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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반드시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이 결합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백척간두'라는 말을 사용했을 경우 그 말에는 '백척간두'라는 의미하는 것과 그로부터 연상된 '절박한 심정'이라는 의미되는 것이 결합한다.
이 때문일까. 흔히 사람들은 말에서 의미하는 것을 통해 의미되는 것을 주목한다. 가령 누군가가 백척간두라는 말을 사용했을 경우, 듣는 사람들은 백척간두라는 의미하는 것으로부터 절박한 심정이라는 의미되는 것을 주목한다.
타자에게 의미되는 것이 달라지면 말의 가치가 달라진다. 가령 백척간두라는 말은 절박한 심정으로 의미되는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말이겠지만, 자기부정을 위장하는 기만적인 허울로 의미되는 누군가에게는 그 가치가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말'이 된다.
말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말의 교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타자와 교환되지 않는 말은 결코 '사회적'일 수 없다. 말이란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말이 있어서 마음이 있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닌 것이다. 때문에 한 번 뱉은 말은 도로 주어 담을 수 없다.
이제껏 말한 것은 전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이상락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다. 그가 느닷없이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그 동안 "정치 현실에 대해 아웃사이더로 지내왔다"면서 "다시 정치를 해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기가 자기를 부정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4년 허위학력 관련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처리 되기 직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사죄와 함께 "빚진 자의 심정으로 봉사자의 길을 가겠다"고 굳게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는 없다. '아웃사이더'와 '봉사자'는 의미되는 것이 완전히 다른 말이다. '다시 정치를 해보겠다'는 것과 '빚진 자의 심정'이라는 것도 의미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말이 아니다. 같은 한 사람의 서로 다른 말이다.
한 입으로 나온 두 말 사이에는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심연'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 꽤 지났다 해서 저절로 메워지는 그런 것일 수 없다.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그의 사죄와 약속은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사죄이자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사죄이자 약속이 아니었다면 그것이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사죄와 약속일 리 만무하다. 그를 기억하는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다. 아니 그렇게 간직하고 있다. 그는 말의 교환에서 실패하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그의 학력위조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민과 지역주민에게 비극의 주인공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뜬금없이 소극의 주인공으로 나타났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으로 말이다.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는 "철저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쳤다"고 말한다. 골계다. 자기가 자기를 부정해버린 사람의 후안무치한 골계다. 때문에 오히려 그의 말은 그가 주변사람들에게 흔들렸다는 것으로 의미될 뿐이다. 정신의 박약함으로 의미될 뿐이다.
더욱이 그가 '백척간두'라는 말까지 앞세우는 데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비극의 주인공이 반복을 통해 소극의 주인공으로 출현했을 때, 그 말은 앞뒤 맞지 않는 자신을 위장하기 위한 기만적인 허울이 된다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다 돼도 이상락은 안 된다. 그의 사죄와 약속은 정치로, 더욱이 말 바꾸기가 식은 죽 먹기인 정치로 환원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비극의 주인공에서 소극의 주인공으로 반복된 그로부터 '지저분하다'는 이 허무감을 달리 위로할 길이 없다.
'이상락, 이건 아니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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