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이전 명령'은 행정 월권 남용  
중원구청의 귀책사유.. 재산상 손실 모두 보상해야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5.15 11:30 |

행정의 귀책사유로 벌어진 일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민간인이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가? 헌법 제29조 1항에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무원 자신의 책임은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 2동 4124 소재 관인 아이솔어린이집(시설장 권금숙)은 2009년 성남시 중원구청으로부터 인가증을 받아 현재까지 4년째 운영해 온 민간 어린이집이다.

 

» 아이솔 어린이집 '유희실'.   ⓒ수도권타임즈

그런데 중원구청이 어린이집 가까이에 석유판매소(이격거리 10m) 및 주유소(이격거리 43m)가 있다며 "어린이집 이전 권고명령"을 내렸다.


2008년 상담 당시 중원구청 담당 공무원과의 충분한 상담 및 현장실사를 거친 적정시설이 지금에 와선 '이전(移轉) 시설'로 뒤바뀌게 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바뀐 환경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2009년 인가 당시 공무원이 실수를 했던가? 아니면 권 시설장이 서류를 위조했던가? 둘 중 하나다. 분명한 사실은 권 시설장이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나 정황은 없다.


공무원의 실수였다. '행정처분효력 정지가처분 신청'에 따르면 A공무원은 '석유판매소가 문을 닫은 상태로 사실상 폐업상태로 판단했고, 주유소와는 도보상 50m를 넘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정확하게 폐업상태를 확인하고, 거리를 실측하지 못한 공무원의 실수다.


그렇다면 중원구청이 공무원의 실수를 알면서도 "이전 권고명령"을 내렸다면 이것은 행정 행위 월권이자 남용이다.


권 시설장은 2008년 10월 어린이집 이전을 앞두고 중원구청 담당공무원과의 촘촘한 상담, 몇 개월 동안에 걸친 개·보수 및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끝내고 2009년 3월 인가증을 받아 어린이집을 이전했다.


중원구청이 강제해 이전해야 한다면 이로 인한 자산적 피해, 명예 실추, 정신적 고통 등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손해를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아산시에 똑같은 사례가 있다. 아산시가 담 하나를 두고 주유소와 마주한 곳에 어린이집을 2002년 인가한 것. 2002년 당시는 건축법상 '석유 판매소'와 어린이집 간에는 50m 이상의 거리를 두어야만 인가가 날 수 있다. 아산시는 이를 외면하고 인가를 내주었다.


특히 2005년 '영·유아법'이 개정되면서 "위험물 취급소와 직선거리 50m 이상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규정이 강화됐다. 위협을 느낀 어린이집 관계자 및 학부모들은 이 법에 근거해 아산시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산시는 불법 행정을 인정했다. 이에 책임을 지고 아산시는 어린이집을 사들이기로 했다.


이 같은 사례는 또 있다. 경남 사천시의 경우 주유소를 매입해 이곳에 소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중원구청은 민원인의 울부짖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편리한 잣대로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편의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왜! '아이솔어린이집'만 이전해야 하는가? 이와 유사한 위험물시설(석유판매소, 주유소, 가스충전소, 페인트가게 등)과 근접해 있는 보육시설 및 유치원은 성남시 관내에 최소 16개소가 넘는다.


중원구 관내를 보자. 금광1동 K어린이집은 주유소와 0m, 금광1동 W어린이집은 5.5m, 신흥동 C어린이집은 가스충전소와 10m, 상대원 2동 I어린이집은 석유판매소와 10.6m, 태평동 D어린이집은 석유판매소와 20m, 산성동 I어린이집은 석유판매소와 22m, 상대원 1동 J어린이집은 석유판매소와 24m, 금광 2동 I어린이집은 석유판매소와 24m, 이 외의 위험물 시설과 인접한 어린이집들은 다수다.


중원구청이 아이솔어린이집 '이전 명령'을 내리기 전에 법에 저촉되는 이들 어린이집에 시정명령이나 경고 등 행정조치를 취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유독 아이솔어린이집을 희생량으로 삼는 것은 '표적행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아이솔어린이집은 1층에 위치하고 2~5층은 공동주택인데 주택법상 이들 주택도 '이전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대원초등학교는 지난 1971년 준공되었다. 주유소와의 거리도 가깝다. 학교가 먼저 들어섰기 때문에 주유소 허가를 내주는 것은 불법 아닌가?


설사 중원구청이 '이전 명령'을 내려 이전을 계획한다 치자. 주택밀집지역인 상대원에서 1층 건물에 이전할 장소가 있다고 보는가? 그러한 장소는 건물을 매입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상대원 지역에서 20년 동안 맞벌이 저소득 영·유아를 돌보아 왔다. 상대원 지역을 떠날 수 없는 이유다. 중원구청은 어린이집을 외딴 시골 촌 동네로 이전하라 한다면 상대원의 아이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단 말인가?


4년여 동안 아이솔어린이집을 감찰하며 지도해온 중원구청이 이제는 '떠나라' 한다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는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 있다. 법대로 하는 것이다. 중원구청이 아이솔어린이집을 보상하는 일이다. 불법 행정을 한 공직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국가도 자치단체도 이젠 방관할 때가 아니다. 아이들의 안전이 문제다면 다수의 시민 안전도 문제다. 그렇다면 공익의 원칙에 입각해 위험물 시설을 안전지대로 이전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곽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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