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전 이대엽 시장도 이보다는 나았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04 15:06 |

세상에 뭐 이런 시장이 있을까 싶다. 새해 벽두부터 자신과 의회와의 싸움 얘기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 시장 이재명 말이다. 오성수, 김병량, 이대엽 전 시장들을 다 겪어봤지만 역대 시장 중 이런 시장이 있었나 싶다. 미우나 고우나 함께 가야 할 파트너인 의회를 새해 벽두부터 오기랄까 치기랄까 그저 감정적으로 이러쿵저러쿵이라니.

 

이것은 뒤집어서 보면 그가 지자체장의 최우선 덕목인 서로 다른 이해관계들의 조율능력이 전무함을 적나라하게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애당초 나는 그런 것은 배운 적이 없소라고 먼저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체 '대표'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 모르겠다. 정성적 의미에서 대표라는 말의 실체는 이 조율능력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의회에 대한 그의 감정적 접근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경구가 적용될 만한 사례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실제로 새해 벽두부터 그가 시민들에게 보인 것은 그저 기자들 불러서 마이크 잡고 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원맨쇼'처럼 보인다. 이런 시장에게 과연 기자들의 의미있는 질문이 얼마나 쏟아졌을지 궁금하다. 연기 잘 한다고 비판받았던 이대엽 전 시장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연기와 실제가 다른 것이라면 그는 왕왕 연기가 실제가 아닌가 의심되곤 하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미국의 의원들, 지자체장은 하루 이틀에 그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경륜에 맞는 다양한 경험과 지위를 제공받으면서 인재를 길러내는 정치시스템에서 배출된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사회는 그런 시스템이 부재한다. 때문에 함부로 나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분명하다. 더구나 정치시스템에 그런 것이 없어도 정치인에게 자기수양을 요구하는 것이 아시아적 전통이다.

 

지자체장의 연두 기자회견이라면 시민들에게 과연 어떤 것을 내놓아야 하는가. 어떤 근거 있고 밝은 새해 설계라든가, 그 설계가 의회에 의해 다소 어그러진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어떤 대립의 해소방안이라든가, 자신에 대한 다짐이라든가 공적 인격의 부족함의 토로라든가, 시민의 힘든 삶을 위로하는 따스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뭔가 시장이란 자리를 착각하는 것 같다. 부정적 관점에서 보자면 기초지차체장이란 자리는 그리 대단한 자리가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자리를 꿰찼다고 해도 그 처우가 그룹 회장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테고, 오히려 알아보지 못하는 시민들이 수두룩하다. 대신 혹여 조그만 잘못이라도 알려지면 온갖 맹비난이 증폭되어 쏟아지는 자리다.

 

그도 한 번 떨어져봐서 알 것이다. 낙선하면 집안의 천덕꾸러기이기 십상이요, 시민들에게 잊어지기 십상이다. 유권자의 권리라는 게 참정권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다수 후보들이 무기력한 침묵에 빠져든다. 그가 다른 시장 후보에 비해 유별난 점이 있다면 그 망각이 두려워 종목 안 가렸다는 점 아니겠는가. 이것은 좋은 소리 들을 짓도 아니다.

 

화자와 청자 사이에는 언제나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아니 화자와 청자라기보다는 나와 타자 사이라고 해야 한다. 순수한 청자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와 타자 사이의 간극이란 곧 소통의 어려움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절망해야 하고 같은 말이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문맥과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그 의미가 달리 이해된다는 것을 항상 열어 놓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늘 화자에만 서려 한다. 새해 벽두부터 의원들에게는 '책무'를 자신에게는 '권위'를 대립시키는 독재적인 발상이나 대체 변호사인지 시장인지 구분할 수 없게 하는 '범법행위'와 같은 말들의 구사는 역겹기만 하다. 언제까지 자기 말의 신화, 자기 말의 이데올로기에 취해 일방적으로 말하기만 할 것인가. 일부 몰인식적인 추종세력이나 찌라시언론이나 그것을 충실하게 나발 불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양심과 세계관에 비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말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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