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 맛 이야기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23.11.12 15:28 |

시장형

맛이야기 정범석

 

나이테 동심원이 일흔 줄 헤아리는 고목이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식당에 출근한다

다시 꽃 피우고 열매 맺겠다고 달떴다

버팀목 두 쇤 뿌리에 새 힘이 생기고

세월에 거칠어진 목피에 윤기가 돈다

가지에 마실 나온 바람과 어깨춤을 추고

성근 은빛 이파리는 헤드뱅잉을 한다

고목이 열정을 리필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흔들던 바람 견뎌낸 지혜로

둥지 튼 새들 잘 품어 길러낸 사랑으로

심긴 땅과 새들을 자신보다 아끼던 희생으로

우듬지까지 새 꽃 피워 과실을 내어놓는다

찾아드는 젊은 새들이 엄마 손맛이란다

둥지 떠나 사는 새들이 고향의 맛이란다

2모작 경륜이 빚어낸 깊은 맛이라고 입을 모은다

 

칭찬에는 고래 아닌 고목도 춤을 춘다

노쇠와 원숙의 두 갈림길에서

흔쾌히 원숙의 길을 선택하는 열 그루 고목

 

에필로그

태안시니어클럽의 맛이야기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들을 고목으로 은유하여 시를 썼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서, 또는 주위에서 듣게 되는 노인학대, 노인 경시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때, 이 사회가 굴러가는 한 바퀴의 소임을 충실히 담당했던 그들이 지금 그 역할을 못 한다고 해서 경시, 소외받아야 할 어떤 이유도 성립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이 감당했던 경륜이 오늘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지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노인의 나이가 계급장이 될 수는 없다.

젊은 한때의 역할과 위치를 내세워 대접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경륜과 인내로 젊은이를 섬기는 덕이 필요하겠다.

 

노련이 존경받고 패기가 응원받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되기를 속한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방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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