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침묵하거나 영어할까  
주사파의 아킬레스건, '종북주의'를 말한다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6.01 14:28 |

좌익은 왜 좌익인가? 혁명, 즉 비밀결사조직(전위당)이 대중조직을 이끄는 방식으로 국가권력을 상대로 폭력투쟁을 전개한다는데 있다. 이들의 사고와 행동은 '국가'라는 창을 통해서 세계와 접촉하며 국가권력의 전복과 새로운 국가권력의 수립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좌익이 정세가 불리하다며 사회민주주의로 변신해서 진보정당, 의회주의와 같은 합법적인 투쟁방식을 채택하더라도 그것은 허울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세기 일본에서는 6,70년대에 그때까지의 구좌익에 대해 신좌익이 출현했다. 분트(공산주의자동맹)가 그것이다. 신좌익의 두드러진 특징은 사회민주주의로 변신한 구좌익의 의회주의에 대한 폭력투쟁, 객관성 강조로 이해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한 주체성 강조였다. 이 신좌익이 8,90년대 주사파가 이끈 전대협, 한총련에 해당되는 전공투(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를 이끌며 반미를 겨냥한 안보투쟁 등 각종 폭력투쟁을 전개했다.

 

» 성남미디어 마인황 칼럼니스트   ⓒ수도권타임즈

주사파의 핵심들이 민혁당으로 자가발전했듯이 분트의 핵심들은 이른바 적군파(赤軍派)로 자가발전했다. 일본사회가 적군파의 실체를 똑똑히 알게 된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1972년 연합적군사건이다. 조직원들을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여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이 일어나고 몇 해 후 적군파 지도자 모리 쓰네오는 자살하면서 이런 유서를 남겼다. "내가 싸우고자 했던 체제와 똑같은 것을 내가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이보다 앞서 발생한 1970년 요도호 비행기 납치사건이다. 납치를 이끈 다미야 다까마로를 포함한 9명의 적군파 대원이 하네다발 후쿠오카행 보잉기 요도호를 납치해 김포공항에 머물다가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들이 평양으로 들어간 것은 이북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다시 일본에 들어와 무장봉기를 일으킨다는 이른바 '국제근거지론'에 입각한 행동이었다. 적군파는 이북을 일본혁명을 위한 근거지의 하나로 본 것이다.

 

비행기 납치 전 다미야 다까마로를 제외한 다른 대원들은 쿠바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쿠바도 국제근거지로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는 달리 적군파는 소련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혁명의 변질로 보았기 때문이다. 평양으로 날아 들어간 적군파 대원들은 이북의 극진한 대접 속에 결국 주사파로 변신했다. 국제근거지론에 입각한 이들의 행위는 주사파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주사파의 실체를 말해주는 것은 '종북주의'이며 종북주의는 적군파의 국제근거지론과 흡사한 이른바 '북조선 민주기지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주사파가 예외없이 종북주의에 침묵하거나 영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북조선 민주기지론은 종북주의의 뿌리이며 유일한 대전제다. 국가가 아닌 '민족'을 내세워 이북을 남한혁명을 지원할 배후 '근거지'로 보는데서 주사파의 종북주의가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보다 민족을 우선할 수 없다. 국가는 실체적이다. 국가는 국가에 대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국가일 수 없다. 일제식민지 경험이 그렇고, 이북이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에 빠진 것도 그렇다. 반면 민족은 근대 이후 성립된 '상상의 공동체'다. 삼국시대나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 후삼국시대나 이어진 고려의 통일을 민족으로 투사해서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문화가정의 존재도 민족에 도전하고 있다.

