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4.21 12:53 |

20일 성남시장 이재명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취임 직후 선언했던 모라토리엄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잘했다"고 자평했다. 이 모라토리엄 선언에는 적실성 여부와 함께 특권적인 시장권력의 행사라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다. 이 때문일까? 그는 이번에는 "시민들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당화를 위해 시민을 끌어들인 것이다.


부모나 선생이 아이를 꾸짖거나 때리는 일이 실은 화를 참지 못한 탓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나 선생은 그것을 교육을 위해서라고 강변하는 경우를 본다. 심지어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런가 하면 그저 자기과시나 자기만족의 글쓰기를 반복하는 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것이 시민이나 공익을 위해서라고 에둘러 말한다.


그러나 '거리의 열정'을 가지고 '시간의 추이' 속에서 사태를 파악하는 눈에게는 그것이 종종 가식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곤 한다. 어떤 주장을 했건 간에 실제 초래된 일에서 앞뒤가 맞지 않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이 눈으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유사사례들을 조망할 경우 발견하게 되는 것이 '등가'라는 사상이다.


니체, 마르크스는 이것을 탐구했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손해와 고통이 등가라는 사상에 대해 그것이 채권자와 채무자의 계약관계에서 기원한다고 비판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스미스나 리카도가 서로 다른 상품의 등가형태를 인간노동에서 구한 것에 대해 그것은 화폐경제의 확대 속에서 나타난 가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등가라는 사상은 앞의 사례들로 말하면 특권=시민, 화=교육, 자기만족=공익처럼 같지 않은 것을 등치시킨다. 같지 않은 것을 등치시키는 것을 수사학적으로는 은유, 철학적으로는 개념이라고 부른다. 은유가 은유로 멈추지 않고, 개념이 개념으로 멈추지 않고 그 이상의 리얼리티를 주장하는 것은 등가라는 사상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징표가 된다.


등가라는 사상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평등이라는 사상이다.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상적 차원이 아닌 구체적 차원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은 전혀 동등하지 않다. 다양하고 이질적이다. 평등이라는 사상이 문제가 될 때 어떤 형태로 그것을 주장하는 자와 평등한 수준에서 싸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가라는 사상에 지배당하는 자가 그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어렵다. 병자가 병인을 모르는 자기 병을 깨닫는 것이 어려운 것과 같다. 동시에 그런 등가라는 사상에 지배당하는 자를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거리의 열정을 가지고 시간의 추이 속에서 사태를 파악하는 눈은 흔해빠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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