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시민사회 갉아먹는 쥐새끼  
'시민후보'가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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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타임즈 | 2012.03.02 18:48 |

"삼각형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세 각이 '두 직각과 같다는 것'과 '두 직각이 같지 않다는 것'을 똑같이 생각하기 쉬운 것처럼, 신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자기 본성의 지은이(신)가 '사기꾼이라는 것'과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똑같이 생각하기 쉽다."(스피노자, 《데카르트 철학의 원리》)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별 탈 없이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은 삼각형에 대한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을 갖는다. 그는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이 두 직각과 같다거나 반대로 같지 않다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삼각형에 대해 생각이 '오락가락'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삼각형의 세 각이 두 직각과 같은지는 의심스럽다.


자 없이 삐뚤빼뚤 그린 삼각형, 자를 대고 그렸지만 꼭지점에 이르지 못했거나 지나쳐버린 삼각형이 그렇다. 지구는 둥글다. 적도에 밑변이 있고 하나의 꼭지점이 북극에 있는 큰 삼각형을 그린다고 치자. 밑변의 양쪽 각만 해도 두 직각이 된다. 분명 세 각은 두 직각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삼각형에 대한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은 증명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관념이 명석하고 판명한지 여부를 증명의 문제로 착각하면 생각이 흔들린다. 때에 따라 장소에 따라 생각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생각을 '표상'이라 한다. 표상은 관념이 아니다. 흔들리는 표상은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이재명은 표상에 흔들린다.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텃세론'으로 자기변호에 열을 올렸다. 볼 일 다 봤나? 지금은 온갖 철새들을 불러들인 '철새론'으로 무장한 듯하다. 그는 시장 형님 이재선의 다음과 같은 공개 물음에 벙어리다. "동네에서 살지도 않고 봉사도 하지 않은 자가 어떻게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지할 수 있나?"


이재명, 텃세론과 철새론 사이에서 오락가락


지금은 그와 함께 했던 황규식이 문제다. 그는 2월 29일 민주통합당의 3차 공천 발표 결과, 분당갑 경선후보에서 아웃되었다. 이에 대해 그는 뭐라? 블로그, 트윗,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기변호에 전전긍긍이다. 민주통합당 비난도 곁들었다. 그의 블로그에는 어디 트윗에 올라온 글이라며 퍼 나른 '친노 공천 10계명'까지 게시되었다.


"시민후보 황규식을 탈락시키고 전국철거민연합에서 낙천대상으로 꼽은 분당경찰서장 출신 박광순을 공천한 것은 천인공노할 일", "'혁신과 통합' 몽땅 낙천", "시민후보인 나를 당내 경선조차도 못하게 차단하는 공심위의 결정은 부당", "'혁신 대신 구태를 택한 민주통합당은 민주통곡당." 자신이 몸담은 당, 경쟁자들에 대한 폭로, 비난 일색이다.


특히 '친노 공천 10계명'은 누가 봐도 친노로 알려진 그의 경쟁자 전 국정홍보처장 김창호를 겨냥한 비방 목적이다. 폭로와 비방도 이만하면 그 치졸함이 찬연하다. 치졸한 폭로, 비난의 극은 그가 지난 1월 1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유권자들에게 밝힌 '낡은 정치, 확 갈아엎겠다'는 당초 의지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유권자들 앞에 노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치신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이런 행동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이로부터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자질을 짐작해볼 만하다. 책임의식, 합리적인 판단력? 찾아볼 수 없다. 하다못해 그의 말대로 '무명의 정치신인'이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참신성조차 볼 수 없다. 구태야, 구태!


폭로, 비난 일삼는 황규식의 구태정치


자연스럽게 질문이 나온다. 대체 그는 어디서 정치를 출발하는가? '혁신과 통합'? 그러나 혁신과 통합은 민주통합당과의 합당을 위해 임시로 시민통합당을 결성한 뒤 지난 해 12월  민주통합당과 공식 합당한 정치단체다. 이미 소멸되었다. 그렇다면 그의 정치 출발은 '시민후보' 또는 '시민정치후보'다. 시민운동을 했다는 것이 이 용어들의 근거다.


