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 가(邊)에 서있는 허수(虛首)아비  
농촌의 주인이며 들녘의 파수꾼인 허수아비의 추억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6.01.16 17:12 |
2006-09-05 16:29:00 기사입력 | 류수남 ysn7675@hanmail.net     

[류수남 칼럼] 지난 2일 분당엘 갔다가 마침성남 제2 종합운동장 앞 탄천 변 다리 밑에서 허수아비 만들기 대회를 한다는 현수막을 보고 발길을 그곳으로 돌렸다. 

  ⓒ수도권타임즈


필자가 그곳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고향이 충남 서산의 농촌인지라 어린 시절에 많이 봐 눈에 익어 그곳을 갔는지 모른다.  그곳에 가보니 남궁원 경원대 교수와 김순미 예원유치원 원장 부부와 김성태 경기예총 수석부회장 김종권 성남시민포럼 사무총장 등  몇몇 분들이 웃음으로 맞이해줬다. 

현장에 가서 보니 성남일보가 후원하고 남궁원교수와 김순미 예원 유치원 원장이 주축이 된 놀이 한마당 주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올해로 3회째인 것을 알았다.  

탄천 변 강가에서 열리는 이날 대회는 주말인데다가 기승을 부리는 老炎을 피한 가족나들이 겸해서인지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성황을 이루었다. 

이 대회는 우리농촌의 전통문화로 가을의 얼굴이자 농촌의 주인이며 들녘의 파수꾼이었던 허수아비의 활약상들이 하나의 전설 속으로 살아 저가는 현실을 깨우치기 위한 대회였다고 한다.  
 
5060세대들은 가난한 시대를 같이 살아왔던 동반자로 가을들녘의 파수꾼인 허수아비는 인상은 고약하나 마음씨만은 비단결 같은 노총각이다.  특히 필자의 어린시절에는 이런 노총각들이 많았다.  당시서산에는 삼화과원이라는 충남에서는 예산다음으로 두 번째로 컸던 농장을 선친께서 운영하신 관계로 과일을 쪼아대는 까치와 까마귀를 쫓기 위해 8만여 평이나 되는 넓은 과수원 곳곳에 세워놓아 비와 바람에 쓰러진 허수아비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을 자주해 허수아비들과는 친숙(?)했었다.
 
과수원과 들판에 서있는 허수아비들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다.  과수원의 허수아비는 어깨에 모형 카바이드 총을 올려놓아 들녘을 지키는 허수아비 보다 훨씬 힘이 들었을 것이다. 

들녘의 허수아비는 새를 쫓는 임무였다면 과수원의 허수아비는 까치와 까마귀를 좇는 임무를 띠고 서있었다. 

당시의 참새나 까마귀와 까치는 지금의 山村農事를 망치는 들 돼지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런 허수아비들의 역할은 푸른 들녘을 황금들녘으로 바꿈 시켜 한여름 땀 흘린 농부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래서 가을 거지가 끝나면 거둬 사랑채 헛간에 놨다가 이듬해 다시 쓰곤 했다.  

지금의 5060세대들의 어린시절에는 굶음 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며 넘어야 했던 보리 고개라는 높디높은 泰山峻嶺이 있었다.

이 고개를 넘어서 들녘을 지나노라면 추석을 기다리는 올벼(일반 벼보다 일찍 수학하는 벼)들을 시샘이라도 하듯 구름같이 몰려드는 참새 떼들과의 전쟁을 치렀던 허수아비의 고마움은 이제 황혼에 접어든 노년들의 기억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필자에게는 남달랐던 허수아비의 고마움들을 생각하니 隔世之感만 느낄 뿐이다. 

이런 격세지감과는 달리 탄천 가를 지키는 허수아비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굶기를 밥 먹듯 했던 6070세대들이 살아왔던 시대의 허수아비들과는 사뭇 비교가 되는 것이 많았다.  
 
그 시절의 허수아비들은 살찌고 웃으며 임신한 부부허수아비는 없었다. 재산이라고는 가난이 전부라 웃음이나 좋은 옷이 있을 리 없다. 
 
아무리 단장을 해도 모자는 여름내 주인이 써 땀으로 찌든 낡은 밀짚모자가 전부였다.  그리고 바지저고리는 지퍼나 단추가 없어 가려진 곳이라고는 한곳이 없는 볼 품 없는 허수아비였다.   
 
그러나 탄천 변의 허수아비들은 출산장려에 동참이라도 하듯 웃고 임신한 허수아비들도 있었다.  또 부부허수아비도 있었다. 허수아비는 남자들이라 임신은 상상도 못하지만 탄천 변을 지키는 허수아비들은 임신을 해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시체말로 성전환이라도 한듯했다. 이 또한 격세지감을 느낀다.   연일 목청을 높이는 민원인들과는 달리 험한 風霜이 몰아 처도 군말 없는  허수아비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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