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김부선, 사당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14 14:27 |

한국어를 사용하는 언어공동체에서 '엄마'라는 말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엄마라는 말은 그 말을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에게는 사전적인 의미나 문맥적인 의미를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볼 수 있겠지만 한국어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그런 설명이 전혀 의미가 없다. 엄마! 그냥 사용하고 사용함으로써 느끼고 이해하며 체감한다.


엄마라는 말은 한국어공동체에서 낱말에 대한 의미, 기표에 대한 기의로 환원되지 않는다. 역으로 의미 이상, 기의 이상이다. 한국어공동체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느끼고 이해하며 체감한다. 소쉬르가 '언어 안에는 적극적인 말의 항목을 갖지 않는 차이만이 존재한다'(《일반언어학 강의》)는 패러독스를 제시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엄마와 같은 말을 미래주의자의 용어를 빌어 '초이성적 언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에 따르면 의미가 따라붙는 이성적 언어와 달리 초이성적 언어는 언어 자체가 순수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의미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변별적인 소리, 형태와 같은 언어학적 현상들이 의사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자율적 가치를 갖는다고 보는 것이다.


초이성적 언어는 특별한 예민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번역되거나 다른 말로 대체될 수 있는 일반적인 이성적 언어들, 즉 의사전달 목적의 언어들과는 다른 특별한 지위를 갖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근래 성남의 지역정치를 놓고 봤을 때 주목할 만한 초이성적인 언어가 두 개가 있을 것 같다. '김부선'이라는 말, '사당'이라는 말이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성남의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 김부선이라는 말은 의미 이상이다. 순전히 이재명 때문이다. 김부선 스캔들이 외부로 터져 나왔을 때, '나는 아니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은 그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아니다'고 밝혀진 사실은 전혀 없다. 피부 하얀 변호사 출신의 시장에 대한 그녀의 증오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당이라는 말도 그렇다. 성남시장후보 공천과정에서 김부선 스캔들을 민주당이 과연 몰랐을까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공천을 김창호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 데서도 드러난다. 전석원이 국민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민주통합당의 밀실공천을, 김재갑이 민주통합당의 밀실야권연대 협상을 비판한 데서도 드러난다.


초이성적 언어는 의미 이상이다. 의미의 배후에서 그 말을 사용하면서 느끼고 이해하며 체감하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초월적인 힘이 있다. 한국어공동체에서 엄마라는 말의 사용은 잘라 말하기 힘든 가슴 벅찬 어떤 심경에 빠져들게 한다. 김부선이나 사당이라는 말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부정성이 그들을 강력하게 사로잡는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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