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그리고 의회민주주의  
'시장 고발 결의안' 채택, 지방자치사상 전례 없는 일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02 13:40 |

사람들은 흔히 '민주주의'가 '독재'와 대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견해는 상투적이다. 독재는 전혀 반민주주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칼 슈미트가 《현대의회주의의 정신》에서 갈파한 것이기도 하다. 오히려 독재는 역사적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민주주의의 쌍둥이'라고 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인민의 지배'가 아닌가.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해야 인민의 의지가 가장 잘 대표되는가에 있을 것이다. 예컨대 루소는 《사회계약론》을 통해 인민의 의지를 개개인의 의지를 초월하는 의지, 즉 '일반의지'로 상정한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이 견해는 개개인의 의지를 초월한 의지로부터 독립된 '국가'를 통해서만 구현된다는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루소류의 사회계약론자들의 견해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일반의지를 대표하므로 국가가 의회 위에 존재한다는 사고다.

 

국가란 무엇인가? 관료시스템(그리고 군대)이다. 그럼 관료들의 명줄은 누가 쥐고 있는가? 절대주의국가라면 왕이다. 대통령중심제 민주주의국가라면 대통령이다. 예컨대 기초지자체라면 시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령 시장으로 대표되는 관료시스템에선 민주주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민주주의란 논리적으로 관료시스템을 대표하는 왕이나 대통령, 시장의 독재를 초래한다. 예컨대 박정희의 유신독재, 볼셰비즘, 파시즘, 수령독재가 그렇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에서 입증되듯이 민주주의가 흔히 독재로 흔히 귀착되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재로 귀착될 수도 있는 민주주의에 대립하는 것은 오직 '자유주의' 밖에 없다. 자유주의는 인민의 의지가 토론에 의한 합의, 다수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서로 다른 개인들'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로는 정치적 사고에서 자유주의가 유일하다.

 

자유주의는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들은 다양한 이해의 대립에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루소류의 사회계약론자들이 상정하는 일반의지란 실은 의미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현실의 다양한 이해의 대립이 '조정되었을 때에 한해서'라는 것이다.

 

토론과 다수결에 의해서 인민의 의지를 구현한다는 정치적 사고, 즉 자유주의는 제도적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통해서 구현되어 왔다. 이 점에서 의회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일반과는 그 기원과 실제 역사에서 전혀 다른 것이다. 바로 이 점을 흔히 사회민주주의자들, 그리고 시민운동하는 자들은 무시한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성남시의회가 2011년 연말에 통과시킨 수정예산안과 '이재명 성남시장 직권남용·직무유기·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고발에 대한 결의안' 및 '성남시장 수행비서 업무방해·집단모욕죄 고발에 대한 결의안’에 대한 이해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수정예산안과 시장 및 수행비서에 대한 고발 결의안은 성남시의회를 통한 일반의지인 것이다. 설령 그것이 의회 내 소수당인 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시의회를 통한 일반의지라는 사실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령 수정예산안에 대해 시의회 내 소수당인 민주당이 '누더기예산', '날치기 처리'라고 비난했다 해도 그것이 성남시의회를 통한 일반의지의 표출임을 전혀 훼손시키지 못한다. 민주당의 비난은 그저 '시의회 내부의 문제'로 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런 비난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성남시의회를 구성하는 일부이며 성남시의회를 통한 일반의지는 그것이 토론이나 다수결에 의한 합의에 의한 것인 한 '잠정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난할 수 있다는 것이 비난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과 같지는 않다. 가능성과 현실성이 엄연히 다른 논리적 범주이듯 비난할 수 있다 해도 실제 행해진 비난이 제대로 된 비난이 아닌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비난은 당리당략에 갇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의장 명패를 깨부수는 그런 반의회주의적 난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반드시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폭거에 참담함과 분노를 느낀다지만, 그 '폭거'는 민주당 역시 책임을 나누어야 할 폭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의회의 일반의지를 '다수당의 횡포'로 몰아붙이는 것은 글러먹었다. 기관대립형인 지자체 구조에서 대립축의 일방인 성남시의회의 일반의지를 다수당의 횡포로 몰아붙이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그것은 여전히 이 시장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방자치를 '시장으로 대표되는 관료시스템 중심'으로 본다는 것을 폭로해줄 뿐이다. 이것은 예산으로 나타나는 '정책'에 대해서도 그가 '관료에 의한 통제정책 중심'으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자체 구조가 제도적으로 기관대립형이라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이 시장은 그것을 한나라당이라는 '특정 당파의 문제'로 왜곡시키고 이데올로기적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 '시민을 위하여'를 들이대면서 자신의 독재적인 성향을 은폐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 교활한 것이다. 이 독재적인 성향이 바로 시의회가 그를 위험하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의회가 그를 고발하기로 결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자체 구조가 기관대립형인 한, 시장과 의장이 시를 함께 대변한다. 강수장형(지자체)이 '시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이 시장 고발 결의안의 취지는 모두가 귀 기울일 만하다. 이 결의안 채택은 아마 성남시 지방자치사상 전례가 없을 것이다.

 

"성남시의회는 민선 5기 이재명 시장의 의회 짓밟기와 핍박으로 인해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방자치법에 보장된 시의회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려는 행동을 서슴없이 계속해서 자행했다. 이 시장의 이러한 행위를 묵과할 경우 선례가 되어 지방자치법 49조에 명시된 지방의회를 대표하는 의장 및 주민 대의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행태가 빈번하여 도저히 지방자치와 의회민주주의를 지탱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지방자치의 근간인 의회민주주의를 바로잡고 의회 정상화를 위하여 고발키로 했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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