정 행정구역 안에서 '소통령' 행세하는 자치단체장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자체의 막대한 재정과 상명하달에 익숙한 공무원조직을 악용해 온갖 똥폼을 잡으며 '토호' 행각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감사원이 발표한 지자체들의 회계조작은 교훈적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경기 화성시, 충남 천안시, 인천광역시가 가용재원을 부풀려 선심성 공약사업에 편성, 집행했고 예산 적자를 숨기려고 다음 회계연도 세입을 부당하게 앞당겨 쓰는 등의 수법으로 흑자가 난 것처럼 회계를 조작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헛공약 따위로 적자를 감추기 위해 회계조작이라니! 이것은 지자체가 해당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구린 놈이 뒤를 감춘다'더니! 따라서 문제는 구린 놈이 뒤를 감추는 사기를 칠 때까지 도대체 지방자치제의 한 축인 지방의회가 뭘 했느냐는 것이다.

 

지자체장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지방의회를 구어 삶아 먹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성남시의회의 어느 몰상식한 시의원 말대로 "백만 시민이 뽑은 시장과 몇 천 명 시민이 뽑은 시의원은 같냐?"는 이유에서 지방의회가 거수기 노릇을 해왔다는 것인가.

 

따져보면 성남의 뜨거운 감자인 '호화시청사 매각'문제나 '직영의 시립병원 설립'문제도 시의회의 무능에 기인한다. 호화시청사가 어떻게 가능했나? 민선4기 당시 시의회가 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호화시청사는 당시 민노당․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지금의 시장 이재명의 '방조'가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민주당이 이대엽 시장과 힘겹게 싸울 때 함께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조는 민주당 고립으로 인한 패배의 결정타였다.

 

호화시청사의 주역인 이대엽 시장과의 사실상의 공모자인 이들의 방조는 '시립병원 설립'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목적과 수단을 완전히 '착각'했다. 시립병원 설립이라는 '목적'과 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설립장소, 재정, 운영방식이라는 '수단'을 겹쳐서 본 것이다.

 

시립병원 설립이 밑으로부터의 운동인 시립병원설립운동의 산물이며 지역사회의 합의인 것은 맞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일이며 자랑스럽다. 이것은 도전받지 않으며 도전받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들은 성취된 목적과 이후 합의를 이루어야 할 수단을 겹쳐 악용했다.

 

이들의 오류는 '현재 진행형'이다.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권력 잡았다고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뿌리면서까지 '구시청사 폭파잔치'를 벌였다. 파렴치하게도 사죄도 없다. 거기에 '관제병원'에 불과한 시립병원을 설립한답시고 온갖 진기명기를 동원 중이다.

 

호화시청사도 팔겠다고 했으면 팔면 된다. 안 된다면 안 된다고 밝히고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말조차 없다. 대신 이 교활한 침묵을 '시장실 축소'니 '시청사 시민개방'이니 하는 허섭스레기로 대체시킨다. 당초 공약한 매각을 은폐하기 때문에 허섭스레기인 것이다.

 

지방의회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지자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다. 그렇다면 지방의회가 강해야 한다. 다행히 성남시의회는 그 몸짓을 비교적 잘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지방의회 중 드물다. 더 강해지라고 채찍질을 해줘야 한다.

 

동시에 그런 제도적 장치에서 벌어지는 의원들의 노력을 제대로 봐줄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그런 능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화의 수준을 높이는데 당사자인 지방의회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 지방자치제는 여전히 지자체장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정반대다. 거기엔 시장 이재명이 총대를 매고 있다. 그의 반복되는 언행으로 판단컨대 그는 의회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가히 무지다. 오히려 독재적이다. 일찍이 역대 성남시장 중 이런 시장은 없었다. 오죽하면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소리가 나왔을까.

 

시민운동세력은 이중대로 나선다. 이런 시민운동도 있는가. 민주당 시의원들은 원칙이 사라졌다. 국회의원 하고 싶어 나타난 이상호, 정기남 같은 예비후보들도 뭘 안다는 것인지 가세한다. 어제의 민노당, 오늘의 통합진보당도 마찬가지다. 한통속으로 의회를 맹공한다.

 

'반한나라당'이 만능통치약인가. 역대 성남시장의 '뒤끝'을 보지 못했다는 것인가. 시민들의 명예와 자존을 땅에 떨어뜨린 그 '치욕'을 외면한다는 것인가. 공직사회를 지배하는 '말없는 말'을 듣지 못한다는 것인가. 역대 성남시장들은 이재명보다 못하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성남의 '외부'를 보라. '공시적인 시각'을 견지하라. 이것이 감사원의 지자체 회계조작 발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지역을 전부로, 세계로 착각해선 안 된다. 성남이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관성에서 벗어날 때만 비로소 알 수 있는 경구가 '우물 안 개구리'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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