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너무합니다”  
민선 단체장, 인사문제 전전긍긍
수도권타임즈(www.sntimes.kr)   
수도권타임즈 | 2022.07.13 20:24 |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사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측근 또는 지지자들의 자리청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도왔으니, 자리 챙겨달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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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단체장 측근이다.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청소 등 허드렛일에서부터 내방객 안내, 조직관리, 회계관리, 공약개발, 전략수립, 홍보, 수행, 선거운동 등 캠프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이들이 희망하는 것은 이른바 어공’. 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정무직이나 별정직 공무원 자리이다. 지자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비서실장이나 정책실장, 대외협력관, 대변인, 개방형 감사관, 수행비서, 운전원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그 수가 제한적이고 71일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이미 임용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이 선정되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보이고 있다. 아직 남은 자리는 암투가 치열하다.

 

경기도 한 지자체장 선거 승리에 기여한 L씨의 경우 “4급을 기대하고 있는데, 단체장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리를 제시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지지세력도 인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캠프세력 만큼은 아니지만, 유권자들과 접촉하면서 득표활동에 기여해서 단체장을 당선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역에 오래 살아오면서 반찬봉사나 집수리, 말벗 해주기 등의 활동을 통해 조직화하고 득표활동을 한 경우이다. 본인 보다는 가족 또는 친인척에게 정년이 보장되는 자리 챙겨주기를 희망한다. 주차관리원이나 청소원, 건물관리원 등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보니 불만이 나오고 있다. 크고 작은 사조직이 해당된다.

 

성남시 중원구에서 반찬봉사를 해온 S씨는 바라고 선거를 도운 것은 아니지만, 당선 후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단체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공직사회 내부는 인사에 부글부글끓는 분위기이다.

캠프나 외부세력 보다 인사문제에 불만도 많고 민감하지만, 단체장이 직접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불만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뿐이다. 우리사회에 골 깊은 지역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임 단체장 시절에 특정지역 출신 편중인사를 했는데, 단체장이 바뀌어도 여전히 득세하는 꼴을 계속해서 보아야 하느냐? 일 할 맛 나지 않는다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공로연수 중인 공무원 K.

위험을 감수하고 선거를 도와 당선시켰는데, 인사에 실망했다. 나야 퇴직하면 그만이지만, 후배들 보기 민망하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전임 단체장의 측근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지기도 한다. 전현직 비서실장이나 요직을 거친 경우, 구청장이나 서기관 등 고위직 공직자의 경우 여러 가지 명목으로 직위해제나 대기발령, 고발 등 봉변을 겪기도 한다. 이꼴저꼴 보지 않으려고 명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사기관에 불려다니기도 한다.

 

불만 보다는 경쟁 세력도 있다.

지방의원과 퇴직공무원, 보좌진, 언론인 등은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이들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지방공기업이나 관변단체 임원 자리를 노린다. 산하재단이나 지방공사, 자원봉사센터, 새마을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자리에 따라 억대에 이르는 급여에 판공비, 수십억원의 예산집행권 등을 거머쥐게 된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며 노골적으로 시정을 성토한 경우도 있다. 성남의 한 여성 시민운동가의 경우 정권창출과 시장 당선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인수위원회에 참여시키지 않는 등 시작부터 문제가 많다며 비판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단체장 취임 초기인 요즘 여론이 좋지 못하다.

 

언론도 이같은 분위기를 알고는 있으면서도 보도에는 인색한 편이다. 취임초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 작용한 측면도 있고, 자칫 단체장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단체장도 내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래저래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61일 당선 이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야 했고, 무엇보다 공천에 도움을 주신 찾아 뵙고 인사할 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업무파악도 해야 하는데, 같은날 당선된 지방의원 얼굴 익히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지자체장은 같은 당 초선의원을 다른 당 의원으로 착각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지방의회 원 구성 문제는 여러 변수가 얽히고 설켜서 복잡하기 이를데가 없다. 아직까지 의장선출은 물론, 원구성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는 지방의회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지자들에게 나름대로 인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해도해도 끝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법에 정해진 대로 선거를 진행하기 어렵다보니 현실적으로는 법을 어기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같은 약점을 잡아 당선자를 겁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어렵게 공천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되었는데, 당선무효가 된다는 것은 단체장 입장에서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부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혼자만 지지를 철회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주변 지지자들을 선동해 안티 세력을 결성해서 다음 선거때 낙선운동을 벌이게 되면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인사 요구를 받아들이자니 자리가 적고, 무시하자니 비판 여론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당선자, 자치단체장의 고민이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질 것이 걱정되고...’

 

당선의 기쁨도 잠깐, 한여름 폭염 만큼이나 지자체장들의 고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 임건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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