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파악이 논술의 반이다  
논제는 출제자의 요구가 담아 있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1.12.08 16:58 |

2007학년도 고려대 수시 2학기 시험 인문계 문제에서 다음과 같은 논제가 출제됐다. “위 제시문들은 ‘의사 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것이다. (가)의 요지를 밝히고, (가)와 (다)의 견해를 비교하고,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여 ‘의사 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학생들에게 이 논제를 읽으라고 하면 글자 하나 빠짐없이 또박또박 잘 읽는다. 그런데 한참 다른 이야기를 한 뒤 논제가 뭐냐고 물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열에 서너 명은 앞의 첫 문장은 빼고 답하기 일쑤다. 출제자가 제시문을 ‘의사 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못을 박은 부분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셈이다.

 

고려대 측이 논제를 제대로 읽지 못해 시험을 망친 수험생이 꽤 있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논술 지도교사들이 한결같이 호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학생들이 습관적으로 논제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당시 제시문 (가)는 영국의 철학자 흄과 로크의 견해를 중심으로 감정과 이성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제시문 (다)는 중용과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를 발췌한 것이다. 사실 이들 제시문 자체는 의사 결정이라는 주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논제는 제시문을 ‘의사 결정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것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따라서 학생은 제시문을 무조건 이 관점에서 독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글 자체의 외적인 의미에만 관심을 두면 논제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답안을 작성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논제는 길어야 서너 줄을 넘지 않는다.

 

금방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의할 것은 분량이 적다고 논제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논제는 출제자의 요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논제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함부로 덤벼서도 안 된다. 지나친 자신감이 답안을 작성할 때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오류를 막기 위해 시험 도중에도 논제를 거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제시문을 읽기 전은 물론 제시문을 독해할 때, 개요를 짤 때, 답안을 구체적으로 써나갈 때, 그리고 답안을 모두 작성한 뒤에도 논제에 맞게 접근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논제의 요구에는 반드시 분명한 의도가 있다. /TSMon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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