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면 족한 것을……  
윤원석 사퇴의 변, 어떻게 볼까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23 05:16 |

통합진보당 민주통합당 양당 야권단일후보인 윤원석이 22일 사퇴했다. 그가 사퇴한 이유는 언론의 후보검증작업의 결과이자 그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절대적이고 전폭적인 동의였다. 주지하다시피 언론의 후보검증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20일 프레시안의 그의 성추행 전력 보도였다. 언론의 후보검증의 필요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보도다.


이 사실만으로도 언론의 후보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된 셈이다. 언론의 후보검증이 요구되는 이유는 정치권이 후보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윤원석에 대해 인물의 특이성(인수위 대변인, 주사파)에 따라 객관적인 검증의 잣대를 들이대었다.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그 결과, 윤원석은 제 생각 없이 성남시장 이재명에 기댄다는 점, 밑으로부터의 양당 야권연대에 무관심하다는 점, 책임질 줄 모른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이로부터 그가 야권단일후보로 부적절하며 따라서 야권단일후보를 다시 뽑아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프레시안의 결정적인 후보검증에 걸려 고꾸라지고 말았다.


이로써 그는 야권단일후보로서도 통합진보당 후보로서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대한민국 어떤 정당의 후보로서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의 성추행 전력은 언론사 대표로서 여기자에게 자행한 직장 내 성추행이라는 사회문제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정당의 후보로서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사퇴의 변이 어떻게 나와야 하는지 분명하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이 한 마디면 족하다. 이것 말고는 입이 있어도 달리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외부적인 통제에 의한 검증은 내부적인 통제에 의한 검증, 곧 자기통치의 원리에 따라 답해야 하는 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답은 어떠했는가? 그는 두 가지를 늘어놨다.


"통합진보당에 누를 끼치고 야권연대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 개인의 불미스러운 과거 행적", "야권연대의 대의"가 그것이다. 정당의 후보로서 현재진행형인 잘못이 어떻게 제 개인의 불미스러운 과거 행적이라는 것인가? 밑으로부터의 야권연대를 외면하고 오히려 민주통합당에 대한 가해의 책임을 가진 자가 어떻게 야권연대의 대의 운운할 수 있는가?


다 껍데기 같은 소리에 불과하다. 자기통치와는 전혀 무관하다. 사퇴의 변이 아니라 사퇴할 수 없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이 치졸한 답은 그가 인수위 대변인으로 관계 맺은 성남시장 이재명과도 기묘한 일치가 있다. 김부선 스캔들이 터져 나왔을 때 이재명은 '나는 아니다'고 변명했지만 그러나 그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전히 증명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윤원석은 사퇴했다. 사퇴할 만한 이유가 있어서 사퇴한 것이다. 혹자는 사퇴라는 사실을 들어서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전혀 아니다. 사퇴했다면 사퇴에 응하는 답이 나와야 하는데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의 소재는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책임의 소재는 단수인 사람에게 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의 윤리'라는 것이다.


그 어떤 그럴 법한 말로 포장해도 책임을 다른 것으로 돌리는 한, 그것은 책임회피의 궤변에 지나지 않다. 책임의 윤리와는 전혀 무관하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이와 같은 윤원석의 기만적인 사퇴의 변이 나오자마자 그를 대변해온 성남피플뉴스는 윤원석 선거본부 관계자의 말이라며 유권자들이 동의한 언론을 향해 다음과 같이 겁박하고 있다.


"야권연대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악의적인 보도는 야권연대에 흠집을 내고 통합진보당을 음해하기 위해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윤원석 후보의 명예회복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제보자와 프레시안을 상대로 허위사실에 대한 고소를 할 예정이다."


악의적인 보도? 통합진보당 음해? 윤원석의 명예회복? 사실관계? 그래서 허위사실에 대한 고소를? 역시 주사파는 다르다. 이뿐이랴. 수정구에서 사퇴한 낙선의 달인 김미희를 땜질용으로 쓰겠단다. 주사파의 눈에는 유권자가 표로, 숫자로만 보이는 것이다. 도대체 책임을 책임답게 질 줄 모른다. 놀랍다. 수치를 몰라도 이렇게 수치를 모를 수가!


21일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윤원석 사퇴를 요구하던 게시글을 인용한다. 주사파의 심장을 향해 쏜 화살과 같은 그 게시글의 한 대목은 예언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원내교섭단체라는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당원들의 환호가 절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선거 승리만으로 결코 치유될 수 없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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