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독을 탄 수법  
이정희 사퇴, 어떻게 볼까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23 17:07 |

중원구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행패를 부리고 직장 내 성추행 전력이 드러난 윤원석은  당초 사퇴 안 한다던 입장을 접고 22일 사퇴했다. 서울 관악을 여론조사 경선에서 불법을 저지른 이정희는 당초 사퇴 안 한다던 강경한 입장을 접고 결국 23일 사퇴했다.


특히 이정희의 급작스런 사퇴를 두고 일부 언론이나 통합진보당에선 '통 큰 결단'이니 '꺼져가던 야권연대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만을 놓고 보는 단견에 지나지 않다. 원인에서 결과에 이르는 과정 고찰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윤원석의 경우는 밖에서도 안에서도 내몰렸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추행 전력은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악재 중의 악재이기 때문이다. 야권연대의 상징성이 큰 이정희를 살리기 위한 희생양이라는 이해 또한 가능하다. 버려도 되는 카드인 셈이다. 그야 초짜이니까.


이정희의 경우는 밖에선 내몰리고 안에서는 내몰리지 않는 첫 국면에서도, 이어진 안팎으로 내몰리는 국면에서도 결코 사퇴 안 한다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그녀의 급작스런 사퇴는 윤원석의 사퇴처럼 상황논리나 희생양 카드 수준으로는 이해되기 어렵다.


가능한 해석은 그녀를 움직여온 주사파의 어떤 셈법에 대한 이해다. 그것은 새누리당 대 양당 야권연대라는 구도를 깰 수 없다는 셈법이다. '작은' 인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큰' 구도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셈법에서 양당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양당 야권연대를 보는 시각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을 누르는데 좀 부족한 힘을 통합진보당을 통해 채우자는 입장이다. 명백하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에게는 야권연대가 메인이 아니라 서브에 지나지 않다. 단순한 덧셈법에 기초한다.


통합진보당은 새누리당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힘을 빼앗아오자는 것이 목표다.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야권연대에 목숨을 거는 이유다. 윤원석 사례처럼 파렴치범으로 사퇴하면서도 야권연대의 대의를 말할 정도다.


용수철이 왜 용수철인가? 다시 말해서 용수철은 어떻게 해서 튀어오를 수 있는가? 능동적인 힘이 행사된 이후에 그 힘을 상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용수철이 튀어오를 수 있는 것은 반동적인 힘이 능동적인 힘을 빼앗아오기 때문이다.


반동적인 힘은 능동적인 힘이 어떤 종류의 힘인지, 더 능동적이어야 한다든지, 눌러야 한다든지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에게 작용한 능동적인 힘을 빼앗아오기만 하면 된다. 중원구 민주통합당이 쑥대밭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정희의 급작스런 사퇴에 작용한 것도 이런 셈법이다. 이정희를 지키는 것보다는 새누리당 대 야권연대라는 구도, 곧 세력적인 배치관계를 고수해야 민주통합당의 능동적 힘을 더 많이 통합진보당으로 빼앗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요컨대 통합진보당은 인내하면서 힘을 길러 강자보다 더 세져서 강자를 이기려는 것이 아니다. 강자의 힘을 빼앗아 강자를 약자로 만듦으로써 강자를 이기려는 것이다. 약자의 생각에는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비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약자의 의도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양당 야권연대가 새누리당을 누른다 해도 통합진보당의 승리는 일시적인 것으로 머물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을 누르지 못한다면 통합진보당은 틀림없이 사냥터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전혀 정공법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니체가 꿰뚫어 말한 대로 그것은 '피에 독을 탄' 수법(《도덕의 계보》)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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