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편협  
진정성의 무게? 장대훈 의장 VS 민주당의원협의회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03 17:48 |

2일 민주당 의원들이 장대훈 의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의회 파행'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말하는 의회 파행이란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예산을 통과시킨 것을 가리킨다.

 

이에 대해 같은 날 장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반박이 아니라 7가지 질문을 던졌다. 즉자적인 반박 대신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주장의 근거를 '전방위적으로' 되물은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말하는 형식과 장 의장이 말하는 형식은 서로 다르다. 이 자체만으로도 양자 간의 수준 차이를 알 수 있다. 장 의장의 형식은 상용의 방식을 벗어나 상대방 주장의 근거를 묻는 방식으로 '허'를 찌른 것이기 때문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형식의 차이는 '질의 차이'로 전화된다. 이 전화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게끔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그 구체적인 접근에 기초한 어떤 판단도 갖게끔 자극한다.

 

주어진 사태를 놓고 어떤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장은 반드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가 부당하다거나 취약하다면 그 주장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다. 따라서 주장이 사상누각임을 드러내는 일이 주제화될 수 있다.

 

그것은 그 근거의 부당함이나 취약성이 밝혀졌을 때다. 장 의장의 7가지 질문은 바로 그 기능을 수행한다.

 

장대훈 의장이 민주당 의원들 주장의 근거를 되물은 까닭은?

 

양자의 근거, 즉 민주당 의원들의 근거와 장 의장의 7가지 질문을 대조해보자.

 

민주당 의원들의 근거는 한나라당의 단독적인 예산 통과에서 장 의장이 '주역'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장 의장이 "민주당 의원들이 예산안 검토를 위해 의총을 하고 있는 도중에 한마디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 의장은 7가지 질문을 통해 맞선다. 그 가운데 첫째에서 셋째에 이르는 세 가지 질문이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1. 본회의장 속개방송을 몇 번씩이나 하였음에도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2. 본회의장에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공무원 및 언론인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고 본회의장 문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민주당 의원만 본회의장에 불참한 이유는 무엇인가? 3. 본회의를 바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의결 정족수가 부족해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장을 위해 7~8분 동안 기다리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무엇을 했는가?"

 

이 세 가지 질문들은 민주당이 제시한 근거에 '대조'될 뿐 아니라 그 근거를 일거에 '붕괴'시킨다.

 

우선 대조는 장 의장의 세 가지 질문들이 실제 일어난 '사실들'에 기초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의 근거는 "한마디 협의도 없었다"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점에서 대조다. 즉 사실과는 전혀 무관하다.

 

장 의장이 제시한 사실들은 내용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협의'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협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협의가 아닌 것이 아니다.

 

장 의장의 '근거로서의 사실들'과 민주당 의원들의 '근거로서의 일방적 주장'의 대조는, 따라서 민주당 의원들의 '근거로서의 일방적 주장'을 일거에 붕괴시켜 버린다.

 

이 대조와 그 필연적 결과인 민주당 의원들의 근거의 붕괴는 한 가지 의미를 일깨워준다.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그 근거조차 사실을 은폐하는 '선동'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즉 비판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판이 아닌 이들의 선동은 기자회견을 빌린 '불온한 삐라' 살포라 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유포된다는 점에서다.

 

'의장 사퇴' 주장은 '비판'이야? '선동'이야?

 

민주당의 기자회견 내용은 근거와 주장만으로 이루어졌다. 즉 장 의장 사퇴와 사퇴의 근거인 일방적 의사진행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여기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반면 장 의장은 이어지는 나머지 4가지 질문을 통해 '되로 받고 말로 돌려주는' 비판을 수행한다. 공적 관계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비판 최대적용의 원칙'의 한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공적 관계에서 비판 최대적용의 원칙은 사적인 관계에서 흔히 적용되는 '비판 최소적용의 원칙'과는 구분된다.

