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그들의 추악한 맨얼굴  
주사파 숙정없이 진보의 재구성은 불가능하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5.08 18:26 |

『동지의 직책이 뭡니까?』(…)
『투쟁국장입니다.』
『투쟁국장이면 학우들이 동지를 알고 있겠네요.』
『예.』(…)
『대중사업을 하는 동지의 품성은 어때야 합니까?』(…)
『머슴적 품성을 가져야 합니다.』
『머슴적 품성이라?』
『어디 머슴적 품성에 대하여 동지가 아는 대로 말해보시오!』(…)
『머슴적 품성이란 만강부락에서 장군이 조직사업을 할 때, 머슴살이를 하시며 온갖 궂은 일을 다했던 모범을 따라 배우자고 나온 말로써……』
(정도상, 《그대여 다시 만날 때까지》)

 

이것은 한 소설가에 의해 1980년대 말 대학가를 배경으로 씌어진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서 소설가는 소설 속에서 전개되는 상황, 상황을 엮는 인물들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렇게 씌어진 소설이다. 인용대목은 공개조직인 대학 총학생회의 배후인 비밀결사조직에서 투쟁국장인 학생의 징계를 위한 비밀회의 장면이다.

 

이 비밀회의에서 김일성은 '장군'으로, 대중사업에서 요구되는 작풍이 '품성'이라는 말로 또 그 품성이 '머슴적 품성'으로 묘사되고 있다. 김일성이 젊은 시절 머슴살이를 하며 조직사업을 했다는 이북의 건국신화에 기댄 소설인 것이다. 전체주의국가인 이북에선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남한에선 그렇게 할 수 없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남한에선 전체주의를 직시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설이 남한에서 씌어진 소설이라는 사실, 동시에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씌어졌다는 사실이 주목되어야 한다. 그들이 바로 보통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주사파'다. 그들이 지금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 부정선거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주사파는 이북의 국가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을 혁명운동(흔히 '변혁운동'으로 순화되어 사용된다)의 지도이념으로 삼는 남한 내 자생적인 혁명운동세력을 말한다. 인물계보로는 서울대 공법학과 82학번 김영환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가 쓰고 혁명운동권 내에 전파된 '강철시리즈'(5편의 글)가 주사파 형성의 이데올로기적 기초를 놓았기 때문이다.

 

86년 씌어진 강철시리즈는 주체사상 해설과 이북 찬양을 골자로 하고 있다. 워낙 쉽게 씌어졌기 때문에 학생운동권을 넘어 노동운동권에도 널리 전파되었다. 이 시리즈는 이후 주사파의 강령적 문건으로 널리 수용되었다. 특히 이 시리즈에서 거론된 '품성론'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으로 이어지는 학생운동권 통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철시리즈는 김영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혁명운동세력 주류로 NL(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계의 출현을 가져온 것이다. 주체사상, 비밀결사조직, 반미민족경제를 내세우는 식민지반자본주의론, 애국주의론, 남한혁명론과 북조선민주기지론을 구성요소로 하는 정합적인 혁명론을 내세운 혁명운동세력으로 NL계가 등장한 것이다.

 

NL계 조직의 실체가 처음 알려진 것은 87년 6월 민주화항쟁에 이어 여름에서 초가을에 걸친 전국적인 노동자 파업투쟁 직후 성남지역에서 터져 나온 조직사건이다. 바로 성남지역 비밀결사조직인 'NL활동가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보도된 조직사건이다. 당시 14명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다. 미행, 수배받은 활동가들은 그 몇 배에 달한다.

 

당시 구속자 중 1인이 외대 왕산 캠퍼스 출신으로 뒷날 이북과 연계된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사건으로 다시 구속되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보이지 않는 실세로 지목된 비례대표 당선자 이석기는 그와 같은 캠퍼스, 같은 학번인 82학번이며, 같은 민혁당 출신이다. 현재 성남에서 활동하는 자칭 '변혁운동가' 중에는 민혁당사건 출신자도 있다.

