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 무너지는 대치동 유명강사의 '고백'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허황된 소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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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타임즈 | 2012.11.17 13:00 |

아시아경제 | 박충훈 | 입력 2012.11.17 10:03 | 수정 2012.11.17 11:15 

강남 대치동 논술강사 출신 임대균 바리에테 창의연구소 대표(32)가 한 말이다. 임 대표는 1년전까지 대치동 학원가에서 잘 나가는 논술 강사였다. 지금은 논술교육과 수시 포트폴리오 컨설팅을 병행하며 지방 학생들까지 골고루 교육적 혜택을 누리게 하기 위한 수험 정보 공유 사이트 론칭을 준비중이다.

 

그는 매년 이맘 때쯤 피크를 맞는 대치동 논술 학원 열풍이 수험 준비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없다고 비판했다. 강의 시스템, 강사의 자질, 비용…. 어느 한 면도 수험생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치동 논술학원의 기본 강의 시스템은 문제풀이와 첨삭지도로 이뤄진다. 메인 강사가 논술 문제에 대한 해제를 강의한 후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킨다. 자습 시간에 학생 한사람씩 개인 첨삭지도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1시간에 7~8명의 수강생이 일명 '새끼 강사'라 부르는 보조강사 2~3명에게 첨삭지도를 받는다. 30명이 수강하는 클래스의 경우 학생 1인당 약 10분정도의 첨삭지도 시간이 주어진다. 대충 훑어보며 빨간 펜으로 문장 몇개를 지적하는 수준에 그치는 강사들도 있다.

 

임 대표는 "논술 문제는 종합적 사고를 요구하는데다 학생 개인마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글쓰는 스타일이 다르다. 이걸 10분안에 캐치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강사들은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채 일류대 출신이라는 겉포장에 집중한다. 대치동 학원가의 보조 강사는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다. 본인 역시 서울대 미학과 출신인 임대균 대표는 "서울대생이라고 해도 20대 초반 학부생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2회 출근하며 한달에 7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그야말로 아르바이트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대균 대표는 "논술 교육은 문학·사회·철학 등 인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넓은 시각을 갖춰야 하지만 정작 강사들은 유명대학 출신이라는 이름에 가려 실력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물고기를 낚는 법, 즉 논술시험에 필요한 합리적 사고, 문제 접근요령을 제대로 가르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치동에서 전업 강사를 하고 있는 신 모(33)씨 역시 임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신 씨는 "보조강사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뽑지만 이 역시 형식적인 검증에 지나지 않는다"며 "메인 강사 역시 일부 유명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논술 강사를 평생 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는 '뜨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품 낀 학원 비용도 문제다. 이런 강의를 한번 듣는데 드는 비용은 정규 클래스의 경우 17~20만원을 상회한다. 학원들이 자체 시행하는 논술 모의고사는 10만원대. 강북, 지방 학원보다 2배 비싸다.

 

L학원 , H학원 등 대치동의 일부 이름난 학원은 30명정도 들어가는 교실에 의자수를 늘려 50여명이 부대끼며 수업을 듣는다. 임 대표는 "수능 후 논술 면접 대비 클래스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1년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치동에는 학생들이 몰린다. 임대표는 한 지방 출신 학생 J군이 보낸 이메일을 보여줬다. J군은 "제대로 읽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 자신이 없다"며 "서울에서 고시원이나 자취방을 잡은 후 논술준비를 하려한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지방출신의 김모(22)군은 "올해 강북의 한 입시학원을 다니며 재수를 준비했다"며 "수능 후 집에 내려가지 않고 고시텔에서 머물며 논술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 1회당 10만원씩 10회, 생활비, 숙박비를 합하면 보름간 200만원 이상이 든다.

 

임 대표는 "서울대, 연세대 등 소위 일류대 논술 문제는 지문이 길고 난해하며 높은 사고력을 요구한다. 한두달 준비해서 이런 문제에 대처한다는 건 상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술·인문학 등 논술 시험에 필요한 교육의 질적 제고에는 무관심한 현실, 비강남 학생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등이 '대치동 논술학원'이라는 허상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임대균 대표는 "지식은 '눈덩이'와 같다. 크기가 클 수록 한번 굴렸을 때 더 많은 눈(지식)을 묻힐 수 있다"며 학창 시절 독서와 글쓰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논술 대비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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