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시험이 인사 '파격'이라고?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이 있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25 12:43 |

설 직전 일부 언론이 이재명 시장의 '파격인사'를 보도했다. 이 시장이 지난 13일 사전에 예고 없이 5급 사무관 승진 후보자 8명을 불러 시책과 관련된 주제를 주고 논술시험을 치렀으며, 승진한 2명에게는 논술시험 결과가 결정적 작용을 했다는 보도 내용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한 부류의 언론은 이 시장의 인사가 '파격'이라는 시각을 보여주었다. 다른 부류의 언론은 공직자들의 반응을 점검해 파격인사라는 일방의 시각(?)과 함께 편파인사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다른 일방의 시각까지 관심을 확대했다.

 

전자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인사의 파격을 말하면서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긍․부정의 차원이 아닌 전혀 다른 차원에서 볼 수 있다는 데 미치고 있지 않다.

 

후자는 파격인사와 편파인사 양쪽을 아우른다는 점에서 이른바 공정을 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파격인사라는 것은 '편파인사에 대한' 파격인사라는 의미에서 전자의 일방적인 주장과 그리 거리가 멀지 않아 보인다.

 

어느 언론에선가 첫 보도기사에 수정기사에서는 삭제된 '뒤늦게 알려졌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만큼 시간적 거리를 메울 만한 '기사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기사 가치와 언론이 보여준 시각은 괴리가 있어 보인다.

 

예고 없는 논술시험이 인사에서 파격?

 

이런 문제틀에서 언론이 보여준 시각에 다른 시각을 대립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인식의 노력에서 그 파격인사라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사무관 승진에 결정적 작용을 했다는 논술시험이 사전에 예고가 없었다는 것은 오히려 '문제적'이다. 둘째, 그 논술시험이 파격이라면 그 파격은 오히려 '얼치기 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 첫째 이유에 세 가지 반론을 구성할 수 있다.

 

반론 하나, 시험 앞에 주눅 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 시장도 수험생이라면 예외일 수 없다. 때문에 흔히 학교가 그렇듯이 출제자는 '열심히 시험 준비하라', '자신감을 가지라' 하는 격려로서 수험생의 긴장을 풀어주곤 한다. 시험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론 둘, 논술시험은 상당한 지적 수준이 요구되며 준비에 돈도 많이 든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논술시험을 자주 치러본 정도의 수준이나 최소한 싸게는 50만 원, 비싸게는 100만 원의 돈을 들여 대입논술을 준비한 정도가 아니라면 논술시험은 어렵다.

 

글쓰기는 말하기와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의미나 가치가 있는 생각이 있고 그것을 말로 조리있게 할 수는 있는데 글이 안 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실제로 생각도 말도 되지만 글이 안 되는 사람이 백에 아흔 일곱, 여덟이다.

 

예를 들어 역대 민선 성남시장 중 글이 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김병량 시장만이 정책 보좌역을 했던 별정직 공무원이 쓴 초고를 자신의 생각으로 첨삭해 완성하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런 사실로 역대 민선 성남시장 중 그 누구도 폄하되지 않는다.

 

이 시장의 경우, 주로 시장이 되기 전 일부 언론 기고나 다움 아고라 등을 통해 글을 선보였으나 그 역시 기본적으로 논술적이지 않다. 글이 선동적이고 가벼운 데가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오히려 실제 현실과 전혀 다른 그의 글이 문제일 것이다.

 

그는 "다수 의견에 따르면서도 소수 목소리를 아우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자신의 공약집에 썼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다르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방의회의 끊이지 않는 저항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술 따로 실제 현실 따로'다.

 

'논술 따로 실제 따로'라면 논술시험이 무슨 소용?

 

반론 셋, 사전에 예고 없이 치러진 논술시험이 사무관 승진 후보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느껴졌을까? '억압'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인사권자의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재량'이 아니라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검열'이 아닌가 의심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인사권에서 재량은 존중되는 것이다.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그러나 남에게도 '의식적 사실'로 나타나는 한에서다. 반대로 그것이 남에게 무의식적인 사실로 나타난다면 의심받는다. 무의식적 차원에서 재량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승진을 앞둔 후보자들에게 인사는 온 신경이 곤두서는 의식적 사실이다. 그러나 논술시험은 사전에 예고 없이 치러졌다. 그들에게 '의식 바깥'의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즉 무의식의 사실로 나타났다. 인사권자의 재량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신분석은 심적 사실을 시장통처럼 소란스런 무의식에 속한 것과 그보다 좁고 질서정연한 의식에 속한 것으로 구분한다. 용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구분은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 이전부터 말해져 왔다. 프로이트가 획기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검열관이 있다. 검열관이 허가한 것만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들어간다. 왜 검열관이 있는지, 왜 검열하는지, 검열의 기준은 무엇인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검열관이 하는 일은 억압이다. 억압은 저항이란 증상으로 나타난다.'(《정신분석강의》)

 

그가 "자아는 자기 집의 주인이 아니다"고 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무관 승진 후보자 중 누가 이 시장이 논술시험을 들고 나올지 알았겠는가? 사무관 승진 후보자 중 누가 그 결과가 승진에 결정적 작용을 하리라고 알았겠는가? 의식의 무력함이여!

 

우리는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왜 검열관이 억압하는지 전혀 모른다! 사무관 승진 후보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이 시장이 왜 사전에 예고 없이 논술시험을 들고 나왔는지, 왜 그 결과가 승진 인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시장이 예고 없이 들고 나온 논술시험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검열'이며, 검열을 통한 '억압'과 같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사람이 있다."(!?) 오, 우리의 위대하신 전지전능의 검열관님!

 

논술시험은 인사권자의 재량인가 검열관의 억압인가

 

그 논술시험이 파격이라면 그 파격은 오히려 '얼치기 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는 둘째 이유는 어떤 근거로 말할 수 있을까?

 

만약 파격이 긍정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있다면 관례적인 것보다 우월할 때다. 일회적이거나 단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관례적인 것과 충분히 비교, 검토되어 우월한 의미나 가치로 판단되었을 때다. 이럴 때만 관례적인 것도 '편파'라고 비판할 여지가 생긴다.

 

비교, 검토가 제도(화)의 수준에서임은 물론이다. 흔히 개혁이 실패하는 이유 또는 '사이비 내지 얼치기 개혁'으로 끝장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돌이켜보면 짝퉁 개혁들은 제도(화)의 수준이 아닌 '새것 편애증'이라는 정신질환에서 나온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언론 보도 내용에서는 이 시장이 예고 없이 들고 나와 사무관 승진인사에 결정적 작용을 했다는 논술시험이 왜 파격인지, 어째서 편파에 대한 파격인지 그 정당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제도(화)의 수준에서 관례적인 것과 비교, 검토된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지자체 집행기관의 수장이다. 그 조직을 움직이는 자리다. 그 조직을 움직여 일을 하게 하는 자리다. 이 시장에게 "독선에 제멋대로라 희망이 없다"는 취임 초 그의 친형이 했다는 쓴 소리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 시장의 친형이 했다는 그 쓴 소리에는 시장이란 자리가 '책임의 종점'(트루먼)이라는 근거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 있는 그에게선 걸 맞는 행위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이 자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례들은 부지기수다.

 

오히려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인 인사에서조차 '깜짝쇼' 느낌을 주고 '언론 플레이'나 한다는 인상을 준다. 조직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최근 수도권타임즈가 독자들을 위해 제공한 '독자의 광장'에 다음과 같은 재미난 우언이 실렸다.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너무 큰 감투를 쓴 게야!'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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