 

이처럼 주사파의 실체는 각종 조직사건들에서 드러난다. 우선 김영환이 관여한 비밀결사조직들이 있다. 그가 관여한 학생운동조직에는 86년 초 결성된 구국학생연맹, 89년 초 결성된 반제청년동맹(서울대, 외대 출신 다수), 전위당조직으로는 91년 결성된 민혁당이 있다. 민혁당은 김영환이 직접 조직했고 그가 중앙위원장을 했다.

 

민혁당은 반제청년동맹 출신들, 민혁당이 인정한 17개 비밀결사조직들의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되었다. 중앙위 산하에 조직국, 선전국, 도당에 해당되는 지역위원회(수도권위원회, 전북위원회, 수도권위원회), 학생위원회(고교생도 팀을 만들어 지도)를 두었고, 재야·청년·통일운동단체 등 시민단체들을 종합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당원도 있었다.

 

혁명운동권 내에서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또 전향자들 사이에서 특히 민혁당이 지금도 거론되는 이유는 이북과의 직접적 관련 때문이다. 반제청년동맹 당시 김영환이 간첩 유택림을 통해 조선로동당에 현지 입당하고 91년 강화도 앞바다에서 잠수정 타고 월북해 김일성을 만나고 이북에서 수령한 공작금 40만 달러를 조직활동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영환은 민혁당 조직원들과 달리 월북 후 사상이 변했다. 당초 그가 그리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북의 실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관료주의, 개성의 말살, 활기를 잃은 사회상이 그가 파악한 이북의 실상이었다. 그가 민혁당을 이북과는 무관한 혁명운동을 위한 비밀결사조직으로 바꾸려 하다가 결국 97년 중앙위 회의를 통해 해체시킨 이유다.

 

그러나 김영환이 뿌린 주사파라는 씨앗은 혁명운동권 내에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민혁당만이 아니다. 당시 학생운동만 해도 학생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하던 김영환이 직접 관여한 조직들 이외에도 구국의 광장, 자민통(자주민주통일)그룹, 관악자주파 등이 활동했다. 특히 자민통은 전국연합의 하부조직인 경기동부연합을 장악한 비밀결사조직이다.

 

혁명운동권 내의 이러한 비밀결사조직의 사례들은 모두 주사파와 관련되어 있다. 문제는 그 후 이들이 사고와 태도, 행위양식에서 변화되었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는 데 있다. 분명한 것은 민혁당, 자민통 등 주사파 전력자들이 통합진보당 부정선거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 대한 의문이 전혀 색깔론이 아닌 이유다.

 

혁명운동은 성질상 헌법적 질서를 뛰어넘는다. 따라서 혁명운동은 국가권력의 장악을 전제로 어떤 불법적인 행위도, 위장적인 행위도 정당화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이것은 모든 혁명운동사가 증명해준다. 반대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국가권력의 장악을 겨냥한 혁명운동은 '국가권력에 대한 제한'에 대해서는 지극히 취약하다는 특성도 갖는다.

 

주사파 전력자들이 통합진보당 부정선거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에서 봐야 할 것이 이 지점이다. 혁명운동 전력과 관련한 사고, 태도, 행위양식의 변화 여부에 대한 검증 못지않게 중요한 이 지점은 그들이 '제한된 민주주의의 실천자'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제한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동원되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자들의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 방해책동, 이정희 공동대표의 당권파 아바타 역할, 전국운영위의 공동대표단 및 비례대표 당선자·후원자 사퇴 결의에 대한 당권파의 거부, 당원명부에 대한 불신과 직접·비밀선거 원칙의 훼손에도 불구하고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의 당원총투표에 의한 사퇴여부 결정 제안 등이 입증한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통합진보당 내에서는 다수파를 차지하는 당권파의 집단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저지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직 주사파 전력에 뿌리를 둔 당권파의 자기합리화만 보일 뿐이다. 과대민주주의만 있을 뿐 제한된 민주주의가 없다. 과대민주주의가 위험한 것은 거기에선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몫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을 무시하는 무책임도 없다. 통합진보당에서 이런 무책임한 행위들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른바 당권파가 주사파 출신이기 때문이다. 주사파, 그들의 드러난 맨얼굴은 흉물스럽다 못해 추악하다. 이들에 대한 숙정 없이 진보진영의 재구성은 불가능하다. 진보진영의 '최악의 위기'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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