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욕하다?  
김미희, 어쩐지 그녀는 순수하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16 11:03 |

정치를 시작한 첫 마음을 돌이켜본다.
정치가 마약이라는데 나는 정치를 탐닉하지 않고 언제든지 욕심을 버리겠다고 다짐했었다.
정치는 권모술수로 한다는데 나는 정성과 진심과 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얻겠다고 다짐했었다.
당의 이름 덕분에 쉽게 자리를 얻는 것이 내가 참여한 진보정당으로 어렵더라도 나는 지역구에서 피로써 사람을 엮어내겠다고 다짐했었다.


김미희가 14일 후보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각 언론사에 배포한 '모두발언'의 일부다. 그녀가 '정치를 시작한 첫 마음'을 밝힌 것이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그 첫 마음이 사실이라 믿자.

 

» 통합진보당 수정구 김미희 예비후보(좌)가 지난 14일 야권연대로 인한 용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수도권타임즈

나아가 그녀의 그 첫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고 믿자. 어쩐지 그녀는 순수하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 그녀의 그 첫 마음 앞에서 내 가슴이 뭉클해질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그토록 한심스러울 수 없다.


첫째, 그녀는 무욕을 말하기 때문이다. 자칭 보수든 진보든 열광자들을 움직이는 것은 사욕이 아니라 오히려 무욕이다. 사욕이 있으면 열광할 수 없도록 만든다. 무욕이 열광을 낳고 열광이 이념적 정치운동을 일으키고 지속시킨다.


이 무욕이 문제를 일으킨다. 현실에서 실제 겪게 되는 경험이나 정치적 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논증을 무시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이념적 정치운동이 흔히 마주 보고 달리는 정치투쟁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그녀는 대중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대중에 의지하겠다는 신념을 내세운 정치인치고 대중들에게 잊혀지지 않은 자가 없다. 변덕스러운 대중과 그 대중을 따르는 정치인은 시류에 부침하는 인기, 명성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중이란 상호 참조하고 상호 모방하는 무리, 즉 다수를 말한다. 대중에 의지하는 정치인이 다수가 요구하는 인기, 명성이 떨어지면 대중의 뇌리에서 망각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대중적인 정치운동이 비영속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셋째, 그녀는 사람들을 엮어내겠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조직화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운동의 목표는 대중의 조직화가 아니다. 그것은 히틀러나 스탈린으로 상징되는 전체주의적 정치운동에서나 할 소리다.


그녀가 대중의 조직화를 말하는 것은 정치운동의 역사에서 나타난 본질적인 두 흐름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륙적인 흐름과 앵글로색슨적인 흐름이 그것이다. 전자는 계급의 조직화를 목표로 한다. 후자는 시민의 조직화를 목표로 한다.


이 본질적인 흐름들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그것은 김미희가 전지현과 함께 가진 14일 후보사퇴 기자회견에서 밝힌 "해방 이후 최초의 전국적 범위의 야권연대"를 독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전자의 흐름에선 사회의 각 계급을 대표하거나 특정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운동이 나타난다. 그것은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적 구도나 정치투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계급이익은 전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자의 흐름에선 공공문제 처리에서 일정한 견해를 가진 시민들을 조직화하는 정치운동이 나타난다. 이 역시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적 구도나 정치투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공공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 능력, 조직화에 따른 세력관계를 낳기 때문이다.


이 본질적 흐름들과 야권연대는 무관하다. 야권연대의 유일한 근거는 다수의 힘, 김미희가 말하는 대중의 조직화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야권연대에 의한 정권 심판'은 그 수사일 뿐이다. 야권연대에 기초했다는 민선5기의 무원칙, 무조직, 무능력을 보라!


세력간 이합집산(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과 대중의 조직화(야권연대)에 의존하는 정치에 걸 만한 기대는 거의 없다. 오히려 계급을 조직화하는 정치운동이 필요하다. 시민을 조직화하는 정치운동이 필요하다. 두 정치운동은 교차될 수 있다.


그것은 권력의지가 분명한 정치인이 앞장설 수 있다. 마약, 권모술수, 다수당과 같은 쓸데없는 레토릭을 끌어대 거기에 무욕, 대중에 의지하겠다는 신념, 대중의 조직화와 같은 어리석음을 자랑하는 자가 권력의지가 있을 리 만무하다.


김미희는 권력의지가 없다. 그녀는 이제까지 단지 진보라는 비현실적인 이념, 민노당이라는 당파에 기대서만 자기를 정당화해온 보잘것없는 자에 불과하다. '낙선의 달인'이라는 세론이 괜히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김미희, 어쩐지 그녀는 순수하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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