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적인, 너무나 동물적인  
민주노총, 언론이 이재명의 적인가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5.18 20:23 |

통합진보당 당권파인 경기동부가 설립한 나눔환경을 둘러싸고 민주노총 및 언론과 성남시장 이재명이 공방 중이다. 전자가 나눔환경과 관련해 "시장단일화 뒷거래 의혹"을 제기하자 이재명은 "회의록 유출하는 민주노총, 헛소리하는 언론"으로 맞불을 지폈다.

 

서울신문을 비롯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노총 및 언론의 나눔환경을 둘러싼 시장단일화 뒷거래 의혹 제기는 두 가지 이유에서 나왔다. 하나는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되던 환경미화원의 청소용역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민주노총의 강한 반대입장이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민주노총의 강한 반대입장은 이윤 추구와 자생능력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에 대한 새로운 일자리 제공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두 가지 목적 중 후자에 비춰볼 때 정당하다. 청소용역을 직영에서 민간위탁으로 전환하게 되면 오히려 기존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들을 대변해야 할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직접 청소용역업체를 설립, 오히려 기존의 일자리를 빼앗은 행위 자체에 대한 도덕성 비판이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도덕법칙에 정면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인식과 윤리의식이 나눔환경을 설립, 청소위탁용역을 따낸 경기동부연합을 비판하는 이유다. 언론에 응해 관련 회의록을 공개한 이유다. 이런 인식, 윤리의식은 반박되기 어렵다. 시장단일화 뒷거래 의혹 제기의 배경에는 이것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이런 인식과 윤리의식을 가진 민주노총에 의거해 언론이 경기동부가 개입한 나눔환경의 설립 및 청소위탁용역을 따낸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보다는 이 자연스러움 이전에 언제나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려는 것이 언론의 권리이고 의무다.

 

따라서 관련 회의록 공개 과정에서 이미숙 민주일반연맹위원장이 "이 시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라는 시장단일화 대가성 여부 발언은 전혀 본질적인 사안이 아니다. 발언의 진위는 발언한 이 위원장과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하는 이 시장이 가리면 그만이다.

 

민주노총과 언론의 시장단일화 뒷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이재명의 맞불은 치졸하다. 18일 트위터를 통한 반응이 그렇다. "당내 싸움에 저를 끌어넣어 거짓말이나 지어내는 민노총 간부나, 회의록 유출한 민노총이나, 헛소리를 그대로 옮기는 언론이나..ㅉㅉ"

 

언론의 취재에 응해 관련 회의록을 공개한 민주노총이 뭐가 어떻다는 것인가. 이재명은 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 다툼을 넘어서고 있다. 민주노총,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발언이다.

 

이재명은 자신과 관련된 문제라는 이해관계 판단 이전에 약간의 상식만 발휘했어도 이렇게 민주노총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민주노총이 시장단일화 뒷거래 의혹을 제기한 두 가지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왜 동물과 다른가. 사람은 두 개의 판단이나 결정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은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에게 서로 다른 판단이나 결정이 동시적으로 존재한다면 동물은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 파국)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뭔 일이 터지면 이재명의 대응은 섬뜩할 정도로 동물적이다.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이른바 두 개의 판단이나 결정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이율배반(antinomy)을 설파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억견(doxa)이 절대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차원 사이에서 친연성을 발견하고 반대로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고 간주하는 차원 사이에서 구별을 도입한다. 이것은 억견의 흐름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역사도시 베네치아시의 시장이었던 마시모 카차리의 말이다. 이재명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의 몫으로 남겨두자. 그러나 지금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는 것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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