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인간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5.28 22:04 |

어쩌다 서울 가는 전철이나 기차를 타게 되면 객실 안은 온통 스마트폰 사용자들이다. 눈을 뗄 줄 모른다. 생각보다 많다. 인간과 도구의 관계에서 주객의 전도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다. 이 전도는 습관적인 사용으로 볼 때 거의 생리적인 수준이다. 이런 식으로 인간과 도구의 관계에서 주객이 전도되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인간 위상의 전복이다. 도구를 부리는 인간에서 정반대인 도구의 노예인 인간으로 말이다. 심각하다.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하는 그런 사태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과 같은 자연적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과 분리되어 있다. 이 분리는 도구의 발명, 사용으로서 극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도구의 노예가 된 적은 역사상 일찍이 없었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역사적으로 극히 찰나적 시기에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후퇴했다. 인간과 도구의 관계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지배하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헤겔)이 작동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인간 위상의 전복은 그러나 예고되었던 것이다. PC를 이용한 일반화된 인터넷 사용부터 이미 뚜렷한 징후로서 나타났던 것이다.

 

왜 인터넷을 사용하는가? 신문, 책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식이나 정보의 추구에서 신문, 책의 보완재가 아니라 역으로 신문, 책 그 자체가 된 것이다. 일반화된 인터넷 사용에서는 지식이나 정보의 추구를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색을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발견'한다. 이 전도는 인간과 도구의 관계에서 역사상 획기적이다.

 

인터넷 검색을 습관화한 사람들로부터 확연히 느낀다. 그들은 다양한 지식이나 정보를 과시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잉여적, 즉 필요 이상이다. 깊이가 없거나 그것들을 묶는 어떤 인식틀 내지 관점이 확인되지 않는다. 사용연한은 거의 촌음을 다툰다. 사용 즉시 폐기되는 지식이며 정보다. 지식조차 지식이라기보다는 정보에 가깝다.

 

스마트폰 사용이 습관화된 사람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터넷을 뺀 스마트폰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터넷,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사용은 확산 중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사용과도 맞물려 있다. 검색 목적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자들로부터 나타난 인간형은 '검색인간'이라 부를 만하다. 이들의 반응은 검색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검색이란 억압의 회귀, 반복이다. 이 반복강박은 자본제적 교환양식을 작동시키는 세계상품(기축상품)이 '정보상품'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구조 하에서 검색인간이란 이 시대의 자본제적 인간이다. 자아가 자본제적 교환양식을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을 이용한 '저항'이 순정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반응은 정치적으로 보여도 정치적이지 않다. 오히려 반정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반동적이다. 자신의 문제와 관련해 언론이나 정치를 통해 공론장에 오르지 못한 자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갖 정치적 제스처를 쓰는 경우를 흔히 본다. 공론장을 회피한 그것은 차라리 반동적이다. 이미 자신이 송두리째 뽑힌 인간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면 자아가 분리된다'고 호퍼는 말하지 않았던가. /마인황 칼럼니스트

Copyrights © 2006 www.sntimes.kr All Rights Reserved
공감 비공감
twitter facebook kakaotalk kakaostory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