그는 최근 트윗에서는 자신을 시민후보라 주장하고 얼마 전 출마기자회견에서는 시민정치후보라 주장했다. 두 용어의 동시 사용은 헷갈린다. 이런 것쯤은 봐주자. 그냥 시민후보로 쳐주자. 문제는 '시민'과 '후보'가 조합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시민은 시민사회라는 관념에 기초한 낱말이고, 후보는 정치사회 즉 국가라는 관념에 기초한 낱말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는 국가와 전혀 다르다.' 시민사회는 국가에 의해 기초되지 않는 관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사회는 민족, 국민, 국경, 주권, 국어 따위로 구분되는 공동체, 즉 국가의 하부가 아니다. 시민사회와 국가의 핵심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다. 스피노자나 마르크스, 칸트 같은 이들이 이 명료한 차이를 분명하게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국가, 지역, 인종을 뛰어넘어 사고하고 운동하는 수많은 시민운동들, 세계적인 시민운동들을 보라! 시민사회가 국가에 의해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시민운동이 해결하기 위해 수고하는 핵심과제들이 지구적인 문제들 가령 환경, 평화, 경제적 빈곤 같은 문제들 아닌가. 시민사회도, 시민도, 시민운동도 국가를 초월한다.


설령 어떤 시민운동이 주로 일정한 국가나 지자체 관할 범위 안에서 활동한다 해도 이런 정치적, 지리적 제약은 시민운동의 내용과 질을 전혀 규정하지 못한다. 아니 형식조차 규정하지 못한다. 여기에 '시민운동의 한계를 느껴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이재명의 말이, 이어서 자칭 '시민후보'라는 황규식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인 이유가 있다.


따라서 이들이 했다는 시민운동이 문제가 된다. 이들이 했다는 것은 시민운동이 아니다. 무늬만 시민운동이었을 뿐이다. 사이비시민운동이었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가 무슨 시민운동인가? 국가로의 편입을 통해 정치권력을 쥐고 휘둘러보려는 정치지망생들을 배출하고도 이들을 견제하긴커녕 더불어 놀아나는 사이비시민운동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들이 했다는 시민운동은 정치적, 지리적으로 갇힌 공동체운동에 지나지 않다. 공동체는 닫힌 것이다. 닫힌 공동체는 시민사회와 무관하다. 닫힌 것과 열린 것은 본래부터 다르다. 성질이 다르다. 시민사회는 열린 것이다. 이 세계 그 자체다. 열린 시민사회만이 시민운동의 무대다. 열린 시민만이 시민운동의 주체다.


시민후보? 애당초 가당한 말인가


민주통합당 공천에 '쇄신 실패'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에는 통합과정에서 이미 시민운동 출신들이 대거 들어왔다. 수혈이다. 수혈되었다면 쇄신이 가능할 텐데 쇄신 실패? 이상한 일 아닌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국가에 뛰어든 시민운동 출신이라는 것이 한 때나마 가지고 있던 제한적인 의미마저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도 시민운동 출신들로 수혈했다. 비례대표 후보로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확정했다. 박원석 전 참여자치시민연대 협동사무처장,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위원장도 비례대표다. 박 전 사무처장은 시민운동가 100여명과 함께 입당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바닥이다.


전라도 광주에선 비상시국회의라는 정치단체가 시민사회(?)를 위한 후보 공천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자칭 시민후보들은 '시민정치혁명을 위한 선언'이란 것을 발표했다. "시민정치혁명의 종착지는 정의, 자유, 평화, 복지의 국가 건설"이란다. 무슨 국가 건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지금의 시민운동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이동에서 비롯된다.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시민운동이 김대중정권, 노무현정권 시절에 국가와 짝짜꿍 놀아나더니 이명박정권 시절에 들어와선 반이명박정권투쟁으로 돌아섰다. 주로 자리, 보조금과 같은 떡고물과 관련이 있다. 어느 경우든 변질이다. 처음부터 명석하고 판명한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시민운동은 국가를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국가에 뛰어드는 시민운동이 시민운동일 리 없다. 문제는 이재명, 황규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운동이 국가로, 국가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그것은 시민사회를 갉아먹는 쥐새끼에 지나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세계시민 앞에 부끄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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