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정자동 공유지 왜, 팔면 안 되는지  
분당, 계획도시가 아닌 난개발 도시 '우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1.25 16:51 |

수도권타임즈는 기획으로 성남시에 이슈화된 주요사안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정자동 공유재산 왜 팔면 안 되는지", "빚 얻어 분양사업해야 하나", "삭감예산 다툼 언제까지”를 차례로 다룬다. 이번 첫 기획은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이슈화에 따른 논란을 줄이기 위해 마련했다. 현장취재 및 자료를 통한 정보, 전문가 의견을 소개한다. 기사에 언급된 수치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편집자 주>

 

정자동 공유지 매각 경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4의 4 외 5필지 1만848㎡(3,280평). 분당구가 분구될 것을 대비해 분당신도시 개발 당시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구청사 부지’로 남겨 놓은 공유지다. 본래는 (주)NHN이 들어선 토지(2천여 평)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 정자동 공공청사 부지는 업무시설 및 주상복합시설로 용도변경됐다. 성남시가 갖고 있는 가장 값어치 있는 공유지이지만 재정난으로 민간에게 팔려 하고 있다.   ⓒ수도권타임즈

 

정자동 공유지의 현재 공시지가는 ㎡당 627만원. 평당 환산하면 2천73만원이다. 이 공유지를 주상복합시설 용도로 변경하면 땅값은 몇 배가 뛴다. 시는 이미 업무시설 및 주상복합시설로 변경했다. 현재 주변 땅값은 평당 5~6천만 원선. 평당 5천500만원만 잡아도 1천800억 원이다. 이재명 시장이 발표한 1천200억 원은 최소 수치인 셈이다.

 

정자동 일대는 주상복합단지로 건물을 지으려 해도 토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빼곡한 건물로 들어차 빌딩숲을 이루고 있다. 교통난도 심각하다. 여기에다 공유지 인근 마지막 남은 부지에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난개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성남시는 정자동 공유지를 매각하기 위해 지난 해 초 도시계획 변경안을 마련해 검토했다. 지난 해 7월에는 공유지 매각에 대한 용도변경안을 마련했다. 이어 담당부서는 매각절차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 작년 9월 23일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는 이 토지를 '업무시설 및 주상복합시설'로 용도변경했다.

 

이어 성남시는 지난해 11월 17일 성남시의회 제181회 제2차 정례회에 정자동 공유지 매각안을 올렸다. 시는 "일반재산으로 전환된 이 토지는 성남비전 2020 장기발전계획과 2020 경기도 종합계획에 따라 매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이 지역은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로 산업클러스터 확충을 위한 전략산업 관련 벤처집적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안은 작년 12월 23일 성남시의회에서 부결되었다.

 

성남시는 매각안이 성남시의회를 통과하면 올해 경쟁 입찰을 통해 공유지를 매각할 방침이었다. 시의 예상에 따르면 매각된 공유지에는 2013년 말 건물 착공, 2015년 완공과 함께 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기업, 모바일 기업 등 고부가가치의 첨단기업이 들어온다는 것. 이에 시는 매각대금으로 시의 재정 위기 극복, 세수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NHN에 매각 때와 이번 공유지 매각이 다른 점

 

2004년 민선4기 이대엽 시장은 '대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주)NHN을 정자동 공유지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는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반발 여론이 거셌지만 (주)NHN의 집요한 설득력이 통했다. 당시 (주)NHN은 고용창출 효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수 증대, 환경개선 등에 걸친 치밀한 계획으로 시의회와 시민에게 접근했다.

 

특히 지난 2004년 시의회 제119회 임시회에서 1차례 부결 이후 (주)NHN은 지역사회 기여방안으로 신규채용 인원의 30~40% 성남시민고용, 관내 대학과 연계한 산․학연관 협력체계 구축, 연간 순이익 5%의 사회 환원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또 반대의견을 제시한 민원들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통학안전, 일조권, 조망권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설득 끝에 (주)NHN을 정자동 공유지 유치건은 제120회 임시회에서 의결되었다.

 

반면, 이번에 매각하려는 공유지는 시에서 시의회의 의견 청취나 설명이 전혀 없었다. 작년 1년 동안 매각계획을 세워두고도 시민에게 그 당위성이나 이해를 구하기 위한 홍보조차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매각 계획이 밀실에서 진행된 것이다.

 

2004년 당시에는 시 홈페이지에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열람하게 했고 성남시 자체 시정소식지인 비전성남에 (주)NHN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홍보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시장의 구호와는 달리 시민은 시정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매각 대상 및 입주기업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경쟁입찰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 단지 유수한 기업이 들어 올 것이란 막연한 생각뿐이다. 입주기업이 벤처기업과 관련된 IT, 소프트웨어, 콘텐츠 관련 기업들이 들어 올 것이란 예상 외에는 결정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시정 기획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매각대상 공유지는 초등학교와 접해 있다. 접한 도로는 왕복 2차선. 아이들의 통학문제, 교통난 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간이 일정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교통영향평가를 거친다. 하물며 지자체가 공유지 매각계획을 세우면서 교통영향 평가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행정착오다. 난개발을 부추겼다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일조권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주)NHN이 들어와서 세수확대와 고용창출 등의 효과가 있었다. 주변 지가 상승 및 집값 상승에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NHN의 23층 빌딩 중 상당 부분은 관련업체에 임대해 임대사업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유치 당시 성남시민과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공개할 필요도 있다.

