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와 통합진보당  
주사파 논란, 어떻게 볼까?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3.27 16:10 |

경기동부 논란이 뜨겁다. 핵심은 '주사파 논란'이다. 여야간 선거쟁점으로는 '종북세력이다', '색깔공세다'로 나타나고 있다. 핵심 선거쟁점으로 등장했다. 이 쟁점이 유권자들의 지지성향에 따라, 특히 어떤 강도로 받아들여지느냐에 총선 결과가 엇갈릴 것이다.

 

» 주사파 논란은 선거쟁점화와는 별개로 그 자체의 고유성이 있다. 이 고유성은 논란의 진원지가 여권이 아닌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 내부라는 사실로 충분하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감지되어 왔던 문제라는 뜻이다. 지금 통합진보당 내부는 열탕이다.<통합진보당 홈피 캡처>   ⓒ수도권타임즈

그러나 주사파 논란은 선거쟁점화와는 별개로 그 자체의 고유성이 있다. 그것은 논란의 진원지가 여권이 아닌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 내부라는 사실로 충분하다.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감지되어 왔던 문제라는 뜻이다. 지금 통합진보당 내부는 '열탕'이다.


그런데도 이정희, 김미희를 비롯해 주사파 관련자로 의심되는 자들은 통합진보당 내부 논란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 중이다. 대신 야권연대 지지 유권자들을 향한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동부는 있지도 않다! 새누리당의 색깔공세다! 야권연대를 깨려는 음모다!


따라서 주사파 관련으로 의심되는 자들의 외부를 겨냥한 발언보다 통합진보당 내부의 논란이 주목되어야 한다. 이 내부의 논란은 한 마디로 주사파의 '실체'에 관한 것이다. 더 상세하게 말하면 '주사파의 사상, 조직, 운동'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사고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권력을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권력을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는 실은 오래된 문제다. 여전히 인류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실제 권력투쟁을 벌였거나 권력의 창출에 성공했던 정치세력들은 각자의 답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한 가지 흐름이 사상적으로 볼 때 '이성에 의한 지배'를 용인함과 동시에 그것을 극단으로 몰아간 경우다. 이성에 의한 지배는 부정될 수 없다. 이성은 인간의 고유한 징표이며 보다 이성이 뛰어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성의 지배를 극단화하는 경우다. 이것이 권력을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에 대응해 나타난 '비밀결사의 사상'이라는 답이다. 비밀결사의 사상은 좌익운동사에서 결국 전위당의 사상으로 구체화되었고 실행되었고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효시가 볼세비즘이다.


전위당의 사상은 정권교체를 둘러싼 '복수정당의 사상'과는 이질적이다. 비밀결사의 사상은 프랑스의 블랑키가 원조다. 그가 말했듯이 혁명은 대중의 봉기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방향을 부여하고 인도하는 것은 각성된 소수 전위의 몫이라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전위당의 사상이 계급정당, 대중정당의 사상과는 전혀 이질적인 '전체주의 사상'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전체주의는 '대중의 조직화'를 고유한 특징으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파시즘, 나치즘, 스탈린주의를 그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비밀결사의 사상에선 전위인 소수의 보호가 조직의 관건이다. 좌익운동사가 보여주듯이 혁명은 우여곡절을 거친다는 점에서 이 소수의 보호만큼 사활이 걸린 조직문제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소수가 개입되어 활동하는 대중조직은 결코 전위의 관심사일 수 없다.


소수의 조직은 좌익운동사에서 흔히 '세포'(해방 당시 러시아 말로 '야체이크'라고 불렀다)라고 불리운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80년대에는 그것을 '혁명 소조'라는 이름으로 부른 조직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세포의 '생리적인 특성'이다.


