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뭐가 이렇게 안 맞지?  
'앞으로는 잘해보자 하고 뒤는 칼을 움켜쥐고 있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1.12.30 11:13 |

이재명 시장.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앞으로는 잘해보자 하고 뒤로는 칼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앞뒤만 맞지 않은 게 아니다. 겉과 속이 영 딴판이라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29일 '민중의 소리'는 이 시장이 성남시의회에 조건 없는 회동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아마 시가 뿌린 보도자료를 받아 '그대로' 보도를 한 것 같다.

 

이 언론은 이 시장이 "연말까지 예산 처리가 되지 않으면 시민 피해와 시정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염려로 "어떤 형식이나 시기, 장소를 불문하고 시의회 누구와도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기에 기사는 "이 시장은 지난 9월~11월 중에도 여러 차례 만남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매우 안타까웠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상하다. 이 시장의 회동 요청은 있을 수 있는 시민 피해와 시정 혼란을 염려해서인가라는 의문을 갖게끔 하기 때문이다. 왜?

 

첫째, 과거에 회동 요청들이 있었다면 그것은 이번과는 다른 사유들 때문이기 때문이다. 즉 이번 일과 무관하다. 무관한 것을, 더구나 불발된 과거의 회동들을 상기시키는 것은 요청한 회동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 회동들이 성사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의 태도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회동 요청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그것을 요청하는 입장이라면 상대적 열세 아닌가!

 

이것은 오히려 회동 요청을 받는 시의회를 깎아내리는 행위다. 때문에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회동을 요청하는 것은 뭔가 만나서 협상을 해보겠다는 태도일 수 없다.

 

이 시장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때문에 시의회를 향한 진솔하고 무조건적인 회동 요청이긴커녕 나중에 벌어질 수도 있는 예산 처리 파행의 책임을 시의회에 떠넘기기 위한 수순이란 의심이 가능하다.

 

좋다. 백보를 양보해 지금까지의 생각을 잠시 뒤로 물리치자. 중요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 시장이 시의회를 향해 진솔하게 무조건적으로 회동을 요청했다고 치자.

 

그런데 또 뭐가 이렇게 걸리나. 같은 날 나온 이 시장의 '이덕수 의원의 (이 시장) 명예훼손에 대한 소속직원 항의사건과 관련한 입장' 발표가 그것이다.

 

이 입장 발표에서 이 시장은 "이 의원에 대한 민·형사 및 정치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며 시의회도 "이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어불성설이다. 왜? 이 의원이 말한 것은 시민 모두가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첫째, 판교철거민의 이 시장에 대한 항의가 이 시장이 그들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는 점.

 

둘째, 이 시장이 판교철거민들을 향해 쏟아낸 고압적인 말들은 그들을 변호했던 인권변호사가 맞는지, 시민을 대표해야 하는 품격있는 시장이 맞는지, 시민들로 하여금 그를 인권변호사로 받아들였던 일반적 관점을 재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그 계기를 갖게 했다는 점.

 

따라서 이 의원을 통해 알게 된 것(혹시라도 그가 누구든 이 앎을 '확실한 지식' 개념으로 '둔갑'시키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과 이 시장의 입장 발표 내용과의 뚜렷한 대조에서 분명한 의미 하나를 얻을 수 있다.

 

같은 날 발표된 회동 요청을 백보를 양보해 진솔하고 무조건적인 것으로 이해할지라도 그것과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잘해보자 하고 뒤로는 칼을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자연스러운 결론은, 이 시장의 시의회와의 회동 요청이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매체를 활용한 여론전이 아니냐는 것이고 그리고 이것은 그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심을 품게 만든다.

 

이 의심은 앞서 말한 대로 나중에 있을 수도 있는 예산 처리 파행의 책임을 시의회에 떠넘기기 위한 수순이란 의심으로 이어진다.

 

왜 이 시장은 일방으로 시의회와의 회동을 제안하면서 다른 일방으로 과거의 회동 불발들을 들먹이며 의회를 폄하할까. 왜 이 시장은 같은 날 일방으로는 회동을 요청하면서 다른 일방으로는 이 의원을 물고 늘어져 시의회와의 대립을 반복하는 것일까.

 

덕분에 같은 당 민주당 시의원들이 체통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이들은 이 시장을 향해 "과도 반응"과 "준예산 사태가 몰고 올 혼란에 대한 걱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쓴 소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모습은 이중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속내는 여전히 의회는 안중에 없다는 태도다. 게다가 그는 이 속내가 비춰지지 않도록 할 괄호치기 능력도 전혀 확인되고 있지 않다.

 

이 시장의 회동 요청이 의심을 동반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그것을 따져볼 분명한 한 가지 팩트가 있다! 그것은 그의 회동 요청이 그가 주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한 것이지 대립이 나타난 바로 그 실제 현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시장은 의회에서 벌어진 일을 의회에서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 바로 이것이 팩트다. 의회가 어떤 곳인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토론하는 곳 아닌가.

 

의회는 시장 이하 집행부를 상대로 의회에서 묻고 따진다. 반대로 시장 이하 집행부도 의회의 룰 내에서 얼마든지 의회를 상대로 묻고 따질 수 있다. 토론에서 어떤 결론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참여하는 모두에게 기회가 있고 모두에게 분배된다.

 

왜 이런 시의회를 놔두고 뭘 따로 만나겠다는 것인가? '어떤 형식이나 시기, 장소를 불문하고'? 레토릭 아닌가? 그렇다면 이 시장이 지금 보여주는 행위들은 '취객(醉客)의 열쇠 찾기'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카플란(Abraham Kaplan)은 말한다.

 

"어느 술 취한 사람이 불이 밝게 켜진 가로등 밑에서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가 그에게 왜 당신은 잃어버린 곳에 가서 찾지 않고 이곳에서 찾느냐고 물었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이 더 밝기 때문'이다."(《 The Conduct of Inquiry(탐구의 행위)》)

 

요컨대 이 시장은 자기가 주도할 수 있는 시스템, 자기의 특정 사고틀에 맞추어 자기 위주의 정치를 재구성하려 할 뿐이다. 그런 것이 정치인가? 오히려 그것은 반정치에 지나지 않다. 정치와 반정치를 구분하는 것은 '현상을 둘러싼 토론'이기 때문이다.

 

따로 떨어져서 일방적으로 하는 말, 일방적으로 하는 행위는 정치일 수 없다. 그런 것은 누구나, 아니 정치력 없는 초보들이나 하는 것이다. 왜 이 시장은 토론하지 않는가. 왜 시의회에서 시의회를 상대로 이덕수 의원이 말한 것에 대해 토론하지 않는가.

 

애당초 이 시장은 시의회에서 치열하게, 품격있게 토론해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인가? 바로 이덕수 의원이 시민의 대변자로서 말하려 한 판교철거민의 문제에 대해서, 인권변호사 출신의 시장의 품격에 대해서, 그것이 말해선 안 될 금기라도 된다는 것인가?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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