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을 선택하는 어려움  
내게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26 09:36 |

선거 때 예민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해관계란 어느 편에 가담했다는 식의 부정적 의미로만 쓴 것은 아니다. 이해관계는 긍정적 의미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구분하고 그런 판단 아래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누군가 내게 전화를 해서 특정후보를 지칭하며 "왜 그를 비판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이에 답했다. "누구든 비판할 게 있으면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능력이 미칠지 모르겠다." 그랬더니 그는 그 특정후보와 관련된 특정문제를 들고 나와 특정한 자기 생각을 말하며 반복해서 따졌다.


이에 답했다. "그것은 당신 생각이다. 그것은 그것대로 당신에게 가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 쓰진 않았지만 내 생각과 당신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다만 특정한 자기 생각을 남에게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다시 그는 다른 특정후보를 지칭하며 "왜 그만 비판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답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만 비판하지 않은 것 같다. 여러 후보들을 비판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냐 누가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다. 비판이란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문제적인 것을 발견하고 음미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이며 여전히 음미가 부족하다면 부족한 만큼 음미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때 예민해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전화를 끊자 대체 선거가 뭔지 자문해보았다. 선거는 사람을 뽑는 일이다. 선거를 뜻하는 election은 elite라는 말에서 파생된 것이다. 즉 선거는 엘리트라는 말에서 나왔다. 엘리트는 원래 세속적인 말이 아니다. 신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종교적 유래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엘리트라는 말은 가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거는 보통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보통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뽑는 일이다. 보통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우리말로는 선량(選良)이라 한다. 그것은 공공업무에 대한 식견은 물론 그것을 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자질을 가진 사람을 말할 것이다.


게다가 그 식견이나 자질도 획일적이지 않다. 가치적이다. 나아가 그것을 보는 유권자의 기준도 획일적이지 않다. 역시 가치적이다. 가치란 니체의 말대로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그 배후에 정해진 본래 의미가 전혀 없다는 것, 바로 이 이유에서 오히려 무수한 의미를 갖는다"(《권력의지》)는 것을 전제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량을 뽑는 일에서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여론조사는 전혀 타당한 기준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내가 여론조사 1등'이라든가, '나도 여론조사 1등'이라 했던 이상호, 장영하를 비판했던 이유다. 다 지난 과거 팔아먹기에 급급한 후보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 운동권 전력을 과시한 황규식을 비판했던 이유다.


식견이나 자질이 있는지 의심케 하는 다른 사례들도 많았다. 가령 무식견(김미희), 선전선동 일삼기(윤원석, 김미희, 이상호, 황규식), 궁색한 변명(박광순), 남의 이미지에 업혀가기(홍석환), 심지어는 돈선거 의혹(정환석), 파렴치한 이력(윤원석), 선거폭력(윤원석) 따위가 그것들이었다. 마땅히 배거의 대상들이다.


선거 때마다 정당의 명망가들이 나서고 각종 언론매체가 오만가지 진기명기를 부리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투표에 앞서 사전에 뭔가를 주입시키기 위해서다. 또 후보의 식견이나 자질도, 동시에 그것을 보는 유권자의 척도도 획일적이지 않다. 가치적이다. 이것이 선량을 선택하는 어려움이다. 선택에서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어떤 유권자가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선택이 '이것이 맞다'는 외통수적 태도와 '그놈이 그놈'이라는 환멸적 태도 사이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런 생각들일 것이다. "내게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주장은 그렇군요. 나도 이런 생각이 없진 않지요. 그런데 접점이 있군요!(접점이 전혀 없군요!)"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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