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덕 지음 『시앵티아』  
과학에 불어넣는 철학적 상상력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1.12.08 16: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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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유와 세계관, 논리와 상상력, 과학과 철학, 나아가 존재와 인식은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이제 과학이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논리와 상상력의 필연적인 만남이 요청된다.

 

자연을 읽어 내려가는 과학적 사유의 노정(路程)에서 새로움이란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에서 다른 있는 것으로 전환한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과학적 사유는 상상력을 업고서야 비로소 그 빛을 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물질계와 생명계로 나누어, 최근에 이루어진 자연과학의 성과들을 인문학적 질문방식으로 재구성했다. 우선 과학 자체를 내적으로 반성하는 메타과학의 문제를 철학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을 다루었다. 다음으로, 거시와 미시의 대상세계를 조망하는 생명계의 문제를 살핀 뒤, 우주라고 하는 거시세계의 양자 차원의 미시세계를 대비하여 다루고 있다.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각각의 장은 별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과학적 사유와 세계관, 논리와 상상력, 과학과 철학, 나아가 존재와 인식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각 장별로 등장하는 질문들 역시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저자는 과학 인간의 삶과 직결시켜 풀어낸다. 특히 과학과 철학, 문화의 일관성을 주장한다. 일례로 과학과 문화는 상통한다고 한다. “과학과 문화는 창의적 사유와 상상력에 의해 탄생된다는 사실이다. 창의적 사유와 상상력은 획일적인 세계관에 갇혀서는 결코 획득할 수 없다. 나의 주장만이 최종적이고 절대적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그것은 이미 창의적이기를 포기한 것과 진배없다. 그래서 창의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남과 공존할 수 있다는 삶과 사유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과학의 창의성 역시 다양한 삶의 문화로부터 창출된다. 과학과 문화가 다양성의 끈으로 맺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지상주의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인간의 욕망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 커지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욕망을 채우려 들지 말고 욕망의 그릇을 작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추상적인 요청이 아니라 구체적인 인류의 강력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인간이 자연에 대한 오만함을 경계하고자 했다.

 

우리의 삶은 비선형의 시간 속에 놓인 점을 설명하며 과학의 진보는 이를 해명할 수 없다. 이를 반성하며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현대문명사회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를 설명한다.

 

인간의 진화 양상, 인간과의 공존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 자연과학이나 경험학에 대한 메타과학의 의미 역할을 분석하는 작업으로서 자연철학의 기능이 있다. 윤리학에 대한 재조명, 과학의 사회적 역할 등 역사적 조망을 시도하는 자연철학과 과학의 문화적 의미를 진단하는 연구영역이다.

 

과학철학은 형식과학의 범주안에서 갇혀서는 안 되며 구체적 내용을 담은 종합과학(synoptic science)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종합과학의 가능성은 현실 개별 과학의 변화를 눈여겨보는 세심한 태도와 철학과 과학을 상보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과학철학은 좁은 철학적 논제의 틀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과학과 인간의 역사를 상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관념과 인식에 틀에 박힌 자연과학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폭넓게 인식하고 결정론적 자연론을 아우른 자연철학이 내재해야만 하나의 카오스이론에 바탕을 둔 진정한 과학의 방향이 설정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해박한 지식으로 고전과학자로부터 근대과학자 현대과학자의 이론 및 방법론까지 제시하며 과학의 단편일률적이고 획일적인 과학의 높은 담을 헐기에 노력했다.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현대 문명사회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이성적이라는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가장 비이성적인 주술이 그만큼 더 성업하는 현실사회의 괴기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과학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과학과 더불어 사이비종교나 무당 등과 같은 주술성이 같이 공존하는 사실을 우리는 새겨보아야 한다. 그래서 과학의 진보를 말하면서 과학 장르 하나만을 가지고 폐쇄적으로 논의해서는 결코 그 핵심을 파고들 수 없다. 과학의 진보는 윤리적 문제, 역사적 맥락에서의 진보, 인류학적 문명의 맥락에서의 진보 그리고 상징 이미지 신화 등과 같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맥락에서의 진보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과학의 비선형성을 논증하기에는 과학의 현실과 과학의 희망이 서로 동떨어져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우리 삶의 현장이 너무 피폐해져 있다. 그래서 과학의 진보만이 아닌 삶의 진보를 구체적으로 함께 말해야 한다. 삶의 진보는 나의 존재가 내가 호흡할 수 있는 역사의 그물망에서 하나의 격자점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역사의 그물을 짜나가는 작업은 한 방향으로만 직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짜나간다. 어디가 앞인지 모르지만 어느덧 우리는 격자점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그물망을 넓혀나가야 한다. 과학의 진보도 삶과 유리된 과학지식의 과체중 성장이 아니라 구체적 삶의 격자점 넓히기의 한 측면이 되어야 한다.”/TSMon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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