세포와 세포 사이에는 막이 있다. 마찬가지로 비밀결사의 어떤 세포가 어떤 이유에서 침탈되어 깨져도 다른 세포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비밀결사다. 뿐만 아니라 일정 단위의 세포나 세포 전체를 들여다보는 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래서 비밀결사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세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노출되지 않는다. 일정 수의 세포나 세포 전체를 들여다보는 자가 문제를 일으켜도 그것이 노출되지 않는다. 게다가 권력을 지향하는 인간성은 변할 리 없기 때문에 문제는 심각하게 증폭된다.


80년대 주사파 조직들에서 이런 일들이 빈번했다. 세포의 대부분을 수사관에게 불어버려 세포의 조직원들이 허다히 추적을 당하고 붙잡혔다. 세포나 그 이상의 단위에서 운동 현장의 포기, 성추행, 임신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해도 알 수 없었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그것이 문제인지조차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앉아서 당한 세포, 세포의 조직원들이 많았다. 세포들은, 세포의 조직원들은 어떤 기계체제의 부속품에 불과했다. 합리적인 이성의 붕괴, 인간의 붕괴 그 자체였다. 


구체적인 조직사례를 하나 들 수 있다. 87년 6월 민주화항쟁에 이어 여름에서 초가을에 걸친 전국적인 노동자 파업투쟁 직후 터져 나온 조직사건, 바로 성남지역조직인 'NL활동가 그룹' 사건이다. 아마 지금 경기동부라고 말해지는 주사파의 기원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런 일들은, 그러나 그 이전 좌익운동사에서 나타난 비밀결사운동의 반복에 지나지 않다. 볼세비즘에서 전형을 찾아볼 수 있다. 볼세비키 운동은 알려진 대로 세포라는 조직을 기반으로 한 운동이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도 세포의 조직원에서 임명되었다. 


이 세포가 '소비에트'라는 러시아 인민들의 자발적 자치조직을 해체시킨 원흉이다. 인민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원흉인 것이다. 러시아를 공산당 일당독재의 나라로 바꾸고 공산당을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로 바꾼 원흉이다. 전위당 사상의 필연적 귀결이다.


특히 이 세포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영웅적인 행위이자 동시에 범죄적인 행위들이 난무했다. 스탈린의 강도짓은 영웅시되었다. 급기야 러시아 인민들 사이에서 단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에미, 애비, 친구, 연인, 이웃을 고발하는 패륜적인 밀고가 난무했다.


누가 세포의 조직원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의 자연스럽지만 필수적 감정인 친밀함이 처참하게 파괴되고 말았다. 스탈린 시대에 수백만 명에 달하는 피의 대숙청과 조선인들을 포함한 강제이주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비밀결사의 사상은 운동에서 소수의 운동이다. 논리적으로 '전체주의 운동'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전체주의 운동은 '원자화되고 고립된 개인들의 대중운동'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소수가 침투한 정당, 노조, 시민단체와 같은 대중조직뿐 아니라 소수에게도 해당된다. 


비밀결사의 운동에서는 제 이름을 가진 개인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사상, 조직의 생리상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이며 변치 않는 충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그것은 흔히 자기희생, 헌신, 무욕 따위로 미화된다. 실제로 그들은 그렇다. 볼세비키가 그랬고 나치가 그랬다. 


충성 요구보다 반인간적인 것은 없다. 그것은 오직 맹목적인 인간에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의식을 가진 깨인 시민의 입장에서는 이정희의 불법을 이상규가 대신하고 윤원석의 성추행 전력을 김미희가 대신하는 정치적 만행이 이해될 수 없다.


통합진보당의 게시판에 이런 게시글이 있다. "통합진보당이 '경기동부'가 아니다. 경기동부로 인해 통합진보당이 순수성을 잃고 당이 망해서는 안 된다. 비경기동부세력이 힘을 모아 당을 일으켜야 한다. 불법, 부정을 묵과하는 경기동부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게시글이 가리킨 문제가 주사파라고 불리는 비밀결사의 총체적인 문제, 곧 그들의 사상, 조직, 운동의 문제라는 강한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것은 색깔론 따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근본적으로 권력문제를 둘러싼 오래된 사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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