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스캔들 없습니까?  
권력욕과 공심, 그리고 권력통제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2.10 14:10 |

'私(사)'라는 한자는 禾(화)와 厶(사)의 합자(合字)다. 곡물(禾)을 내 것(厶)으로 한다는 뜻이다. 타자를 배제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뜻한다. '公(공)'이라는 한자는 厶(사)와 八(팔)의 합자다. 내 것(厶)을 나눈다(八)는 뜻이다. 이기적인 태도를 벗어난 이타적인 태도를 뜻한다. 이렇듯 어원을 추적하면 공과 사의 구분은 명료하다.

 

공과 사, 두 개념어의 본래의 뜻을 추적하는 일은 지구상의 수많은 언어들 중 한 가지 언어에 불과한 한자의 어원학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한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세계언어(엄밀하게 말하면 제국언어)였고, 유럽에서 라틴어가 그렇듯이 세계언어로서의 한자는 동아시아가 공유한 제도, 사상의 존재형식이었기 때문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공과 사, 두 개념어의 어원에서 보듯이 동아시아의 전통에서 공과 사의 구분은 명확하다. 비록 유럽에서 이식된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엄격했던 그 구분이 많이 흐려지긴 했다. 그러나 그 전통은 여전히 빛을 잃지 않는다. 이 점은 일찍부터 자본주의가 시작된 유럽에서 공과 사의 구분이 불분명하게 된 사정과는 다른 점이다.

 

공과 사의 구분이 흐려지고 있는 이 사태는 자본주의의 영향만은 아닌 것 같다. 현실에서 그 이상의 영향을 미쳤을 권력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권력의 문제는 과거처럼 '집권적 권력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권력을 그렇게 보는 것은 여전히 통용되는 전통적인 관념이긴 하지만 동시에 상투적인 것이기도 하다.

 

핵심이유는 '권력이 아래로부터 온다'는 사실이 이미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게 된 것은 거의 푸코의 사회학 덕분인데, 그 의미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 더 큰 억압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이다. '대중'(국민, 주민, 당원의 형대로 출현하는)에 의거하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로 읽을 수 있다.

 

위로부터든 아래로부터든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성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권력의 추구에서 아래로부터의 방법을 피할 수 없게 된 '현대'라는 조건은 그 인간성이 흔히 위장된다는 것을 알게 한다. 여기에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성이 반드시 통제되어야 할 필요성, 그 인간성에 대응하는 더욱 정교한 통제기술의 필요성이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성이 방치되면 방치되는 만큼이나 인류의 불행은 필연적이다. 이것을 한 시도 잊어선 안 된다. 따라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거기에 걸 맞는 통제의 기술들이 개발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통제의 기술을 이끌어가는 원동력, 즉 그 정신인 '공심(公心)'을 잊지 않는 것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성에도 공심이 늘 곁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인 외부적 통제와는 달리 이 경우의 공심은 자기통제, 즉 내부적인 통제의 기술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손벽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마찬가지로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성에 대한 통제는 내·외부적인 통제가 공심의 한 장소에서 만나는 지점에서만 가능하다.

 

우선 외부적인 통제기술들이 개발되고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 '들통나면 골로 간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병역, 납세, 전과, 재산과 같은 벼리에 한정되어선 안 될 것이다. 학력(이상락), 경력(유동규), 정치활동(이상호), 스캔들(이재명)과 같은 벼리가 엄격히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내부적 통제에 대한 사회적인 검증장치가 개발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이 지점이 가장 취약하다. 정치적 권리는 한 표로 환원되지 않는다. '사람'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뽑고 언제든 솎아낼 수 있는 권리만이 유일한 의미의 정치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의 검증이 너무 빈곤하다. 여전히 유권자라는 이름의 정치적 주체들은 '바보'에 지나지 않다.

 

내부적 통제로서의 공심에 대한 검증은 외부적 통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것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권력은 외부적 통제와의 게임에서 위장술로 버티려 하기 때문이다. 이 검증에서 비상한 인식력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깨어 있는 개인, 그 개인들의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인 시민단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심에 입각한 내·외부적인 통제기술 또는 검증장치의 마련, 이것이 권력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 특히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검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민주적인 대화와 합리적인 토론과 치열한 논쟁의 기술'이다. 민주화 이후 정치도, 사회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이다.

 

권력에 대한 외부통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검증기술의 개발과 적용이 일반화되면 될수록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성은 공심에 입각한 자기통제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때라야만 비로소 권력의 성질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단호하게 묻는 검증이 유권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가령 이재명 시장이라면 다음과 같이 단호히 물어야 한다.

 

"혹시 스캔들 없습니까?"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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