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없는 수단, 수단없는 목적  
형해화된 사적·공적 인간관계를 생각한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06 01:01 |

"타자를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라."


칸트가 말한 윤리법칙이다.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관계의 양상은 흔히 타자를 수단화할 뿐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의 경우다.


"저 놈이 내게 이득이 될까? 안 될까?",
"이득될 게 없는데 관계할 것 있나?",
"저 놈, 잘 써먹었지, 이젠 버려도 되지."


대개 이런 식이다. 삶의 고통이 주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 세상에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유다. 평생지기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평생지기가 없는 인생이란 아직 살아보지 못한 생일지 모른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관계의 양상이 타자를 수단보다 목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사제지간, 친구관계, 연애관계나 부부관계가 그렇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 "청어람",
"한 집에 살지 않는 부부",
"자기 없는 세상, 상상조차 할 수 없어…….",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흔히 형해화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목적으로 대하는 경우를 볼 수 있어 여전히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추스르게 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의 경우든, 사제지간·친구관계·연애관계·부부관계든 언제나 수단 관념과 목적 관념을 동시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생활처럼 수단이 목적보다 우선한다 해서 목적이 배제되어선 안 된다. 사제지간·친구관계·연애관계·부부관계처럼 목적이 수단보다 우선한다 해서 수단이 배제되어선 안 된다.


수단과 목적이라는 두 관념의 소유와 실천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타자에게 나 역시 타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공자는 '일생 동안 행할 한 마디의 말'이라며 '서(恕)'를 들려준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論語》)


칸트의 윤리법칙으로부터 두 가지를 말했다. 수단과 목적의 동시성, 나로 시작한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마음에서 잃지 않고 실천하는 한,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적어도 평생지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 평생지기가 있는가?


훌륭한 스승, 나보다 뛰어난 제자, 부부 같은 벗, 이 세상과 바꿀 수 없는 연인, 한 날 한 시에 함께 죽을 수 있는 남편/아내를 기대할 수 있다. 있는가?


그렇다면 공적인 인간관계는 사정이 어떠한가? 여기서 공적인 인간관계란 역사적으로 주어진 '교환관계'들을 말한다.


노동-경영, 생산-소비, 대표자-피대표자, 교사-학생, 언론-독자, 예술-관객 등은 사회의 주요한 공적 인간관계들이며, 교환관계들이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벗어난다는 점에서다.


삶을 규정하는 주요한 공적인 인간관계들, 교환관계들이 처참할 정도로 형해화되었다. 이것이 사회의 비극이다. 개인에게 있어서는 삶의 비극이다. 그렇지 않은가?


각 교환관계의 특성마다 치유방법들은 다를 것이다. 과정도 각이할 것이다. 그 고민과 모색이 사유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것이든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이 수단과 목적의 동시성, 나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바로 '타자를 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동시에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윤리법칙을 사회적 삶의 매 장면마다 적용해보는 것이다. 이 점에서 잊을 수 없는 마르크스의 말이 있다.


그의 말은 그 치유의 방법과 과정이 사유되고 실천되어야 할 주요한 교환관계들을 생각할 때마다 칸트적 원칙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


"종교 비판은 '인간이 인간에게 최고의 존재'라는 교의로 끝난다. 따라서 '인간을, 경멸받고 예속되며 버림받고 멸시받는 존재로 방치하는 일체의 (교환)관계'를 뒤집으라는 지상명령으로 끝난다."(《헤겔법철학비판 서설》)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사회적 삶을 규정짓는 주요한 교환관계들을 변혁하는 일은 철저히 윤리적인 문제다. 그것은 구조나 이념, 정파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최고의 존재'라는 교의 앞에서 그것들은 한 줌의 재…….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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