 

이북은 종북주의자들이 기댈 수 있는 남한혁명의 근거지일 수 없다. 역사적인 사실이 그 부당성을 명료하게 입증해준다. 이북이 이른바 'NLPDR(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을 하고 사회주의 건설로 나아간 역사적 사실이 그것이다. 조선로동당의 출발은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이다. 소련군대가 진주한 이북과 미군이 진주한 남한이라는 다른 정세 하에서 이북은 조선공산당 북조선 분국이 이끄는 '독자적인' 혁명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따라서 북조선 민주기지론은 이후 이런 북조선 혁명에 기초하고 남한을 적화할 목적으로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이북의 혁명노선이다. 남한에서 혁명하겠다는 눈으로 만든 혁명노선이 전혀 아니다. 게다가 이 혁명노선을 채택한 이북에 초래된 것은 기아국가, 인권의 사각지대, 사회 부재의 전체주의국가, 3대 권력세습의 국가, 핵무장으로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한 국제고아일 뿐이다. 명백한 북조선 민주기지론의 이론적 파탄인 것이다.

 

이런 인식은 타당하다. 분명히 했듯이 역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그렇다. 이런 인식은 북조선 민주기지론에 기댄 종북주의의 몰인식과 자기모순을 여지없이 폭로한다. 남한에서 혁명하겠다는 주사파가 실제 일어난 역사적인 사실에도 위배되는 몰인식에 빠져 있으며, 스스로 개척해야 할 혁명노선이 아니라 이북에서 사후적으로 만들어진 혁명노선에 기대고 있으며, 파탄으로 드러난 사이비 혁명노선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종북주의에 대한 이 인식은 군사독재정권 당시의 반북이데올로기와 동일시될 수 없다. 일부 남아 극우적으로 폭력적으로 행사되는 그것과도 무관하다. 통일이 유효하다면 오히려 반북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국가가 민족보다 실체적으로 우선한다고 해서 민족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라고 해도 간단히 지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민족끼리'가 아니라 '우리국가끼리'여야 하는 것이다.

 

첫째, 남한의 입장에서 주사파의 종북주의는 체제의 위협이 된다. 국가는 국가에 대한 국가다. 따라서 남한은 이북에 대한 남한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세기 남북간 전쟁인 6·25동란은 명확히 한반도에서 국가수립문제를 둘러싼 '내전'이다. 이북이 주장하는 것처럼 '조국해방전쟁'이 아니다. 조국해방전쟁이라면 그것은 외세를 상대로 전 국민이 싸우는 '국민전쟁'이기 때문이다. 6·25동란은 결코 국민서사시가 아닌 '민족의 참화'일 뿐이다.

 

둘째, 종북주의는 남한에서는 물론 이북에서도 사회의 진보를 위협한다. 국가는 영원하지 않다. 사회는 영원하다. 진보한 사회가 국가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한 사회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이지만 국가는 의연 수탈과 재분배에 의한 기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가는 사회가 국가를 대체할 때까지는 필요악이다. 국가에 대한 국가이기에 다시는 내전은 피해야 하며 다시는 외세로부터 침략당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종북주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전제인 인식의 자유를 위협한다. 자유로운 개인들은 국가권력을 이용해 뭘 해보겠다는 혁명 자체를 의심한다. 그런 것이 혁명이라면 혁명 자체를 부인한다. 사회주의권의 붕괴보다, 잔존사회주의국가의 개혁·개방보다, 이북의 국제적 고립보다 혁명의 파탄을, 사회의 부재를 더 잘 보여줄 수는 없다. 혁명이 아닌 사회를 강화하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것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인식을 요구한다.

 

종북주의가 위험한 세 가지 핵심이유들이다. 이북으로부터 지하전위당 활동자금을 지원받고(민혁당 사건) 진보정당임을 내세운 민노당의 당원명부를 조선로동당에 바치는(일심회 사건) 종북주의. 따라서 남한혁명의 든든한 배후 근거지라며 적군파처럼 행동할지도 모를 종북주의. 사회의 진보를 말살하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유로운 인식에 대적하는 종북주의. 주사파의 종북주의를 척결할 절호의 기회를 남한사회가 맞이하고 있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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