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광고다  
선거벽보를 통해서 본 광고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4.03 13:27 |

# 수정구 후보 사례

 

» 차례로 신영수, 김태년, 전석원 후보.   ⓒ수도권타임즈

"한 번 더 생각하면 신영수입니다."


새누리당 신영수 후보의 광고다. 그가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그가 책임졌던 기간의 활동과 성과를 전제한다. 그를 찍었던 유권자들은 그가 책임졌던 기간의 활동과 성과에 대해 채점하게 될 것이다.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라면 그는 여권지지 성향의 표를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거나 야당후보에 의해 그것이 공격당한다면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는 야당후보 지지로 기울어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민주통합당 김태년 후보의 광고다. 한편으로는 '정권심판론'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비전에 기대고 있다. 따라서 이 광고는 여야 구분이라는 당파적 인식을 전제하며 반새누리당 성향의 유권자들을 겨냥한다. 여기서 반새누리당 성향은 야당지지 성향과 집권여당을 바꿔야겠다는 중도성향을 가리킨다. 그간의 책임졌던 활동과 성과를 전제한 새누리당 신영수 후보의 광고와 겨냥하는 층이 사뭇 다르다. 다만 표현이 일반론적이다.


"우리도 잘 살 권리가 있습니다."


정통민주당 전석원 후보의 광고다. '서민론'이다. 잘 살지 못하는 사람들, 즉 서민을 겨냥하고 있다. 서민은 '1% 대 99%'나 전에 유행했던 '20 대 80'과는 좀 다르다. 후자가 계급이론이나 경제이론으로 환원되는 반면 전자는 사회학적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서민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연대성이 강하게 배어 있다. 이런 서민론이, 그러나 이 광고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표현이 진부하기 때문이다.


# 중원구 후보 사례

 

» 차례로 신영수, 김재갑, 정형만, 윤용호, 김미희 후보.   ⓒ수도권타임즈

"약속"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의 광고다. 특이한 것은 이야기를 가진 회화적 수단과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달동네를 배경으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점에서 '이미지광고'다. 문자, 그림이 형식·내용적으로 어우러져 매혹적인 영화포스터 같다. 가장 오래 유권자의 발걸음을 붙들어둘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는 위기일 수 있다. 허구적일수록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지와 실제 사이의 괴리 여부가 공격당할 수 있다.


"잘못된 것을 꼭! 바로잡겠습니다."


민주통합당 출신의 무소속 김재갑 후보의 광고다. '잘못된 야권연대 심판론'이다. 그의 비장한 표정, 내 심장을 파고든 듯한 손가락의 가리킴과 어울려 민주통합당 지지자나 민주주의적 양식을 지닌 유권자들을 겨냥한다. 김미희 후보가 중원구를 누비고 다닐수록 김재갑 후보의 광고는 점점 더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 항상 끌어당긴다"는 광고의 핵심을 보여준 드문 사례로 파악된다.


"김대중대통령, 노무현대통령의 동지입니다."


민주통합당 출신의 무소속 정형만 후보의 광고다. 두 전직 대통령과의 동지적 연고를 내세움으로써 민주통합당 출신임을 강조한다. 불끈 쥔 그의 주먹과 함께 잘못된 야권연대에 대한 분노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과 비장함은 그가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위로부터의 야권연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민주통합당 지지표가 통합진보당 김미희 후보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려 한다.


"기존 정치 안돼~! 썩은 정치 안돼~! 깨끗한 새 인물 정답은 윤용호!"


무소속 윤용호 후보의 광고는 도덕성 강조다. 기존의 정치가 썩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인식이긴 하지만 이런 인식에선 필연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윤용호 후보로 이입될 필연성은 없다. 변호사로서의 그와 깨끗함은 일치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자기주장이 불확실하다. 여당후보에게는 자신이 책임졌던 기간에 대해서, 야당후보에게는 새로운 비전과 정책에 대해서 평가한다는 선거의 핵심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야권단일후보"


통합진보당 김미희 후보의 광고다. 고·연·전이라는 것이 있다. 선의의 혈전인 그것은 고대생에게는 고·연전이지만 연대생에게는 연·고전이다. 그러나 김미희는 통합진보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을 앞세운다. 또 보통의 다른 후보들과 달리 자기주장도 없이 양당 야권연대에 묻어가고 있다. 어느 경우든 영혼의 부재, 비열한 태도다. 요컨대 민주통합당 지지표를 빼앗으려는 '용수철' 또는 '피에 독을 탄' 광고다.


