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16 11:32 |

직관(intuition)이 뛰어난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적인 것을 한 마디로 또는 어떤 인상적인 행위로 드러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정신적인 능력이 아무에게나 아무렇게나 주어질 리 없는 것이다.

 

일본의 빼어난 무사들이 그런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야마모토 쓰네토모(山本常朝)가 구술한 《히가쿠레(葉隱)》에는 무사도에 관한 인상적인 정의가 나온다. '무사도란 죽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정의는 본질적인 직관의 산물인 듯하다.

 

그래서일 것이다. 진정한 무사들은 삶과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다. 때문에 그런 무사들은 평소에는 그때그때의 한 마디 말을 중요시 여겼다. 한 마디 말에 용(勇)과 정신의 전부를 실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직관은 '내 예감이 맞다'든가, '여자의 직감'과 같은 것일 수 없다. 흔히 직감(직관)을 내세우는 사람치고 그것이 직관인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예단이기 일쑤다. 칸트가 말했듯이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포츠성남의 조정환 기자가 민주당 박모 의원이 동료의원에게 폭언을 퍼부으면서 시장과 시의원을 단순 대조하는 무지한 일을 놓고 쓴 기사에 이런 표현이 있다. '시장을 찍은 손은 오른손이고 시의원을 찍은 손은 왼손이냐?'

 

그가 쓴 기사 중에는 '시의회 의결권도 시 집행부에 넘겨야 할 듯...'이란 표현도 있다. 이것은 시 집행부가 지난 연말 시의회가 의결한 본예산에 월권이요 법령 위반이요 공익 위반이요 하는 구실로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응한 표현이다.

 

빼어난 직관이 아니면 쓸 수 없는 표현이다. 이 빼어난 표현들은 실은 '아이러니(irony)'다. "장난임과 동시에 진지함이고,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숨김없이 드러나 있음과 동시에 깊숙이 숨겨지지 않으면 안 되는"(하르트만, 《독일관념론철학》) 것이 아이러니다.

 

요컨대 아이러니는 자신의 무력함을 우월성으로 전도시키는 것이다. 역으로 그런 정신적 우월함에서 비롯된 의지 없이는 아이러니는 가능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러니는 무기력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태도에서만 출발한다.

 

시장 이재명으로부터 여러 문제들을 직관하는 사람들, 그들은 조 기자의 아이러니를 공유할 수 있다. 이 공유는 또 다른 아이러니가 탄생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직시이자 동시에 현실의 극복, 이것이 아이러니의 본질이자 힘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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