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의 서울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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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타임즈 | 2012.01.30 15:34 |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입니다
고향도 묻지 마세요
아무 것도 묻지 마세요
세상의 인간사야
모두 다 모두 다 부질없는 것
덧없이 왔다가 떠나는
인생은 구름 같은 것
……………………

 

'서울탱고'다. 이 노래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나름 인생의 쓴맛, 단맛을 본 사람들일 것이다. 노랫말은 애절하다. 곡조 역시 그렇다. 김부선이 최근 설특집 방송에 나와 이 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선곡 이유를 "내 인생과 같아서"라고 밝혔다.

 

허스키한 음색은 두툼한 시간의 켜랄까, 상처투성이의 세월인 듯하다. 노래의 특색인 애절함을 독특하게 칠해준다. 춤과 어울려 최음(催淫)적이기까지 하다. 원래 탱고, 왈츠, 캉캉과 같은 춤들이 음란성을 특징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녀가 한 때 뭇 남자들의 공상적 외설 재현을 자극하던 에로배우인 탓이리라.

 

뭐랄까. 어떤 회한이 전해진다. 가슴을 때리는 데가 있다. 어린 감수성에서는 아이유의 말대로 "도입부 때 소름이 돋았다"고 할 만하다. 진행을 맡은 최화정의 느낌표가 훨씬 명쾌하다. "역시 김부선이다!" 김부선보다 위인 나이, 학력위조로 사죄해야 했던 곡절 있는 그녀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 그것이 김부선이다. 미혼모, 대마초가 그녀를 따라다닌다. 앙가주망이랄까 그런 것도 있었다. 힘들고 지친 탓인지 그녀는 진단받았다는 심힌 조울증을 언론에 공개한 적도 있다.

 

그녀의 서울탱고가 가슴을 때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그녀 인생의 한 부분인 스캔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또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지난 해 11월 그녀가 분노와 조소로서 언론에 폭로한 "피부가 하얀 변호사 출신의 지자체장"과의 스캔들이 그것이다.

 

정신분석적으로 그 폭로는 원한을 가진 자가 공개적인 발설을 통해 해원(解寃)하려는 몸짓이다. 은막이라는 공개적인 무대를 가진 배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은 거기에 맞는 응답을 주저하고 있다. 사실상 그녀가 꽤 구체적으로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세상이 응답할 실마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캔들 상대가 누구냐는 의혹에 이재명 시장만이 느닷없이 출현해 "한 여배우의 지나가는 독백"이라고 발언한 것이 그것이다. 그로 보면 영락없이 스스로 주홍글씨를 자신의 이마에 써서 붙인 격이다. 스캔들을 접한 사람들로 보면 불난데 기름 부은 격이다. 당사자인 그녀에게는 영락없는 인격모독이다.

 

이것이 결정적 단서가 되어 '김부선 스캔들'은 이재명 시장을 여전히 떠나지 않고 있다. 성남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 스캔들을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람들에게 '김부선 하면 이재명, 이재명 하면 김부선'이다. 이 때문일까. 더 이상 이재명 시장은 입을 열지 않는다. 다시 입을 열었다간 뭔 일이 터질지 모를 만큼 그가 경박하게 처신했던 셈이다.

 

김부선 스캔들로 그를 수긍하지 않으려는 강한 안티심리가 대중적으로 퍼졌다. 물론 여기에는 사회적 기대치와 어긋나는 공적 영역에서의 그의 일탈적 행위들에 대한 의문도 결합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힘 중 하나가 윤리에 있는 한, 김부선의 상대로 의심되는 그를 사람들이 수긍할 리는 만무하다. 이 안티심리마저 없다면 세상은 이미 죽은 것이다.

 

아직도 그녀는 스캔들의 상대를 "시장넘"이라고 조소한다. "결혼하자, 총각이다 사기쳤다"고 피해의식과 증오심을 공개하곤 한다. 동시에 그것은 그녀의 팬카페에 올라온 "그 이니셜이 아니다"는 석연치 않은 해명에 뭔 불을 끄겠다는 것인지 "한 여배우의 지나가는 독백"이라는 서둘러 반응한 이재명 시장에 대한 조소로 봐도 무방하다.

 

그녀의 서울탱고는 그녀 자신의 '이리저리 나부끼며 살아온 인생'을 넘어 '인생의 부질없음'에 이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감각한 세상인가 싶어서다. 그녀가 증오하는 그 '시장넘'에게도, 스캔들에 침묵하는 불온한 세상에게도,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것 같다.

 

그녀의 서울탱고는 뭇 남자들의 외설적 공상의 재현을 자극하던, 이제는 나이 먹어버린 '한 여배우의 지나가는 노래'일 수 없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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