# 분당갑 후보 사례

 

» 차례로 이종훈, 김창호 후보.   ⓒ수도권타임즈

"분당 판교는 멈출 수 없습니다. 실천하는 경제전문가 이종훈"


새누리당 이종훈 후보의 광고다. 그가 경제전문가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분당 판교 '경제발전론'이다. 적지 않는 사람들이 경제발전을 현실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보수주의자는 물론 진보주의자까지도 이런 사고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론은 실은 자본주의적 교환양식 특유의 이데올로기다. '자연'은 결코 경제발전을 허락하지 않고 자본주의에 내재적인 '경제적 불평등'은 결코 경제정책으로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분당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민주통합당 김창호 후보의 광고다. '체인지론'이다. 한 번도 새누리당 후보를 바꿔보지 않은 분당갑이기에 각별하다. '바꿔!'의 전제조건은 추한 것을 들춰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분당갑의 누적되어온 추한 것을 들춰내려 하는 것이다. 들춰내면 역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진부한 의식의 껍질을 벗기는 것이 철학이다. 김 후보는 철학자다. 철학이 유권자들과 만날 수 있을까. 반문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 분당을 후보 사례

 

» 차례로 전하진, 김병욱 후보.   ⓒ수도권타임즈

"청년에게 꿈을! 분당에 새 희망을!"


새누리당 전하진 후보의 광고다. '청년의 꿈'은 유명벤처 기업가 출신이라는 그의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이 점에서 은유적이다. 그런 만큼 그의 이미지는 미래인 청년의 한 가지 꿈으로 삼을 수 있을 뿐이다. '분당의 새 희망' 역시 은유적으로 권토중래의 뜻이 있다. 분당은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의식의 소산이다. 이종훈 후보와 마찬가지로 '가장 늦게 온 손님'이다. 성심을 받기 힘들어 말석에 앉지 않으려면 위대한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이 이기는 시대, 분당이 주인공입니다. 야권단일후보 김병욱"


민주통합당 김병욱 후보의 광고다. 야권단일후보를 찍어야 분당이 국민이 이기는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병욱 후보는 야권연대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 민주통합당 후보다움, 김병욱다움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보다 어떻게 우월한지, 김병욱 후보에게 새로운 책임을 맡기기 위한 어떤 비전과 정책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 시사되고 있지 않다.

 

이상 선거벽보를 통해 본 후보들의 정치광고다. 선거 때이기에 광고되는 것이다. 상업광고만 광고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공익광고도 광고다. 광고는 광고되는 것과의 관계에서 세 가지 양상을 보인다. 우선 광고는 광고다. 광고를 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광고 이상이다. 하찮거나 짝퉁인 상품, 실제와 다르거나 부풀린 정치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광고는 자주 광고 이하다. 즉 사기인 선동이다.


성남지역 후보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장점이 돋보인다고 해서, 반대로 단점이 돋보인다고 해서 좋다 나쁘다 획일적으로 말할 수 없다. 선거란 한두 가지 요인으로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표의 행사 또는 거부 이유는 정치인, 여론조사 전문가가 상정하는 '대중', '여론조사' 개념 따위로 해소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목소리가 전부가 아니다. 그것들은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 이들의 광고는 동질성을 전제하거나 강화한다. 변화조차 이것에 의존한다. 대한민국, 국민, 대통령, 지역,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야권단일후보 등의 개념들은 동질성을 의미하는 기호들이다. 이런 닫힌 시스템 안에서만 동질성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의 광고는 닫힌 시스템 안에서만 작동한다. 광고기법들은 차이화에 기반하지만 결코 닫힌 시스템을 넘는 법은 없다. 선거가 단지 대의제를 창출하는 '참정권'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들의 광고는 '닫힌 시스템 안에서의 쟁탈전'이다. 의미나 가치의 '보편성 추구', 그것을 가능케 하는 닫힌 시스템의 '외부'가 없다. 표면과 이면은 동전의 양면이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것 같지만 실은 그런 식의 공조다. 실제로 여당은 야당이 물어뜯어주기를 원한다. 이 때 여당은 으르렁거리는 자들에 대한 비난, 역으로 안정의 강조를 통해 지지층과 경제적 후원을 획득한다. 이것이 바로 '대의제 하의 권력의 작동원리'다.


이처럼 광고는 '동질성을 전제하거나 강화하는 닫힌 시스템 안에서의 쟁탈전'에 불과하다. 광고가 역사적 교환양식 중 하나인 자본주의에 특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내적인 필연성으로 야기된 경쟁에 의해 모든 기업가로 하여금 자신이 팔아야 할 상품을 두드러지게 대중의 눈앞에 두고, 대중이 그 상품을 요구하게 되면 즉시 자신의 상품이 생각나도록 만드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게 했다."(에두아르트 푹스,《풍속의 역사 Ⅳ》)


이런 의미에서 광고는 '선전'이다. 선전의 대가 히틀러는 선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선전은 어떤 이념을 전 민족에게 강요하려고 하고 조직은 그 이념의 보급에서 장해가 될 염려가 없는 자만을 포섭한다." 역으로 말하면 정치의 핵심이 선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는 전통적 의미의 지배나 어떤 공공적 문제의 해결로 나타나기보다는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전에 기초한 데모크라시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가 광고, 선전이 되었다. 광고는 사람을 현혹한다. 현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혹당한다. 이런 의미에서 데모크라시는 닫힌 시스템 안에 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 대의하는 자만이 우수하지 않다. 승자독식에 의해 떨어진 자가 반드시 열등하지 않다. 선거가 대의제의 재구성에 한정되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비뽑기'를 도입해야 한다. 선거된 복수의 후보를 대상으로 한 그것의 정신은 이런 것이다.


'가위 바위 보!'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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