 

공적 차원에선 비판의 강도, 방식 등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공적 영역의 '투명성', 나아가 '열린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4. 2012년도 본예산이 통과되길 진정으로 원하긴 했는가? 5. 당일 본회의장에 불참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엄중한 질책과 책망이 두려워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가? 6. 자정을 넘기면 모든 것이 끝나 버리는 긴급한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라고 하는 것인가? 만약 자정을 넘겨서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하면 의장 책임으로 돌릴 생각이었나? 그렇게 정치적인 공세 및 쇼를 하고 싶었나? 본회의 종료와 동시에 사전에 준비한 듯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7. 민주당은 왜 자체 수정 예산안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나? 준비했더라면 한나라당 수정안과 같이 심도 있는 토의가 가능했을 것 아닌가."

 

장 의장의 넷째에서 일곱째에 이르는 질문들은 한 마디로 '넘치는' 질문들이다. 그리고 '비판적'이다. 그 비판성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아웃사이더에서 온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상황 속에 있었고 그 상황의 표면과 심층을 나름대로 성실하게 읽은 인사이더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동일한 상황 속에 있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이 개별적인 질문들에 어떤 개별적인 답변들을 제출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민주당 의원들은 침묵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궁색한 답변들로 다시 우리를 실망시켜서도 안 된다.

 

장대훈 의장이 보여준 '비판 최대 적용의 원칙'

 

장 의장의 넘치는 비판적 질문들 속에 무언가가 발견된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성남의 지방자치를 둘러싼 어떤 대립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어떤 정신적 실체와 같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일기 때문이다.

 

장 의장의 질문들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진정성(authenticity)'이다. 그의 개별적인 질문들을 엮는 하나의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장 의장은 개별적인 질문들을 통해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묻고 있다고 해도 좋다.

 

"너희가 진정성이 있느냐?"

 

진정성의 윤리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욕망과 사회적 또는 공적인 역할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근대적 주체의 자기통치 기획의 한 양태로서 알려져 왔다. 예컨대 한국사회에서는 이른바 '87년 체제' 및 '97년 체제'를 둘러싸고 한 동안 담론화된 적도 있었다.

 

"진정성은 실정적으로 정의된 어떤 행위나 상태를 표시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부정의 용어다. 진정성은 진정성이 부재한다는 인식 속에 진정성을 추구하는 행동 속에 존재한다. 진정성의 파토스는 개인으로 하여금 그의 삶이 사회적으로 인정된 원칙과 일치하는가가 아니라 그 자신의 자아, 감정, 신념과 일치하는가를 묻게 한다."(황종연, 《비루한 것의 카니발》)

 

황종연은 진정성을 자신을 부정하면서 새롭게 사유해야 하는 진실에 대한 끝없는 접근의 열망이라고 말한다. 장 의장이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을 민주당 의원들은 진정성의 윤리 속에서 숙고해봐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본적 의무인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당부를 저버리고 이재명 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편들기를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너희가 진정성이 있느냐?"

 

15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장 의장에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그가 보여주는 어떤 균형감에서도 드러난다. 민주당 의원들이 장 의장 비난에 멈춰선 반면 장 의장은 이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는 계속되고 있는 이재명 시장의 삐뚤어진 의회관에도 불구하고 집행부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여 시민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되 대의를 위해서는 서로 협조해 나가는 상생의 관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장 의장의 발언은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속에서 '비판'과 '성찰'을 아우른다. 이러한 태도가 '균형'이 아니겠는가. 균형의 반대는 '편협'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이재명은 그 첨두를 달린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는 수준에서.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 시장 이재명의 태도는 장 의장의 직설적인 표현대로 '정치쇼'로 전락될 필연성을 안고 있다. 이들이 보여준 적지 않은 주장들, 행위들이 아마 이미 정치쇼였을지도 모른다.

 

장 의장은 균형을 본다. 그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그것을 전혀 보지 못한다. 그것을 실천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소수당이어서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무기력해서 소수당인 것이다.

 

'균형과 편협의 대립'이 성남지방자치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에서 하나의 진리처럼 포착된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Copyrights © 2006 www.sntimes.kr All Rights Reserved
공감 비공감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