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저분한 것들의 쓰레기장  
시립병원제일주의자들이 말하는 '역사'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12.04.18 07:39 |

인간의 유형 중에는 '역사적 인간'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굶주린 자가 밥을 필요로 하듯 이들은 역사를 필요로 하는 특이한 인간들이다. 이들이 특이한 인간, 역사적 인간인 이유는 과거에의 조망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갈망하게 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의심스럽다. 우선 이들이 소유한 역사적인 지식이 '비역사적인 지식'이 아닌지 반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과거를 조망하는 이들의 사고가 역사를 획일적으로 전체주의적으로 파악하는 '이데올로기'가 아닌지 반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는 대상을 획일적으로 전체주의적으로 조망케 해준다는 점에서 가령 석두/석녀라도 이해하기가 쉽다. 이들에게 이데올로기가 매혹적인 이유다. 어떤 이데올로기에 빠져들었다는 것은 그/그녀가 무엇을 사고해도 '진정제적 사고'밖에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데올로기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을 한방에 처리하게 함으로써 심리적인 충족감, 안정감,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는 자연의 소산이 아니다. 그것은 비자연의 소산, 극소수의 관념론적 유토피언의 인위적인 발명품에 불과하다.

 

이 세계로부터 퉁겨진 극소수의 인간들이 언제나 있어 왔다. 그들은 사람들과 갈등하고 사랑하고 사고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세계의 진상을 보지 못한다. 그들이 유물론자가 아니라 관념론자, 그들 사고의 산물이 현실적이지 않고 유토피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옛 구시청 자리에 들어설 시립의료원 조감도.   ⓒ수도권타임즈

극소수의 관념론적 유토피언들은 왜 이데올로기를 발명했을까? 이 세계에 복수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관념론자답게 손 안 대고 하는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이데올로기에 빠져든 그/그녀들이 무리로 스스로를 찔러 죽게 하는 방법이다. 이보다 손쉬운 복수도 없다.

 

가령 엥겔스는 주어진 과제에 따라 구조적인 것과 주체적인 것 사이를 끊임없이 이동했던 마르크스의 사고를 동태로 만들어 관념론적 유토피아를 교설하는 마르크스주의를 발명했다. 변증법적 유물론, 사적 유물론, 정치경제학, 과학적 사회주의를 발명한 것은 그다.

 

마르크스주의의 변종들이 다름아닌 레닌주의, 스탈린주의, 모택동주의, 주체사상 따위로 불리우는 것들이다. 그 기원을 엥겔스가 발명한 마르크스주의에 두는 좌파적 사회민주주의다. 좌파적 사회민주주의는 오늘날 '진보(주의)'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다.

 

이데올로기적인 역사 접근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니체의 분류법을 원용하자면 '기념비적 방식', '골동품적 방식', '부정적 방식'이 그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역사를 어찌할 수 없는 타자로서 접근하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만 역사를 재구성할 뿐이다.

 

기념비적 방식은 과거의 '희귀한 것'에 몰두한다. 일찍이 일어났던 그것이 다시 한 번 가능하지 않을까 관념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원인을 희생시키고 결과를 기념비적으로, 곧 모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다.

 

골동품적 방식은 자신이 유래하고 자라난 '공동체'를 회고한다. 그 공동체를 보금자리로, 소년/소녀시절의 그림일기처럼 이해한다. 그/그녀는 말한다. "여기서 살아왔다, 지금 여기서 살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살 것이다." 그/그녀는 과거를 지키기 위해 발악을 한다.

 

부정적 방식은 과거를 '법정'에 끌어내 가차 없이 심문하고 유죄를 선고한다.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단지 자기가 자신이려는 욕구다. 그러나 선고는 선고된 것과 똑같은 결과에 이른다. 그들이 과거세대에게 했듯이 미래세대 역시 그들을 단호히 부정해버리기 때문이다.

 

16일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가 '시립병원 건립을 방해하는 정치인의 몰락'이라는 제하의 4․11 총선 논평을 냈다. 자신들과 뜻이 맞지 않았던 새누리당 신상진, 신영수 의원의 몰락을 기념하고 동시에 새누리당 이종훈, 전하진 의원에 대한 정치적 협박이 골자다.

 

"2012년 4월 11일 총선결과를 보면서 지난 10년 동안 시립병원 설립과정에서 시립병원을 반대해왔던 기존 정치인들의 몰락이 이번 총선에서도 드러난 것을 확인하였다. 앞으로도 시립병원을 반대하는 정치인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지금껏 시립병원 건립을 방해했던 정치인은 모두 몰락하였다. 이제는 이런 어리석은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고 모두 합심해서 시립병원이 조기에 건립되길 바란다. 새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당을 떠나서 한 마음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

 

당을 떠나서?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는 더 이상 시민운동이 아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정당만을 찍어서 낙선한 정치인들을 몰락으로 기념하고 당선된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적 협박을 일삼기 때문이다. 이런 당파적 행태는 시민운동의 본질과 무관하다.

 

이들을 잘 알고 있는 성남시의회 의원들은 물론 새누리당 당선인들도 이 점을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이재명 시장, 시립병원제일주의자인 통합진보당 김미희 당선인이 이 점을 우습게 여긴다면 시립병원 설립을 둘러싼 대립은 오히려 더욱 첨예화될 것이다.

 

이들이 특정정당의 낙선한 정치인들을 몰락으로 기념하고 당선인들을 협박할 근거는 전혀 없다. 낙선은 시립병원 설립 반대가 아니라 야권연대의 덕분이며 동시에 당선은 야권연대가 힘을 발휘하긴커녕 오히려 역풍을 맞기까지 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4․11 총선 논평에서 이들은 특정정당의 정치인들을 겨냥한 몰락과 협박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를 '악용'했다. 시립병원 설립을 둘러싼 과거에의 지식이 몰락에 짜맞춘 비역사적인 지식일 뿐만 아니라 그 조망은 완전히 이데올로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 곧 시립병원제일주의자인 통합진보당 김미희의 당선을 정당화하고 미래에의 갈망, 곧 새누리당 당선인들과 그 영향 하에 있다고 예단하는 시의원들만 꺾으면 시립병원의 조기건립과 원하는 운영방식이 가능해진다는 당파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들의 역사는 기념비적 방식인 동시에 골동품적 방식이며 부정적 방식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의 역사는 온갖 너저분한 것들이 범벅이가 된 역사의 쓰레기장이다. 동시에 그럼으로써 특정한 과거만을 재현, 보존하고 거의 전부인 나머지를 부정해버린다.

 

이들은 시립병원 설립을 둘러싸고 일어난 과거를 비역사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진정된' 이들은 이들이 기념하지 않고 골동품으로 되지 않으며 일거에 부정해버린 것들 중에서 자신들에게 결여된 것들이 있음을 보지 못한다.

 

그것들은 무엇일까? 하나는 확실하다. '민노당 외곽조직'에 불과한 이들은 자신들을 대변해줄 단 한 명의 시의원도 두고 있지 않으며 그나마 단 한 명의 시의원이던 이숙정조차 쓰레기 취급해버렸다는 사실. 결여된 것이 어찌 이뿐이랴. 이들은 이렇게 불러 마땅하다.

 

'위대한 역사적 인간들.' /마인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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