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구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17 01:50 |

지관 스님이 산자에게 사세구(辭世句)를 전했다. 죽음에 임해 남기는 한 구절이 사세구. 원고지에 남긴 사세구라니…….

 

한 삶의 전부가 실려 있을 터. 그것은 마치 불투명한 블랙박스와 같다. 그저 읊조릴 뿐.

 

 

辭世를 앞두고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

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을 적멸에 드러내네

팔십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

 

無常肉身 開蓮花於娑婆

幻化空身 顯法身於寂滅

八十年前 渠是我

八十年後 我是渠

 

二千十一年 九月, 智冠 識

 

 

길다. 먼 저편 같다. 그렇게 읊조리고 있는 데,

 

"남녘이라 하루 종일 겨울비가 오네요, 형님!"

 

오랜만에 기별이 왔다, 출가한 아우님이. 납자의 기별은 산자의 한 구절로 들린다.

 

 

나그네라고

내 이름 불렸으면

첫 겨울비.

 

마츠오 바쇼(松尾芭蕉)

 

하로동선(夏爐冬扇), 그렇구나.

 

'인생 오십'이라 했던가. 여전히 삶은 끝없는 고뇌의 바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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