 

성남시가 업자에게 공유지를 매각했을 경우, 만약 업자가 시의 예상과는 달리 임대사업이나 분양사업을 펼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사태에 대한 대안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민선 4기와 민선 5기의 가장 큰 차이는 민선 4기에선 (주)NHN을 분당으로 이전시키자는 목적이었으나 이번에는 최대한 땅값을 올려 받고 팔아넘기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 차이 자체가 문제의 발단이다.

 

더욱이 시 관련 조례에는 땅값은 벤처기업이 들어올 경우 10년 분할, 연 4~5% 이자로 매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얼마든지 특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각대금 어디에 쓰겠다는 것인가

 

이재명 시장은 2천억 원에 이르는 금싸라기땅을 '자투리땅'으로 표현한다. 또 '필요 없는 땅'이라고 비하한다. 꼭 팔아야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시장은 시정 연설을 통해 매각된 대금으로 "지역균형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장은 올해 초 3개 구청과 48개 동을 방문하는 신년인사회에서는 “가용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비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이 매각대금 용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신년인사회에서 대표적인 항목은 제시했다.

 

"매년 적립해 오던 재개발기금 500억 원 중 200억 원밖에 적립하지 못했다." 300억원을 채워 넣겠다는 것이다.

 

"낙후된 학교정비보조금으로 200억 원 가까이 마련해야 하지만 30억 원밖에 책정하지 못했다." 학교정비보조금으로 170억 원 가량을 채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동주택보조금을 90억 원을 적립해야 하는데 하나도 못했다." 이 역시 90억 원을 적립하겠다는 것이다.

 

"재난관리기금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의무적으로 51억 원을 준비해야 하는데 못했다. 법을 어기고 있다." 재난관리기금 51억 원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수정구보건소를 짓는데 58억 원, 이 밖에도 복지부문에 상당한 액수를 쓰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이 시장이 이처럼 밝힌 배경에는 그에 따르면 세수 감소로 400억 원, 판교특별회계 차입금 상환 500억 원 등 가용예산 1천억 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시장은 "공유재산을 매각해 세외수입을 확보하고 올해와 내년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앞으로 성남시에 있는 5개 공기업이 떠나면 지역경제는 침체 일로를 걷게 된다. 정자동 공유지에 벤처집적시설을 유치해 공기업이 떠난 공백을 다는 아니어도 그 중 3분의 2 이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 시장은 “작년에도 공유자산을 팔아 1천339억 원을 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자동 공유지 팔아선 안 되는 이유

 

성남시의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정자동 공유지의 현 시가가 평당 5~6천만 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4천만 원도 안 되게 토지를 매각한다는 것은 특혜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시가 밝힌 매각대금 1,200여억 원의 사용처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한다.

 

A교수는 성남시의 공유재산 매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위험한 발상이다. 공유 재산은 맘대로 매각할 수도 매입할 수도 없다. 시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적인 재산과 같은 것이 아니라 100만 시민의 공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재정이 어렵다는 것을 빌미로 매각할 경우 결코 건전재정을 꾸려갈 수 없다."

 

또 "공유지는 다수의 시민을 위해 어떻게 사용될지를 오랜 시간을 두고 연구해야 한다"며 "금싸라기땅, 도심 한 복판에 위치한 공유지는 그만큼 활용가치가 높기 때문에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남겨 둬야 한다”고 말한다.

 

B의원은 시장의 정치적 의도를 경계한다. "노른자위 정자동 땅은 보존하고 공기업들이 이전되는 곳에 유망기업을 유치하는 편이 맞다. 정자동 땅을 팔아 그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재원 확보'라는 미명 하에 정치 세력화를 도모 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매각 논란에 휩싸인 정자동 부지 인근에 사는 주민 C씨는 "공공청사부지로 인지하고 이사 왔다. 주민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주상복합시설로 용도변경해 팔아먹겠다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당은 계획도시인데 시가 맘대로 공유지를 팔겠다는 것은 분당이 계획도시가 아니라 난개발도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 숙원사업인 '고등학교를 설립하자'는 의견과 '녹지공간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 밖에도 '동사무소를 짓자', '세무소를 유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제학자 스콧 고든(Scott Gordon)은 자연의 훼손 및 자원의 남획을 막기 위한  국유화(공유화)를 주장한다. 누군가 먼저 본 사람이 욕망을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고든의 지적을 빌리자면 공유지를 사유화시키겠다는 이 시장의 의지에서 정자동 부지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그의 의지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모두의 소유인 공유지를 누군가의 사유지로 넘겨주겠다는 것과 같다.

 

토지는 하나 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토지는 누군가가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소유할 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사용하거나 소유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과거 공동체사회의 토지의 지대와는 다른 토지의 독점가격이 형성되는 이유가 있다. 때문에 공유지가 사유지가 되는 순간 엄청난 시세차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동시에 경기순환을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이자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토지가격을 무시하고 매각을 성사시키란 결코 쉽지 않다. 매각에 특혜의혹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곽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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